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우선주의에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 ‘첩첩산중’
▶ 美 트럼프, 관세·보조금 재검토 등 반도체 겨냥 정책 쏟아내

TSMC 로고 [로이터]
반도체 산업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수위가 점차 높아지면서 대만 TSMC,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고심에 빠졌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심화로 막대한 자본 투입과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뿐만 아니라 경쟁 강도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부과와 보조금 지급 지연 등 자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반도체를 겨냥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인 TSMC에 미국 인텔 공장 인수 타진까지 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현재 고전하고 있는 인텔을 TSMC를 활용해 되살리고 3나노 이하의 첨단 공정 기술까지 확보하려는 미 정부의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인텔은 앞서 '반도체 왕국'을 재건하겠다며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하고 TSMC, 삼성전자와 첨단 공정 선점을 위한 경쟁에 나섰다. 하지만 최근 실적 부진과 대규모 구조조정을 거치며 사실상 파운드리에서 백기를 든 상태다.
이에 따라 실제 TSMC가 인텔을 인수하는 방식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만 언론들은 TSMC 주주 가운데 70% 이상인 외국인 주주들이 인텔과 협력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TSMC가 트럼프 행정부 압박에 따라 '인텔 구하기'에 나선다면 출자·공장 인수보다는 기술 협력 형태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와 별개로 TSMC의 주요 고객사인 빅테크 기업들이 미국에 있고, 대만의 수출에서 미국 비중이 큰 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방향에 TSMC가 상당 부분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은 인공지능(AI) 붐에 힘입어 지난해 대미 수출이 전년 대비 83% 증가, 역대 최대인 1천114억달러를 기록했다.
TSMC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미국 내 첫 번째 첨단 패키징 공장 건설 등 트럼프 대통령의 반도체 정책에 대한 투자 등을 핵심 안건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3나노 이하 첨단 공정은 대만 본토에 두겠다는 TSMC의 뜻도 꺾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와 함께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라 미국 내 투자 기업에 미국 정부가 지급하기로 한 보조금에 대한 재검토 등 전방위 압박에 나서고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도 조금 만들기는 하지만 거의 모든 것(반도체)이 대만에서 만들어진다"면서 "대만은 미국 반도체 산업을 빼앗아 갔다. 우리는 그 사업을 되찾고 싶다"라고 말했다.
TSMC는 총 65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3개의 반도체 제조공장을 짓고 있다.
1공장은 최근 4나노 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했으며 2공장은 2027년 하반기부터 3나노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또 3공장은 올해 기공식에 들어가 2027년 말에 생산 설비를 설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 사업 확대 등을 통한 실적 개선이 절실한 삼성전자로도 불똥이 튈 수 있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27년간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는 현재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자국 내에 생산시설을 불러들이겠다는 의지에 따라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메모리 생산공장 건설까지 요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압력은 사실상 메모리 제품을 향한 것"이라며 "삼성전자에 메모리 제조시설을 지으라고 압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빅테크 기업과의 관계를 생각해서 미 정부의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겠지만,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던지는 이야기는 향후 협상을 통해 (피해를) 줄여나갈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자국 우선주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로도 번질 수 있다.
마이크론은 현재 HBM 시장에서 한 자릿수 안팎의 점유율로 시장 3위로 삼성전자보다 뒤처지지만, 미국 엔비디아에 납품한다는 사실을 직접 언급하며 물량을 가져가는 것도 미 정부의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 "트럼프 입장에선 대만과 한국을 끌어들여서라도 인텔과 마이크론을 키우려고 할 것"이라며 "이는 파운드리, 메모리 모두 미국이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삼성전자는 현재 포위당한 상태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