“러시아와 협상에 실패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파견하는 옵션이 여전히 검토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전 종식을 위해 푸틴과 협상을 시작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나온 것이 지난12일이다. 그리고 하루가 채 지나기 전 JD 밴스 부통령이 월 스트리트 저널과 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다.
번역기를 돌리면 이렇게 들린다. ‘알아서 협상에 임해라. 그렇지 않을 경우 미국과의 일전을 각오해라’라고. 강경하다 못해 아주 거칠게까지 들린다. 그래서인지 월 스트리트 저널도 트럼프 정부 고위 인사들로부터 나온 발언 중 가장 강경한 우크라이나 지지 발언이라고 토를 달기까지 했다.
‘얄타협정 스타일의 종전협상이 이루어질지 모른다.’
푸틴에 꽤나 우호적이었다. 반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는 냉담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되면 하루 만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 트럼프가 백악관에 재입성 했다. 그러자 나온 전망이다. 말하자면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아예 인정하지 않는 푸틴의 고압적 태도 등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더 나가 유럽의 참여도 배제된 종전협상 가능성까지 일각에서 점쳐져 왔던 것.
밴스의 발언은 그런 면에서 파격적으로까지 들린다. 그 배경은 무엇일까.
‘루저(loser)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위너(winner)에게만 관심을 보인다.’ 트럼프의 인간됨됨이가 이렇다는 거다. 트럼프 1기 때 푸틴은 ‘위너’로 보였다. 이후,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후 드러난 것은 푸틴의 약점뿐이다. 한 때 미국과 더불어 최강으로 인식됐던 러시아군이 종이호랑이로 판명되면서.
이와 함께 트럼프의 푸틴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푸틴과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겼다. 러시아가 ‘큰 문제에 봉착했다’는 트럼프의 공개적 비판이 바로 달라진 트럼프의 입장을 알리고 있다는 것.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3년, 그 대차대조표는 열강(Great Power)으로서 러시아의 현주소를 극명히 알려주고 있다.
복잡한 이야기를 요약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가 원하는 방향으로 아주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치르는 대가가 엄청나다.
‘러시아는 세발 달린 의자에 걸터앉은 형국이다. 문제는 그 세 다리가 모두 몹시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 기업연구소의 다니엘르 플레티카의 지적이다. 그 다리의 하나는 러시아의 군수산업베이스다. 둘은 심각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인구동향이고 셋은 경제다.
이 세 다리가 떠받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는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 다리들이 모두 과부하로 자칫 주저앉을 수 있다는 거다.
전차, 자주포 등 한 달에 320대의 기갑장비가 파괴되고 있다. 그런데 러시아의 전차 생산은 월 20대가 고작이다. 그런데다가 소련시절 생산해 비축한 대포, 장갑차, 전차 등 기갑장비는 내년 초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사나, 전상으로 인한 병력손실은 월 4만5000명에 이른다. 이 손실을 메우기 위해 연 200여억 달러의 예산을 배정하는 등 안간힘을 다하고 있으나 수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경제는 계속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인플레이션이 8.5%를 기록한 가운데 중앙은행은 하룻밤 대출금리를 21%나 올렸다.
이와 함께 러시아의 국제적 위상도 냉전종전이후 최악수준이라고 할 정도로 흔들리고 있다.
핀란드, 스웨덴이 새로 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강화됐다. 서방과의 관계단절과 함께 러시아의 위치는 중국의 ‘조공국’으로 전락했다.
그 모스크바의 위상은 전통적인 러시아의 뒷마당에서도 흔들리고 있다. 그 첫 번째 지진은 2023년 아제르바이잔의 나고르노카라바흐 공세다. 이 지역에 러시아는 한 때 2000여명의 평화유지군을 주둔시키고 있었으나 우크라이나전쟁 여파로 수수방관만 하는 수모를 겪었다.
두 번째 지진은 시리아의 알아사드정권 붕괴사태다. 일단의 반군들이 진격하는 상황에서 모스크바가 알아사드정권에게 해준 지원은 망명지를 제공한 것 밖에 없다. 이로서 푸틴은 중동과 아프리카지역을 아우르는 해외의 전략거점을 모두 상실했다.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조지아로, 트란스니스트리아로, 벨라루스로.
무엇을 말하나. 우크라이나 전쟁 3년 결과 열강으로서 ‘러시아의 위치는 2류’로 주저앉았다는 거다. 그런데도 푸틴은 러시아를 미국과 맞상대가 가능한 1류 파워인 양 행세하고 있다. ‘얄타협정’스타일의 종전협상 접근태도가 바로 그렇다.
얄타협정은 강대국들이 세력균형을 맞춘다는 명분하에 약소국의 주권과 국민의 자유를 짓밟은 2차 대전 종전 비밀협정이다. 속되게 표현하면 강대국간의 ‘나와바리’설정 게임이라고 할까.
강하지 못하다. 아니 약하다고 보아야 한다. 그 주제에 수퍼 파워 미국을 상대로 ‘초강대국 게임’을 하자고 나선 게 푸틴이다. 그 푸틴에게 트럼프는 몇 차례 거부 사인을 보냈다. 그래도 알아듣지 못하고 나댄다. 그러자 알아들을 말로 일침을 가했다.
그게 밴스의 초강경발언이 아닐까.
<
옥세철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