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매미는 극성이다. 나무가 울창한 곳이면 “쒜애애애, 쓰르르르, 쓰윙 쓰윙...” 하는 울음소리가 떼창을 하니 밤낮으로 시끄럽기 그지없다.
매미의 울음은 암컷을 유혹하고자 수컷이 내는 소리이다. 매미 종류가 다양하다보니 울음소리도 틀리다고 한다. 매미는 온도에 영향을 받아 날씨가 더우면 매미의 체온도 덩달아 올라간다. 폭염 속에 매미가 더욱 크게 울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기록적인 폭염 속에 매미의 울음 소리를 반주 삼아서 창덕궁의 후원 구경에 나섰다.
창덕궁은 1405년 태종이 건립한 궁으로 조선 왕조 사상 가장 오랜기간 왕의 주거처로 쓰인 궁궐이다. 조선 5대 궁궐 중 유일하게 1997년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되었으며 경복궁은 상징적인 정궁이고 창덕궁이 실질적인 정궁이다.
정전인 인정전은 근대화의 영향을 받아 커다란 전구를 감싼 화려한 황금색 실크 장식이 화려하기 짝이 없다.
창덕궁의 북쪽 정원인 후원(後元)은 한동안 비밀의 정원 즉 비원(苑)이라 불려졌었다. 출입통제된 이곳은 미리 예약 하고 정해진 시간에 후원 입구에 모이면 문화 해설사가 앞장서 후원을 안내한다. 약 1시간 10분 정도 후원 곳곳의 설명을 들으며 산책할 수 있다.
초입의 부용지부터 옥류천, 왕비가 잠업을 장려하던 400년된 뽕나무,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격언처럼 통치자들은 항상 백성을 생각하라는 교훈을 담고있는 어수문(魚水門)까지 구경하고 나오면서 해설사에게 “왜이렇게 매미가 우느냐?’’ 고 묻자 “임금 머리에 매미가 앉았다.”고 한다. 웬 뜬금없는 소리냐 했더니 “매미는 농부가 지은 곡식을 탐하지 않는다, 이슬만 먹고 산다. 그래서 임금이 쓰는 모자인 익선관에 두 개의 둥근 매미 날개를 붙이는 것이다.” 고 말한다. 매미 울음소리가 시끄럽다는 말이었는데 문화 해설사는 조선왕조에서 매미란 존재 의미를 설명한 것이다.
조선시대 임금이나 신하가 쓰던 모자를 익선관(翼善冠)이라고 하는데 날개 익(翼), 착할 선(善), 모자 관(冠)으로 매미 날개 한 쌍을 모자의 뒷부분에 부착했다. 다만 임금의 익선관은 매미 날개가 머리 뒤로 올라가 있고 신하의 익선관은 매미의 날개가 양옆으로 펼쳐져 있다. 왜 하필 매미일까?
매미의 ‘오덕(五德)’ 이 있다.
첫째는 매미의 입 모양이 항상 곧은 것이 마치 선비의 갓끈이 늘어진 것을 연상하게 하니 매미에게는 학문(學文)이 있다. 둘째는 이슬을 먹고 사니 맑음(淸)이 있다. 세째는 사람이 애써 가꾼 곡식이나 채소를 먹지 않으니 염치(廉恥)가 있다. 네째 다른 곤충과 달리 집이 없이 사니 검소(儉素)하다. 다섯째 겨울이 되면 때맞춰 죽으니 신의(信義)가 있다. 철맞줘 왔다가 가을이면 떠나니, 떠나야 할때 떠날 줄 아는 곤충이 아닌가말이다.
익선관에는 매미를 닮아서 선정(善政)을 베풀고 싶어하는 마음, 청렴한 공직자가 되고자 하는 바람이 담겨져 있다. 조선시대 정무에 임하는 사람은 항상 이 매미의 오덕-문(文), 청(淸), 겸(兼), 검(儉), 신(信)을 잊지말라고 했다.
익선관을 둘러싼 고사(故事)가 있다. 조선 제13대 왕 명종은 어느 날 세자 후보인 세 명의 왕손들을 모아놓고 자신의 익선관을 벗어서는 한번씩 써보라고 했다. 앞의 두 왕손은 한 번 쓰고 내려놓았으나 세번째 왕손은 “감히 임금의 모자를 어떻게 쓰냐?”고 거절했다. 그러자 명종은 나중에 그에게 임금의 자리를 물려주었다. 조선의 14대 임금 선조다.
가장 오래된 것은 세종대왕이 쓰던 익선관으로 전해진다. 임진왜란때 왜적이 탈취해 간 왕실 유물을 국내의 한 수집가가 일본에서 구입해 반입했다. 이 익선관 안에 훈민정음 해례본 이전의 제자해(훈민정음 창제 과정의 풀이)가 들어있어 세종대왕이 사용한 것으로 보고있다.
한국이나 미국의 정계는 여전히 복잡하고 앞이 안보인다. 정치판이 권력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이라도 할 사람, 자기 잇속만 챙기는 사람, 서민의 것을 강탈하는 사람으로 채워져서는 안되겠다.
정치인들은 이 매미의 오덕을 지표로 삼아 말과 행동을 같이했으면 한다. 특히 대선을 앞둔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매미의 오덕’을 알고 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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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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