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한국사회에서 임윤찬 신드롬이 거센 것 같다. 특히 지난해 그가 발표한 두 장의 음반이 클래식의 노벨상 (피아노부문, 젊은 예술가부문에서) 그라마폰 어워드까지 수상, 임윤찬에 대한 인기가 더욱 급상승하고 있다. 임윤찬은 2월 25일 샌프라시스코를 방문, 헙스트 극장에서 리사이틀을 가질 예정으로 있어 이 지역에서의 임윤찬 바람이 다시한번 거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임윤찬 신드롬과는 별개로, 개인적으로 아직까지 임윤찬의 연주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2년전 반 클라이번 콩쿨 우승 당시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을 들어본 것이 다였다. 그 당시의 소감은 임윤찬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임윤찬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해야할지 조금 헷갈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소년 피아니스트라고 보기에는 이미 18세로서, 성인이 다 된 몸이었고 또 완성된 피아니스트라고 보기에는 최연소 우승이라는 수식어가 말해주듯 당시로선 아직 어린 나이에 속하는 피아니스트였다. 즉 판단 기준이 조금 애매했다고나할까. 임윤찬은 미완성 피아니스트라고 보기에는 너무 압도적인 연주력을 보여주고 있었고 완성된 피아니스트라고 보기에는 아쉬운 점도 많았다.
임윤찬에게서 느꼈던 아쉬움은 연주력은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연주력에 걸맞는 예술적 상상력 부분이었던 것 같다. 반 클라이번 콩쿨 우승자에게 예술적인 미달을 말한다?? 조금 어페가 있는 표현같아서 이 글을 쓰기 전에 평소에 좋아하는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와 임윤찬의 연주를 조금 비교해 보기로 했다.
관객이나 평론가들이 연주 무대에서 기대하는 것은 완벽한 예술가이지 테크닉이 좋은 피아니스트만은 아니다. 즉 테크닉 자체가 연주 전체를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임윤찬이 현재 선세이셔널한 인기를 몰고 오고 있는 것은 나이에 걸맞지 않은, 보다 완성도 높은 연주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5년 10년 후의 임윤찬이 같은 연주력으로 같은 칭찬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국인 연주자로서 국제사회에서 최고의 찬사를 받았던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장영주) 또한 그녀의 그같은 성공이 결코 전세계의 내놔라 하는 바이올리니스트들과의 경쟁에서 전혀 꿀리지 않는 예술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나이 9세에 뉴욕 필과 협연하는 등 나이에 비해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준 것이 다였다. 장영주는 30대에 접어들면서 10대와는 다른, 농익은 연주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요사이 조금 시들해진 것도 그 때문이지만 임윤찬의 경우도 달라질 것은 없다. 10대 다르고 20대 다르고, 30대는 물론 더욱 힘들어질 것은 불보듯 뻔하다.
스비아토슬라브 리이터는 연주력도 연주력이었지만 곡해석의 천재였다고 한다. 즉 베토벤은 베토벤답게, 모차르트는 모차르트답게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였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겨울 서정이 엄청나게 밀려오는 라흐마니노프 곡을 라흐마니노프답게 연주한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연습만으로 될 일도 아니다. 요사이 한국사회에서 불고 있는 임윤찬 신드롬에 대해 염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아직은 더 성장해야할 임윤찬이 자칫 오버페이스해서 미래를 망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반 클라이번 또한 그 한창 때 스포트라잇 속에서 익사한 경우였다. 유명한 블라드미르 호로비츠 또한 중압감 때문에 그의 전성기 12년을 문밖출입도 안 할만큼 숨어서 지낸 바 있었다. 반 클라이번, 80년대의 서주희… 잠깐 반짝하다가 사라진 스타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연주(인)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는 것도 좋고 잠깐의 인기에 편승하는 것도 좋지만 조금 쉬어가는 임윤찬… 느리지만 더 멀리 더 깊게 성숙해 가는 임윤찬을 멀리서 묵묵히 응원하는 것 또한 진정한 팬심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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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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