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투표를 모두 잘 마치셨는지? 혼란과 격동의 난타전이 끝나고 이제 미국과 세계는 마지막 순간까지 초박빙이던 2024 대선의 결과를 초조히 기다리고 있다.
해리스냐, 트럼프냐? 누군가가 또 다시 ‘선거사기’라며 몽니와 난동을 부리지 않는 한 민주주의에 따라 합법적으로 선출된 사람이 앞으로 4년 미국과 세계를 이끌어갈 것이다.
그런데 이번 대선이 끝나면 한 가지 확인하고 싶은 게 있다. 그동안 수많은 기관들이 수없이 쏟아낸 여론조사가 과연 얼마나 믿을 만한가 하는 것이다. 아울러 집 전화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요즘에는 어떻게 조사를 하는지, 인공지능(AI) 시대에도 그런 구식의 민심파악이 필요한지도 궁금하다.
이런 의구심은 현재 한국에서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명태균 게이트’ 때문에 더욱 커졌다. 2021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명씨가 여론조사를 윤석열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조작했고, 그 결과 경선과 대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충격적인 보도 말이다. 명씨의 여론조사업체는 가짜응답자 샘플을 만들어내는 수법으로 수치를 조작했다고 한다. 여론조사를 그렇게 쉽게 조작할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박빙에서는 아주 작은 수치의 조작도 민심을 오도해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이번 미국 대선처럼 초박빙 접전에서는 여론조사가 어떤 역할을 했을까?
미국의 대선 여론조사는 오랫동안 신뢰성을 인정받아왔다. 그러다가 크게 철퇴를 맞은 것이 2016년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의 선거, 당시 모든 여론조사는 힐러리가 크게 우세하다고 발표했다. 심지어 뉴욕타임스는 힐러리의 승리를 기정사실로 믿고 ‘마담 프레지던트’라는 커다란 전단 제목을 두른 1면과 함께 최초의 여성대통령을 조명한 특집을 만들어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결과가 어떻게 됐는가?
당시 트럼프가 일으킨 이변은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자주 누락됐던 사람들, 교육수준이 낮고 정치적으로 무관심하여 설문조사에 참여하지 않는 유권자들의 표가 몰린 덕분으로 분석되었다. 그때 이후 여론조사기관들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조사방법을 바꿨고 유선전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우편물, 온라인 방식을 혼합해 사용하면서 여러 변수들을 조정하고 있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여론조사기관들은 전통적인 무작위전화 돌리기로 조사를 실시했다. 세 곳 전화하면 한 집에서 받았던 시절이다. 그러나 지금은 140번 전화해야 한번 응답이 있을까 말까하기 때문에 더 이상 이 방법은 사용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셀폰에 전화해봐야 효과 없기는 마찬가지, 요즘에 누가 모르는 번호의 전화를 받겠는가. 대부분 콜러ID 기능을 갖고 있고 낯선 번호는 스팸 처리하기 때문에 직접 통화는 극히 어렵다.
따라서 많은 기관들은 온라인 패널을 사용하거나 광고를 통해 참여의사가 있는 사람을 모집하여 조사를 실시한다. 뉴욕타임스/시에나대학을 비롯한 상위권 여론조사들은 무작위가 아닌 등록 유권자들을 타겟으로 한다. 소수지만 선거여론과 상당히 관련이 있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퓨 리서치는 무작위 선정한 수천 개의 가정에 메일을 보낸다. 사람들이 전화는 안 받아도 우편물은 뜯어보는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이 방법은 느리고 엄청난 노력과 비용이 소요되지만 향후 계속 연락할 수 있는 견고한 표본을 구축할 수 있다. 응답자들(약 3분의 1) 가운데 미국인구의 대표성을 지닌 사람들을 정규(유료) 조사자로 모집하는 것이다.
어떤 방법을 쓰든 여론조사는 완벽하지 않다. 미국인들의 정치성향은 주에 따라 다르고, 인종 성별 종교 나이 학력 소득수준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편향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지금처럼 정치양극화가 극단적일 때는 공화 민주 어느 쪽으로 기운 샘플이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이런 모든 변수를 조정하지 않고 평면적인 수치만을 내놓는다면 절름발이 결과가 될 것이다.
선거일에 임박할수록 여론조사는 더 치열해진다. 이 마지막 기간에는 표심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추적조사를 매일 실시하지만 그 수치가 아주 미묘하여 판세의 변화를 읽기는 힘들고 대세에 영향을 미치기도 어려워 보인다. 이번에도 1억6,000만명의 등록유권자 가운데 거의 절반이 우편이나 사전투표를 마쳤으니 결과는 이미 정해져있다고 보아야한다.
지난 주말까지 발표된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는 CNN(47 대 47), CBS(해리스 50 트럼프 49), 디모인레지스터(해리스 47 트럼프 44), NYT/시에나(7개 경합주 거의 동률) 등으로 전국 구도에서는 해리스가 앞서지만 경합주에서는 오차 범위내의 접전을 보이고 있다. 과연 이 조사결과들이 실제 대선결과로 이어질지, 아니면 숨은 표들의 이변이 나올 것인지 지켜봐야겠다.
대선에서 여론조사는 얼마나 중요한가? 선거전문가들에 의하면 여론조사는 꼭 필요하고 중요하다. 여론조사가 없다면 사람들은 다른 유권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중요한 현안이 무엇인지, 선거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판세를 읽을 수 없게 된다. 그만큼 대선 기간 중 언론이 발표하는 여론조사 결과는 대중에게 큰 파급력을 미치고 거꾸로 그 영향이 대선결과의 향방을 좌우하게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제 끝이 났다. 그동안 선거 스트레스가 심했다. 거의 일 년째 트럼프의 막말과 협박을 들으면서 피곤하기 짝이 없었다. 하루 빨리 개표가 마무리되고 패자는 깨끗이 승복하여 대선정국이 지나가면 좋겠다. 이제 누가 되었든 돌이킬 수 없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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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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