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콜롬비아 간에 사전 합의가 분명히 이루어진 것으로 보였다. 지난 일요일, 그러니까 1월 26일 콜롬비아 출신 불법입국자들을 태운 2대의 C-17 미 군용 수송기가 남쪽으로 날기 시작했다.
뭔가가 갑자기 바뀌었다. 미 군용기의 콜롬비아 영공진입 거부 명령이 내려진 것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바로 대응에 나섰다. 콜롬비아산(産)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즉각 부과하고 한 주 후 50%로 더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도 맞받아쳤다.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똑같이 25%, 그리고 한 주 후 50%의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콜롬비아 최초의 좌파 대통령이다. 그런 페트로는 이번 사태를 자가선전의 모처럼의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트럼프를 ‘백인노예상인’으로 묘사하면서 자신은 순국(殉國)의 각오가 돼 있다는 등 온갖 반미선전선동 수사를 구사하며 공격에 나섰다.
대립상황은 그러나 오래가지 않았다. 몇 시간이 못돼 콜롬비아 정부는 추방자들을 태운 미 군용기의 콜롬비아 입국을 포함한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조건을 수용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좌익 선동가인 페트로는 왜 이토록 쉽사리 항서(降書)를 쓰고 만 것인가.
격노한 트럼프는 고율의 관세부과 경고만 한 것이 아니다. 국가안보를 구실로 콜롬비아 좌파 정권의 고위층(아마도 페트로 대통령을 포함한) 개개인에게 미국입국불허, 경제제재 등 처벌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그러자 페트로는 바로 꼬리를 내리고 만 것이다.
트럼프 재집권 한 주도 채 되기 전의 시점에 발생한 이 해프닝. 어떻게 보아야 하나. ‘살계경후(殺鷄儆?-닭을 죽여 원숭이를 훈계 한다)의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불법체류자 문제와 관련해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과 미국은 짧으면 수개월, 길면 수년 동안 협상을 하기 일쑤였다. 이게 바이든 행정부시절의 관례라면 관례였다. 그러다 보니 미국을 만만히 보아왔다고 할까.
멕시코가 그 대표적 경우다. 숱한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 멕시코 정부는 마약카르텔에 대해 극히 미온적 입장을 보여 왔다. 중국산 펜타닐 등 마약밀매는 말할 것도 없다. 마약카르텔의 또 다른 주종사업인 조직적 난민불법미국입국주선 비즈니스도 사실상 방관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
뭔가 경각심을 일깨어 줄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콜롬비아 좌파 정권에 확실히 본때를 보여주었고 이를 통해 라틴 아메리카 전체에 강력한 경고를 날린 것이다.
여기에 하나 더. 우크라이나를 놓고, 대만을 놓고 트럼프는 푸틴과, 또 시진핑과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 마당에 결코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 때문에 초강경자세로 일관, 콜롬비아의 좌파정권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교훈을 가르친 것이라는 거다.
관련해 주목 되는 게 있다. 부드러운 말은 없다. 그리고 커다란 몽둥이만 휘둘러대는 식의 트럼프의 외교접근방식이다.
거칠기만 하다. 그런 트럼프의 콜롬비아 길들이기를 정치전문지 스파이크드는 ‘미국 우선’(Amerca First)정책 가동’으로 풀이하면서 트럼프 시대를 맞아 미국은 정책추구에 있어 통상적 외교방식이니 국제법상 정밀한 합법성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미국의 이해(interest)를 노골적으로 선언한다. 그러면서 국제적 여론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모스크바도, 베이징도,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는 서방 우방의 여론은 물론, 유엔도, 국제형사재판소(ICC)도 안중에 없다. 그리고 공격적으로 이해를 추구한다.’
정치 분석가 앤드류 코리브코의 지적으로 이른바 ‘미국의 황금기’를 주창하고 있는 트럼프는 초현실주의(hyper-realism) 해외정책 접근방식을 추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 트럼프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전쟁 접근방식도 예상을 빗나가고 있다는 것이 군사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의 진단이다.
대놓고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등 서방동맹국들을 비난하면서 푸틴에 대해서는 우호적 발언을 해왔다. 동시에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각을 숨기지 않아왔다. 그 트럼프 행정부 2.0을 맞아 푸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정이 맺어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었다.
‘미국 우선’(Amerca First)에, 미국의 이해를 노골적으로 추진한다.’- 이 초현실주의 해외정책 접근방식에 현 상황을 대입해볼 경우 제 2기 트럼프 행정부의 러시아정책은 정반대로 상당히 강경해질 수밖에 없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미국의 이해라는 측면에서도, 대통령으로서 트럼프의 유산이란 측면에서도 우크라이나에서 물러설 경우 이는 엄청난 정치적 재난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판단이 우세해지면서 트럼프 2기의 우크라이나정책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장기적이고, 보다 강경한 해법추구로 전환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트럼프 행정부의 초현실주의 해외정책 접근방식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한국의 정치내전상황과 관련해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 될까. 콜롬비아 상황에서 보듯이 반미 좌파 정치 엘리트 개개인에 대한 강력한 제재 형태로 나타날까,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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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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