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리는 ‘임영웅 리사이틀’을 보러 갔다. 표를 구해준 임영웅 공식 팬카페 ‘영웅시대’ 회원이 권하는 대로 하늘색 후드 티, 하늘색 핀을 하고 콘서트장 앞에 마련된 임영웅 리사이틀 라운지에서 수많은 회원들을 만났다. 이 하늘색은 영웅시대 칼러로 ‘아쿠아블루’ 라고 했다.
공연 전 대기실인 이곳에서 생전 처음 보는 이가 귤을 손에 쥐어주더니 “이따가 소리 지르면 목이 아플 테니 그때 먹어라”며 목캔디와 에너지 바를 주었다. 좌석에 앉으니 옆에 앉은 이가 초콜릿을 나눠주고 앞 앞줄에 앉은 이는 “비닐봉지 필요한 분 가져가세요.” 하고 말했다.
처음엔 필요 없다고 했는데 너도나도 그 봉지를 받아서는 벗어놓은 두꺼운 외투를 넣고 심지어 가방까지 안에 넣더니 “의자 밑에 넣으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큰 비닐봉지 안에 모든 것을 넣고 나니 앉은 자리가 깨끗이 정리되었다.
2만 석의 실내에는 아쿠아블루 응원봉과 “사랑해요 임영웅” 플랭카드를 흔드는 팬들로 가득 찼는데 첫날인 26일에 오고 둘째날인 27일, 28일에도 온 이들이 많았다.
뒷좌석에 앉은 중년 아줌마들은 “어제, 영웅이가 심려와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저는 노래하는 사람입니다. 노래로 이야기를 하고 노래로 즐거움과 위로를 드리고 기쁨을 드리는 그런 노래를 하는 사람입니다 하고 말했어요.”, “말은 번지르르하게 못하지만 반듯하고 선한 일을 많이 하잖아요.” 하며 아들처럼 흐뭇해했다.
이날 임영웅은 “기다렸습니다, 너무 보고싶었습니다. 오랫동안 오늘의 공연을 추억하기 바랍니다. ”고 말했다.
2016년 ‘미워요’, ‘소나기’ 데뷔곡을 시작으로 1960~80년대 트로트, 1990년대 댄스곡을 부르자 관객들은 불빛이 다양하게 변하는 응원봉을 흔들며 환호를 보내었다.
“당신은 영원한 내 사랑, 사랑해요, 고마워요, 행복합니다. 밤하늘에 별빛같은 당신은 나의 영원한 사랑” 하는 노래뿐 아니라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터질 것같은 내사랑을..”하고 감미롭게 노래하자 “우리, 받을게.” 하며 소리도 질렀다. 새해 큰절을 한 뒤에 세뱃돈을 요구하는 제스처를 하자 팬들은 ‘손키스’를 날려보내기도 했다.
임영웅 공식팬카페 ‘영웅시대’ 회원 수는 12월27일로 21만 명을 넘었다. 임영웅이 “여러분들이 모두 가족으로 나의 전부”라고 말하니 중장년 아줌마는 물론 할머니도 ‘영웅이’라고 친근하게 부른다. 공연장에는 20대 딸이 60~70대 어머니와 할머니를 모시고도 왔고 백발에 아쿠아블루 커다란 리본핀을 꽂은 80대 할머니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귀여웠다.
2020년 미스터 트롯에 우승한 임영웅의 감정을 절제한 노래가 ‘진정성 있는 목소리’라 한다. 이날도 말이 꼬이거나 버벅대자 “귀여워, 귀여워”하는 팬들은 연예오락 프로에 서툰 그를 순진하다며 좋아한다.
어떤 이는 다 큰 딸이 불의의 사고로 죽고 자신도 따라 죽으려고 했는데 ‘영웅이의 노래가 나를 살렸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남편이 식물인간으로 장기간 누워있어 간호하느라 심한 우울증에 걸렸는데 영웅이의 노래로 병을 이겨냈고 지금은 영웅이 노래를 듣는 기쁨으로 산다.”고 했다.
다른 이는 “영웅이의 노래를 들으며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나 많이 울었다”고 하고 처음 보는 내게 스스럼없이 말을 걸고 먹을 것을 준 이는 “영웅시대는 서로 돕고 봉사활동 하면서 사회에 선한 일을 한다”고 말했다.
수많은 관중들이 아쿠아블루 셔츠와 점퍼, 아쿠아블루 머플러에 머리띠를 하고 응원봉을 흔드는 광경을 보면 임영웅은 단순한 가수의 콘서트가 아니구나, 임영웅은 천운을 타고나 사회문화적 현상을 이끌고가는 거대한 물줄기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 다음날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일어났고 임영웅 리사이틀은 희생자의 가족에 애도를 표하면서 다시 시작되었다. 영웅시대는 자신들과의 약속을 위해 힘들게 무대에 선 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었다. 그리고 우리 ‘영웅이’가 상처받지 않기를 바랬다. 영웅이가 이들에게 살 보람과 행복, 위로와 기쁨을 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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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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