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파 밸리의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8월초부터 샤도네와 소비뇽 블랑 포도를 따기 시작해 마지막 카버네 소비뇽을 거두는 10월말까지 분주하고 들뜬 분위기가 곳곳에서 느껴진다. 포도송이 주렁주렁 매달린 밭에 들어가 살짝 검은 열매 한두 알 따먹으며 기분을 내볼 수도 있는 시즌.
또 이 시기에는 많은 와이너리들이 새 빈티지를 출하하면서 축제와 파티를 연다. 봄 겨울에 방문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한마디로 ‘술 익는 마을’의 흥과 활기가 흘러넘친다.
지난 주말, 나파 밸리의 두 와이너리에서 그 흥취에 흠뻑 빠져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나 에스테이츠’(Dana Estates)와 ‘세븐 스톤즈’(Seven Stones), 둘 다 한국인 소유의 컬트 와이너리로, 그 자체만으로 감격적인 경험이었다. 나파에서 한국인이 경영하는 최고급 와이너리를 두 곳 연달아 방문할 수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놀라운가. 과거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이야기, 지난 몇 년 사이 한국의 대기업들이 본격 진출하면서 찾아온 변화다.
선구자인 ‘다나’는 벌써 20주년을 맞아 지난 14일 세컨 레이블인 ‘온다’(Onda)의 파티를 열었다. 회원과 게스트들을 초청해 새로 출시한 2022 소비뇽 블랑과 2021 카버네 소비뇽, 그리고 2019, 2017, 2015 빈티지를 함께 시음하는 파티였다. 원근각지에서 찾아온 와인애호가들이 삼삼오오 5개 스테이션을 돌며 맛있는 핑거푸드와 함께 넉넉하게 즐겼던 여유로운 이벤트였다. 다나는 오는 10월5일에 세 번째 레이블 ‘바소’(Vaso)의 하베스트 파티를 또 한 번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에 처음 방문한 ‘세븐 스톤즈’는 한화솔루션이 2022년 12월 3,400만 달러에 인수한 곳이다. 세인트헬레나의 메도우드 리조트 내 45에이커의 산등성 부지, 하지만 포도밭은 3에이커가 채 안 되기 때문에 생산량이 180~500케이스밖에 안 되는 초소형 부티크 와이너리다.
바로 이웃에 할란, 콜긴, 나파 밸리 리저브, 에이브루 등 최상위 컬트 포도밭들이 위치해있는 명당자리여서 이곳이 부동산 마켓에 나왔을 때는 나파에서 내노라하는 와이너리들이 모두 탐냈다고 한다. 하지만 포도밭으로 개발할 면적이 크지 않아 생산량 늘리기가 힘들자 모두 포기했고, 결국 한화가 매입 기회를 포착했다.
세븐 스톤즈는 미 국방부의 전투식량(MRE) 생산으로 거부가 된 로널드 워닉이 1995년 설립한 곳이다. 처음부터 최상급 카버네 소비뇽만을 소량 생산해 멤버에게만 판매하는 와이너리를 지향했고, 2005 첫 빈티지부터 로버트 파커의 와인잡지(Wine Advocate)로부터 99점을 받은 이후 지금까지 최상품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아트 콜렉터였던 론 워닉은 유러피언 스타일의 건축과 조경은 물론, 세련된 미감의 예술작품과 가구들로 인테리어와 정원 구석구석을 채워 아름답고 풍성하게 만들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7개의 거대한 화감암으로 세운 설치작품 ‘세븐 스톤즈’(리처드 도이치 작)가 가장 먼저 눈길을 끌고, 정원 곳곳에 설치된 10개의 야외조각 작품들이 자연과 동화된 예술적 에너지를 더한다. 와이너리 전체가 산뜻하고 품격 있어서 들어서자마자 기분이 확 좋아지는데, 이는 새로 영입된 팀의 섬세한 노력으로 이루어진 성과다.
이곳은 현재 유명 와인메이커 애런 팟(Aaron Pott), 할란을 8년간 운영했던 최고경영자 드니스 자크누(Denis Jaquenoud), 그리고 이주연 마케팅 및 비즈니스개발 디렉터 등 소수 핵심인력이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한화 측은 최대한 개입하지 않고 이들에게 와인과 경영의 전권을 위임한 채 새로운 와이너리의 정체성을 찾고 있다고 개발팀은 전했다.
이주연 디렉터에 따르면 한화는 전 소유주와 마찬가지로 ‘최고’의 세븐 스톤즈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으며. 와인 외에도 아티스트를 지원하는 선구적 역할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초 ‘아티스트 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런칭, 일년에 4명의 작가를 초청해 현지에서 작업한 작품으로 전시도 하고 레이블에 사용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올 전반기에 김경태 윤가림 작가의 레지던시가 끝났고, 현재는 김희원 사진작가가 머물고 있으며, 앞으로 LA의 유희진 작가가 찾아올 예정이다. 아마 나파 지역에서 첫 시도가 될 작가와의 협업, 듣기만 해도 설레고 흥분된다.
이처럼 대담한 사업 중심에는 이주연 디렉터가 있다. 조지타운대학에서 미술관학 석사를 받고 스미소니언 박물관 산하 허숀 현대미술관과 한국의 리움 미술관에서 일했던 그는 와인까지 체계적으로 공부하여 자격증을 갖춘 이상적인 재원으로, 세븐 스톤즈의 새로운 비상에 꼭 필요한 식견과 미감과 센스를 갖춘 적임자로 보였다.
이날 함께 한 와인 테이스팅에서는 카버네 소비뇽 2016과 2021 빈티지, 그리고 올해 처음 출시한 세컨 레이블 2022 ‘더 콜렉션’을 천천히 시음했다. 카버네 프랑을 소량 섞어 만든 2021 카버네 소비뇽은 태닌과 피니시가 어마어마해서 숙성 잠재력이 수십 년은 될 것이고, 더 콜렉션은 세컨 레이블답게 좀더 편안하고 부드러웠다. 카버네는 850달러, 더 콜렉션은 225달러이며 멤버에게만 판매된다.
아직은 과도기의 불안정이 엿보이는 세븐 스톤즈가 아름답고 탄탄하게 자리 잡기를 바란다. 다나 에스테이츠처럼 세계 최고 와인의 반열에 오르기를 기대한다. 그리하여 나파 밸리와 한국과 미주한인사회에서 모두 자랑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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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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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량이 적게 나온다 했지 언제 못만든다 했냐? 하여간 개생충이야.
어처구니가 없는 돈세탁...와인을 못만드는 와인어리를 사서...없는 와인을 판매하겠다고 홍보? 무슨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