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
▶ 사용료 인하·성능 개선에 올해부터 ‘AI 서비스’ 급성장
▶ 전기 덕분에 다양한 전자제품 나왔듯 엄청난 기회 창출
▶ AGI 구현까진 수십년…통제 불가 두려움은 ‘SF적 공상’
2024년 노벨물리학상을 거머쥔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를 비롯해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 얀 르큉 뉴욕대 교수 겸 메타 수석AI과학자,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는‘세계 4대 인공지능(AI) 석학’으로 꼽힌다. 그중에서도‘젊은 피’인 응 교수는 AI 석학 중에서 대표적 낙관론자로 분류된다. 그의 낙관론의 토대에는 AI 발전 속도가 느려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응 교수는“전통적인 규모(스케일링)의 법칙이 한계를 맞은 것은 분명하고 AI가 학습할 만한 유의미한 데이터를 구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규모와 데이터의 증가만이 AI를 발전시키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오픈AI와 구글 등이 속속 시도 중인 생각의 사슬(Chain of Thought), 곧 추론 강화 트렌드가 AI의 새 지평을 열 것이라는 강력한 확신이다. 응 교수는 “실제적인 데이터 고갈에 대한 방편으로 나온 AI 합성 데이터도 추론을 통해 생성해낼 경우 더욱 질이 높다”며 “추론 모델이 데이터 고갈 문제까지 해결해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쉽게 설명하면 챗GPT를 위시한 기존 생성형 AI는 빅데이터를 사전 학습해 만들어진다. 학습에 투입하는 데이터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연산량을 늘리면 AI 성능이 비례적으로 개선되는 ‘규모의 법칙’이 지금까지 AI 시대를 지배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더 많은 데이터와 GPU를 투입해도 좀처럼 성능이 좋아지지 않고 있다. 이에 테크계가 내놓은 대안이 생각의 사슬, 바로 추론이다.
응 교수는 “단계적으로 답을 찾아나가는 생각의 사슬 기법과 이에 기반한 추론 모델의 등장으로 AI 발전이 벽에 부딪혔다는 주장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실제 기존 생성형 AI는 질문을 받으면 사전 학습한 데이터 속에서 답을 찾아 즉각적인 답을 내놓는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지식을 학습할 수 없고 확률에 기대기 때문에 ‘오답’이나 거짓말을 내놓는 경우도 잦다.
반면 추론 모델은 AI가 답을 내놓는 방식을 바꿨다. 답변까지 이르는 과정을 쪼개 단계적으로 접근하도록 했다. 답변에 시간이 소요되지만 질은 더욱 높아진다. 응 교수는 “생각의 사슬을 적용한 추론 모델은 인간조차 매우 어려워하는 선형적 작업을 놀라울 정도로 잘해낸다”며 “오픈AI-o1 등 추론 모델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AI의 지속적인 발전은 곧 단위 성능당 AI 개발·사용료가 줄어든다는 것을 뜻한다. 응 교수는 이를 기반으로 “올해부터 AI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폰 보급이 인류의 일상을 바꿔놓았듯이 시대를 바꾸는 AI 서비스를 만나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응 교수는 AI를 전기와 비유하면서 “아직까지 많은 이들이 AI 앱의 다양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발전소 건설보다 전기를 사용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더 좋은 사업이었다”며 “전기가 수많은 전자제품을 낳았던 것처럼 AI가 수많은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했다.
고공 행진 중인 AI 인프라 비용과 폭증하는 초거대 AI 모델 개발비도 ‘서비스’ 관점에서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스마트폰·이동통신망 사업의 수익성과 모바일 앱의 수익성 공식이 다르듯 챗GPT 등 기초 AI 모델과 그 위에서 작동하는 AI 앱의 수익성을 구분해 봐야 한다는 뜻이다. 응 교수는 “기초 AI 모델은 막대한 자본 지출과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투자대비수익(ROI)을 달성하기 어려웠지만 그 위에서 작동하는 앱은 ROI가 현재도 매우 높아 경제성이 뛰어나다”며 “기초 AI 모델 간 경쟁으로 AI 서비스의 ‘비용’인 기초 모델 사용료가 폭락하고 있다는 점도 유리한 지점”이라고 봤다.
AI 사용료 인하와 성능 개선은 곧 비용 절감과 생산성 증가를 뜻한다. 특히 AI가 기초적인 프로그래밍을 도맡게 되며 ‘테스트용 앱’ 제작 속도가 빨라졌다는 점이 앱 생산 주기를 더욱 단축시키고 있다. 응 교수는 “과거에는 6~12개월이 걸렸던 테스트용 앱을 이제는 10일 만에 만들 수 있게 돼 앱 프로토타입(시제품) 분야에서는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경제학적으로 앱 ‘생산비’, 즉 가격이 떨어지니 구매량이 늘어나는 선순환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성능과 시장의 발전에 장애물이 없다면 모든 AI 개발자들의 꿈인 범용인공지능(AGI) 구현 시점도 더욱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AGI는 인간 수준의 사고가 가능해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성공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AI를 말한다. 응 교수는 다만 대표적인 AI 긍정론자임에도 AGI 구현 시점을 수십 년 후로 내다봤다. AGI의 ‘정의’가 여전히 모호한 까닭이다. 응 교수는 “정의에 따라 도달 시점이 다르다. 가장 단순한 정의에 따르면 2년 전 GPT-3.5도 이미 AGI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며 “나는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지적 작업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것을 AGI로 보기 때문에 수십 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물론 모두가 AI 발전을 반기는 것은 아니다.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위협은 여전하다. 그러나 응 교수는 AI 확산이 일자리를 위협하기보다는 생산성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봤다. 그는 “AI는 일자리보다는 작업을 자동화한다”며 “회사는 비용이 1000배 저렴해진다면 작업을 1000배 더 많이 하기를 원한다. 비용 절감에는 한계가 있지만 성장에는 한계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에 따라 “AI의 등장으로 가장 큰 기회를 가진 분야는 전통적인 생산 자동화 분야가 아닌 교육·훈련·비즈니스 및 법률 전문가 등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했던 힌튼 교수와 벤지오 교수는 AI 발전 속도를 통제할 수 없다면 연구를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응 교수는 그러나 이런 공포심을 “SF적 공상”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AI가 중심이 돼 세상을 장악할 것이라는 인류 멸종의 두려움은 현실적인 위험이 아니다”라며 “AI는 매우 강력한 도구지만 무엇을 할지 사람이 결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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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윤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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