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관상용 비단잉어 중에 “코이(Coi)”라는 신비한 물고기가 있다. 코이는 보통 어항에서 10cm정도 자라지만 수족관에서 30cm 강물에서 1m 이상 커버리는 코이라는 물고기의 삶은 아주 특이하다. 같은 물고기인데도 환경에 따라 성장하는 정도가 달라지는 신기한 물고기이다. 우리는 흔히 “노는 물이 다르다” 라 는 말을 하곤 한다.
그만큼 환경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간다는 뜻이다. 같은 날 같은 시각에 태어나 똑같은 사주를 가진 사람이라도 그가 자라온 환경과 주변 인물에 따라 현재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런 점에서 우리 모두는 다 코이 인지도 모른다.
우리사회에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기회와 가능성, 성장을 가로막는 어항과 수족관이 그물처럼 걸려있다. 걸림돌이 되는 어항과 수족관을 깨고 모두가 기회와 균등 속에서 재능을 마음껏 발휘 할 수 있도록 사회와 국가가 강물이 되어 주어야할 필연성이 절실하다. 같은 물고기지만 어항에서 기르면 피라미가 되고 강물에 놓아두면 대어(大漁)가 되는 신기한 물고기를, 사람들은 이를 두고 “코이의 법칙”이라고 한다. 주변 환경에 따라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이 법칙을 듣기만 해도 마음이 설레지 않겠는가. 자신의 무대를 어항이라 생각까지 않고 강물이라 생각해서 성장을 키운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코이의 법칙은 얼마 전 내로남불의 편싸움으로 각인된 국회에서 시각장애인 여당 한 의원이 대정부질문에서 인용하여 큰 화제가 되었다. 연설 역시 내내 정말 오랜만에 잔잔한 감동을 주어 시청하는 국민들에게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여야 모두 기립 박수를 보냈고 이날만은 극한 양측대립과 혐오감을 씻어주는 유쾌한 국회모습이었다. 박수의 주인공은 “국회의원 김예지” 의원이었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인 김의원은 장애인당사자이자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장애인학대 범죄에 대한 철저한 수사, 엄중한 처벌을 위한 법률제정의 필요성과 실효성 있는 장애인 정책을 위한 예산 확대, 그리고 장애인정책의 방향과 정부의 역할 등을 주제로 대정부질문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평소의 국회에 대정부질문에서 고성 막말 폄훼발언은 사라지고 서로 배려하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고 오래 만에 국회다웠다. 잔잔한 감동의 여운을 남긴 채 김의원은 물고기 “코이” 이야기로 대정부 질문을 끝냈다.
우리사회에서 소외된 부분을 대변하는 공복으로서 모든 국민이 당당한 주권자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을 맺었다. 막말과 우격다짐으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들이 속출하던 서울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오랜만에 미소와 박수를 이끌어낸 김예지 의원의 대정부질문에 적극 공감하며 찬사를 보낸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사회적 약자이고 소외된 장애인에게 음지에서 피눈물 나는 그들의 생활환경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배려했던가. 정부마저도 여러 이유로 정책 방향과 역할에 소홀하지 않았는지 절실히 돌아 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동안 경제 10대 선진국에 진입하며 OECD회원국으로 대한민국의 국격과 위상에 걸맞게 장애인 복지부문에서 정책역점이 되어야한다는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이의 법칙 유사사례로는 “벼룩”을 들 수 있다. 벼룩은 자기 몸의 수십 배를 뛸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유리컵에 가둬두면 벼룩은 이쪽저쪽 점프하여 머리를 부딪치다가 결국은 머리를 부딪치지 않는 만큼만 뛴다는 것이다. 이는 어떤 환경에 놓이는냐에 따라서 뛸 수 있는 높이가 달라지는 것이다. 사람은 믿어 주는 만큼 자라고 아껴주는 만큼 여물고 인정하는 만큼 성장하는 법이다. 내가 생각하는 선택한 주변 환경과 생각들에 따라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자식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한 맹자 어머니. 조선명필의 한석봉 어머니. 이들은 모두 코이의 법칙을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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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훈 미주 문협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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