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포 - 로보택시 ‘웨이모’ 직접 타보니
▶ ‘웨이모 원’ 앱 다운 받아 누구나 탑승 가능
▶ 인포 화면의 ‘주행 개시’ 버튼 누르면 출발
▶ 도로 상황 능동 대처… 조심스러운 안전운행
▶ 샤핑몰 주차장 등 혼잡한 곳 접근은 어려움
기자가 LA 한인타운에서 직접 탑승해 체험한 웨이모 로보택시 모습.
웨이모 무인 로보택시의 운전석과 대시보드 패널.
인포테인먼트 화면에 주변 교통상황과 도착 예정시간을 표시해준다.
어린 시절 만화에서나 상상했을 법한, 또는 SF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 법한, 미래 세계의 한 장면이 현실로 구현됐다. 바로 운전자 없이도 스스로 주행하는 ‘로보(무인)택시’, 즉 자율주행차 택시가 LA 곳곳을 누비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는 알파벳(구글의 모기업) 산하의 기술 스타트업 자회사인 ‘웨이모(Waymo)’가 운영하는 로보택시다. 웨이모는 지난 2023년 4월 LA 지역에서 초대 사용자와 일부 등록 고객을 대상으로 제한적 유료 서비스를 도입한 이후 약 6개월 만인 지난 11월12일부터 드디어 LA 전역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24시간 서비스를 시작했다. 초기 단계의 제한을 벗어나 운행 지역을 확대하고 사용자 범위를 대중으로 확장하면서, 누구나 예약 시스템을 통해 로보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로보택시의 현실화는 또 다른 인공지능(AI) 혁명을 현실의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혁신의 하나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기술 스타트업 자회사인 웨이모는 지난 1월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승인을 받고 LA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안전성을 염려한 LA 교통국(LADOT)과 운전기사 일자리 감소를 우려한 트럭운전사 노동조합 팀스터 노조 등은 웨이모의 유료 서비스 승인에 강하게 반대했지만, 미래를 향해가는 시대의 흐름은 막을 수 없었다. 기자도 이 미래지향적인 교통수단을 경험해보고자 지난 연말 LA 한인타운에서 베벌리센터 샤핑몰까지 왕복 1시간 가량 웨이모를 직접 탑승해봤다.
■탑승 준비
웨이모를 이용하려면 우선 웨이모 서비스 앱인 ‘웨이모 원(Waymo One)’을 다운로드 받아야 한다. 다운받은 앱에서 경로를 입력하면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출발지 LA 한인타운에서 도착지인 베벌리센터까지 거리는 약 6마일, 가격은 토요일 오후 3시 기준 25.43달러였다.
선택을 누르니 4분 후 도착한다는 안내가 이어졌다. 안내된 시간이 지난 후 멀리서 흰색 재규어 I-페이스(Jaguar I-PACE) 전기차 모델이 지붕에 부착된 라이다(LiDAR·레이저로 사물을 인식하는 센서)를 360도로 쉴 새 없이 돌리며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가까이서 보니 차량 외부 앞뒤 좌우에도 카메라가 장착돼 있었다. 웨이모가 편리하게 정차할 수 있도록 한적한 주택가 주차된 차량이 없는 곳에 서 있었지만, 웨이모는 정차하기 좋은 곳을 지나 기자가 서 있던 자리에서 약 다섯 발자국 떨어진 스트릿 파킹된 차량 옆에 멈췄다. 인간이라면 하지 않았을 선택을 한 웨이모의 판단에 다소 의아한 마음을 안고 차량에 탑승했다.
■주행 경험
웨이모의 재규어 I-페이스 차량 내부는 굉장히 깨끗했다. 환영의 메시지와 함께 안전벨트를 착용해 달라는 음성이 나왔다. 대시보드 중앙 인포테인먼트 화면의 ‘주행 개시(Start Ride)’ 버튼을 누르자 차량은 이내 출발했다. 3명이 탑승해 뒷자리에 앉은 일행이 안전벨트를 늦게 채웠더니 계속해서 경고음이 울렸다. 이후 내부 카메라가 불특정하게 실내를 모니터링할 수 있으나, 음성은 수집하지 않는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운전기사 없이 저절로 흔들리는 핸들이 낯설었지만 곧 익숙해졌다. 내부에 카메라들이 많이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외부인(운전기사)이 공간에 없어 ‘프라이빗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앞좌석뿐만 아니라 뒷자석에도 인포테인먼트 화면이 설치돼 있었다. 화면으로는 도착지까지 남은 거리와 시간, 도로 상황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차내 온도를 조절하거나 음악을 바꾸는 것도 가능했다.
웨이모를 탑승하고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주행 중 다양한 도로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이었다. 주택가를 벗어나 왕복 4차선 도로에 진입한 후, 웨이모는 신호등과 주변 차량, 보행자, 장애물 등을 스스로 인식하며 신중하게 속도를 조절했다.
절대 지정 속도를 넘지 않았으며, 항상 일정한 차간 거리를 유지하며 주행하고 정차했다. 이런 신중한 대처는 안정감을 주었지만, 승차감에는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마치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초보 운전자의 주행처럼 느껴졌다.
교차로를 바로 앞에 두고 신호등이 노란불로 바뀔 경우에도, 무조건 차량을 멈추지 않고 상황을 판단해 주행을 이어갔다. 소방차나 앰뷸런스와 같은 긴급차량이 접근할 경우, 교통법규에 따라 차선을 변경하고 적절하게 차를 멈추기도 했다. 반대편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와 차량의 경로를 침범하는 상황에서도 무리 없이 차량을 피해 대처했다. 결론적으로 다양한 도로 상황에서 신속하고 안전한 판단을 통해 효율적인 주행을 유지하며,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에도 적절히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개선할 점은
물론 개선이 필요한 점도 있었다. 베벌리센터 주변에서 하차 후 웨이모를 다시 호출하며 일부러 혼잡한 장소를 지정해봤다. 샤핑몰 주차장에서 대기하던 중 호출된 웨이모가 주차장 입구를 지나쳐버렸다. 두 번째 시도에서도 주차장 입구는 여전히 혼잡했으며, 웨이모는 다시 진입을 포기하고 주변을 돌아 결국 10분 이상 시간이 지체됐다.
원하는 모든 곳으로 호출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번화한 곳에서 탑승을 원할 경우 픽업 포인트에 제약이 있어 웨이모가 픽업 가능한 곳까지 도보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장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웨이모를 다시 이용할 용의가 있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YES’다. 같은 거리·같은 시간 우버와 비교했 때 수요가 많고 적음에 따라 가격이 2~5달러 저렴했으며, 무엇보다 팁플레이션 시대에 팁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컸다. 또 하나 마음에 드는 점은 웨이모의 ‘냉정함’이었다. 로드레인지가 만연하는 복잡한 LA 거리 한복판, 운전자들 사이 상한 감정이 경적소리로 뿜어져 나오는 와중에도 운전에만 집중하며 차분하게 운전하는 웨이모의 모습은 앞으로 인간 운전자를 대체할 이유가 되기에 충분해 보였다. 입력한 목적지 근처 안전한 장소에 정차한 웨이모는 휴대전화나 열쇠, 가방을 잊지 말라는 따뜻한 안내 음성으로 기자를 배웅했다. 감정 없는 기계에서 나온 이 음성은 인간의 실수까지 세심하게 배려하려하고자 하는 차세대 교통수단의 가능성을 실감하게 하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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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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