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일룡 칼럼
▶ 변호사, VA 페어팩스카운티 교육위원
지난 주 화요일에 치러진 미국 대선 결과는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빗나갔다.
그것은 비단 나와 같은 민주당원들뿐만 아니라 공화당원들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만큼 충격이 크다. 공화당은 대통령직뿐만 아니라 연방 의회의 상원과 하원 모두에서 다수당이 되어, 공화당이 추구하는 정책 수립과 입법에 거침없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내 입장에서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이라면, 연방 상원에서 공화당이 필리버스터를 저지할 수 있는 60석을 차지하지 못했기에 최악의 상황은 면한 것 같다.
한인 동포사회로서는 뉴저지주의 앤디 김 연방 상원의원 당선자나 캘리포니아 연방 하원 제47지구의 데이브 민 후보와 같은 40대의 젊은 리더들이 두각을 나타낸 것이 고무적이다. 앞으로 그들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 캘리포니아의 미셀 스틸 의원의 경우 현재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 비록 성공하지 못했지만 출마해 수고한 다른 한인 후보자들에게도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이번 공화당의 승리는 여러 가지로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트럼프가 과거 대통령으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었는지를 잘 알면서도, 미국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그를 지지하고 다시 선출했다는 사실은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민주당으로서도 철저히 원인을 분석하고, 국민들이 바라는 것에 대한 정책 변경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물론 미국 우선주의에 도덕적 권위나 당위성이 있다는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국정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아무리 혐오스럽더라도 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
선거 당일, 나는 한인 투표자들이 많은 한 투표장에서 민주당 홍보지를 나누어주는 자원봉사를 맡았다. 그 투표장을 찾은 한인 투표자들 중에는 나를 알아보는 분들이나 과거에 나를 지원해준 유권자들도 꽤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중 제법 여러 명이 공화당 후보자에게 표를 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직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선거 당일 출구조사를 기준으로 4년전 선거에 비해 아시안 유권자들의 민주당 지지율이 약 7퍼센트 정도 하락했다는 보도가 맞지 않나 싶다. 공화당 지지율은 반대로 5 퍼센트 상승했다고 한다.
이민 정책과 관련해서, 불법 이민자들이 우리 한인들 사이에도 제법 있지만, 불법 이민자들이 직장을 빼앗거나, 그들 때문에 임금이 하락하거나 불필요한 정부 재정이 소요된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이 표로 자신의 심정을 표시했을 것이라고 본다. 히스패닉 유권자들 중에서도 공화당 후보를 지지한 표가 늘어난 것도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으로 일하는 나는, 공화당 정권의 등장으로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질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여전히 민주당 지지 유권자들이 절대 다수인 페어팩스 카운티가 추구하는 교육 정책에 대해, 공화당 정권 아래의 연방 법무부나 교육부가 여러 방법으로 견제를 가할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또한, 공화당 출신 주지사를 둔 버지니아 주의 경우, 주정부가 연방정부와 보조를 맞추면서 진보 성향이 강한 지역 학군들의 정책에 변화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압박은 단순히 이념이나 정책의 대립을 넘어서, 소송으로 이어져 많은 에너지를 소모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어팩스 카운티와 같은 진보적인 학군에서도 추구해온 정책들에 대해 조정할 필요가 있는지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형평성 추구에 기울였다면, 앞으로는 형평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위한 학생들과 부모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데 더욱 신경을 써야 할 시점이 아닐까 한다.
어쨌든, 연방정부에서 예상되는 변화들에 적응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면서, 이번 선거에서 미국 국민들이 전체적으로 보여준 요구에 부응하는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대선 결과에 감정적으로 반응해서는 안 되고, 교육 정치도 민주주의에 기초하고 있다면, 주민들의 변화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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