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상 6개 부문 중 3개 부문이 흑인 아티스트…여성 팝스타 강세
▶ 다양성 확대 기조 K팝에도 ‘기회’ 될까… “팝시장 실질적 영향력 중요”
팝스타 비욘세가 2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67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다섯 번째 도전 만에 '올해의 앨범'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음악계에서는 그간 끊임없이 음악 세계를 확장해 온 비욘세가 '백인들의 음악'으로 여겨진 컨트리 장르를 자기만의 색으로 해석한 점이 수상에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본상인 제너럴 필즈(general fields) 6개 부문 중 3개 부문이 흑인 아티스트에게 돌아간 것을 두고는 그래미가 변화하는 음악계 환경에 맞춰 다양성 확보에 집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 4차례 고배 끝 컨트리로 트로피 들어 올린 비욘세
비욘세는 올해 시상식 전까지 그래미 어워즈에서 총 99차례 후보로 지명돼 32개의 트로피를 휩쓴 '팝의 여왕'이다.
그러나 정작 본상 중 최고 영예로 여겨지는 '올해의 앨범'과는 유독 연이 닿지 않았다.
2010년 제52회 시상식에서 테일러 스위프트에게 밀려 첫 고배를 마신 것을 시작으로 2017년 아델, 2023년 해리 스타일스에게 트로피를 내주는 등 총 4차례 수상에 실패했다.
비욘세의 앨범이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다 끝내 상을 놓치는 일이 반복되자 일각에서는 '그래미는 비(非)백인 아티스트에게 인색하다'라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비욘세의 남편인 래퍼 제이지도 지난해 그래미 시상식에서 "그녀(비욘세)는 가장 많은 그래미를 수상했지만, 한 번도 '올해의 앨범'을 수상하지 못했다"며 "이는 말이 되지 않는다(That doesn't work)"고 주최 측을 공개 비판했다.
비욘세는 올해 컨트리 장르를 전면에 내세운 정규 8집 '카우보이 카터'(COWBOY CARTER)로 그간의 설움을 씻었다.
아울러 그는 이날 흑인 가수 최초로 '베스트 컨트리 앨범'을 받고 '베스트 컨트리 듀오/그룹 퍼포먼스'를 수상한 데 이어 '올해의 앨범'으로 통산 35번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평소 컨트리 장르에 영향을 받아왔다고 말한 비욘세는 그간 앨범에 컨트리 곡을 수록한 적은 있으나, 컨트리를 앨범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평론가들은 '백인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진 컨트리 음악을 비틀어 비욘세만의 색으로 표현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분석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카우보이 카터'는 비욘세가 싱어송라이터로서 자신의 음악세계를 끊임없이 확장하고 장르를 아우르는 활약을 펼쳐온 결과물"이라며 "컨트리를 소스로 삼아 자기 목소리를 담은 앨범을 냈기에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짚었다.
◇ 본상 3개 부문이 흑인 아티스트…다양성 표방한 그래미
올해 그래미 어워즈에서는 비욘세를 비롯해 본상 6개 부문 가운데 3개 부문을 흑인 아티스트가 차지하는 등 '포용성과 다양성 확대' 기조를 읽을 수 있었다.
지난해부터 본상에 편입된 '올해의 작곡가'와 '올해의 프로듀서'를 제외한 기존 4대 본상으로만 범위를 좁히면 흑인 아티스트의 선전은 더욱 돋보인다.
그간 그래미 본상과 인연이 없던 래퍼 켄드릭 라마는 히트곡 '낫 라이크 어스'(Not Like Us)로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를 포함한 5관왕에 올라 시상식의 또 다른 주인공이 됐다.
2021년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며 그래미 보이콧을 선언했던 팝스타 더 위켄드는 축하공연 무대에 올라 화해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하비 메이슨 주니어 그래미 회장은 "지난 몇 년간 그래미를 향한 (비판을) 귀담아듣고, 달라지려 했고, 행동에 옮겼다"며 "우리가 옳은 길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하며 변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그래미가 포용과 다양성을 전면에 내세운 까닭으로 음악시장 환경의 급변을 꼽았다.
K팝이 미국에서 큰 팬덤을 형성하고, 주류 음반 제작사의 문법을 벗어난 '틱톡 히트곡'이 등장하는 등 입체적인 시장환경이 만들어지면서 그래미도 변화를 꾀했다는 것이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그래미는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이라고 불리지만, 동시에 가장 상업적인 시상식이다. 그래미의 변화는 곧 시장 상황의 변화를 방증한다"며 "더 이상 미국 시장의 주류인 컨트리, 팝 음악 위주로 성과를 조명하는 구도를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여성 가수 강세 이어져…K팝 수상 가능성은
지난해 팝 시장을 지배한 여성 아티스트의 강세도 두드러졌다.
정규 앨범 '브랫'(BRAT)으로 반향을 일으킨 찰리 XCX는 '베스트 댄스/일렉트로닉 앨범' 등 3관왕에 올랐고, 사브리나 카펜터는 정규 6집 '쇼트 앤 스위트'(Short n' Sweet)를 앞세워 '베스트 팝 보컬 앨범' 등 2개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본상인 신인상 역시 여성 가수 채플 론에게 돌아갔다. 채플 론은 수상 소감에서 아티스트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동료 가수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래미가 비백인·여성 아티스트를 조명하며 다양성 확보에 나서는 모습은 K팝 아티스트들에게도 반가운 흐름이다.
K팝 아티스트들은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020∼2023년 후보에 오른 것을 마지막으로 2년째 후보 지명이 불발됐다.
올해는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완전체 복귀를 앞두고 있으며,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히트곡 '아파트'(APT.)는 내년 시상식에 후보 출품이 가능한 상황이다.
임희윤 평론가는 "근래 BTS가 후보에 오르며 수상 기대감이 커진 상황인데, 중요한 것은 미국 시장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초반 몇 주간 반짝하는 노래가 아니라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 대중이 즐기는 음악이 탄생하면 수상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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