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9일은 한국민이 사랑하는 세계적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이 마애애미 자택에서 세상을 떠난 지 19주년이었다. 2월3일 열린 맨하탄 프랭크 캠벨 장례식에서 넥타이 자르기 퍼포먼스를 하던 엉뚱하고도 유쾌한 분위기 속 그의 마지막 모습이 생생한데 벌써 세월이 이렇게 지났다.
지난 가을에는 창신동에 갔다가 우연히 백남준 생가 팻말을 보고 가보았고 경기도 기흥에 있는 ‘백남준 아트센터( NAMJUNE PAIK ARTCENTER)’는 문화부 기자로서 만나고 같이 사진을 찍던 그를 추모하고자 일부러 찾아갔다.
서울시는 2015년 창신·숭인 도시재생선도사업을 추진하면서 백남준이 1937년~1950년 성장기를 보낸 창신동 197번지 일대 집터의 작은 한옥을 매입해 백남준 기념관으로 조성했다.
‘백남준기념관-백남준을 기억하는 집’ 마당 한가운데에는 백남준의 ‘다다익선’을 오마주한 김상돈의 ‘웨이브 파(波)’가 지붕 위까지 높이 설치되어 있고 단층 한옥 실내는 ‘백남준 이야기’, ‘백남준 버츄얼뮤지엄’, ‘백남준의 방’, ‘백남준에의 경의’로 구성되어 설명이 아주 상세하다.
백남준 아트센터는 분당선 기흥역에 내려 버스 7분 정도면 도달한다. TV화면이 여러 겹으로 된 것같은 블랙건물 전경은 그랜드피아노 형태로 만들어졌다. (국제공모전 대상 독일 작가와 건축사무소 마리나 스탄코비치 공동 디자인)
지상3층, 지하2층으로 전시실, 비디오보관실, 백남준의 소호 스튜디오가 재현되어 있고 TV정원, TV첼로, 찰리 채플린, 로봇K-456 비디오, 2000년 구겐하임 미술관 전시에 선보인 레이저설치작품 삼원소(▲■●: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연상된다) 등이 전시되고 있다.
2024년 12월에 가니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Wake up! it’s 2024(일어나, 2024년이야)]라는 제목으로 작품이 상영되고 있었다. 이 제목은 미국밴드 오잉고 보잉고가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 참여하며 발표한 노래 제목 [일어나 1984년이야]를 2024년으로 재설정한 것이다.
새해가 밝았어도 제목이 [일어나, 2014년이야]다. 여전히 수많은 인공위성이 지구를 가득 덮은 기술 감시 시대이긴 하지. 올 3월9일까지 이 특별전이 열린다고 한다.
2025년 주제는 백남준의 자유와 실천의 예술정신으로 모든 세계가 아픔과 희생 없는 평화의 그루브로 미래와 만나 우주 오페라의 시간을 맞이하자라고 한다.
또한 부산 을숙도에 있는 현대미술관과 공동기획으로 백남준 대규모 회고전 [백남준, 백남준, 그리고 백남준]이 부산에서만 열린다. 그 일대 미술 애호가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겠다 싶다.
그런데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과 아무 연고도 없다. 경기도측에서 미술관 건립을 제의했고 2001년부터 본격논의, 별세 2년이 지난 2008년 10월9일 개관했다. 생전에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라 이름 지었다는데 정작 본인은 이 집을 볼 수 없었다.
백남준의 평생 예술적 동반자인 일본인 아내 구보다 시게코는 수차례 이곳을 방문했고 백남준 탄생 80주년인 2012년에는 “TV를 갖고 전세계를 집시처럼 돌아다니며 공장같은 곳에서 살았는데 여기가 정말 백남준 집같다”고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2015년 시게코가 사망하자 백남준 아트센터는 추모행사도 열었다는데, 12월에 가본 아트센터 어느 곳에서도 시게코의 사진 한 장, 기록 하나도 찾기 힘들었다.
같은 플럭서스 멤버로 유명 비디오아티스트인 시게코는 1996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을 돌보았다. 구겐하임, 뉴욕한국문화원 행사 등에서 백남준의 휠체어를 미는 그녀를 종종 보았었다.
머스커닝햄, 요셉보이스, 샬롯무어맨 등의 사진과 영상은 나오는데...또 시게코의 비디오 작품 두 점을 소장하고 있다더니, 아마도 다른 전시회에 대여되었나 보다.
내년 1월29일 백남준 서거 20년에는 백남준-구보다 시게코 부부의 특별전이 열릴 것을 기대해 본다.
물론 1964년~2006년까지 살다간 뉴욕에서도 백남준 추모전이 근사하게 열리겠지, 지금 준비하고 있으려나?
<
민병임 뉴욕지사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