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시계방향) ▲독일계 미국인 화가 앨버트 비어슈타트가 1876-1877년 사이에 그린 ‘마운트 코코란’ ▲파블로 피카소의 초기 대표작인 ‘곡예사 가족, 1905년’. ◀길버트 스튜어트가 1782년에 그린 ‘스케이트 타는 사람(윌리엄 그랜트의 초상)’.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 I. M. 페이가 1978년에 완공한 워싱톤 국립미술관의 동관(왼쪽). 동관 루프 테라스에 전시돼 있는 카타리나 프리치가 제작한 대형 수탉 조각상 ‘한/코크’.
1963년 1월, 워싱턴 국립미술관에서 대단한 일이 벌어졌다. 1월 9일부터 2월 6일까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전시회가 열린 것이다. 프랑스 공화국 정부가 미국 국민들에게 대여한 모나리자는 26일의 관람기간 중 50만명 이상의 방문객이 관람했다. 프랑스 최고의 보물 중 하나인 모나리자가 외국에 대여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모두 국립미술관 서관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후 국립미술관 동관은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 I. M. 페이에 의해 1978년 완공됐다. 페이의 동관 설계는 몇 년 후 미국 건축가 협회로 부터 ‘국가 공로 훈장’을 수상했으며,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으로 부터 건축 의뢰를 받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리고 1984년부터 1989년 사이에 지어진 건축물이 바로 현재 루브르 박물관 앞에 세워진 피라미드이다. 워싱턴 국립미술관에서 시작된 작은 피라미드가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루브르 박물관의 주요 입구 역할을 하는 대형 피라미드로 변신한 것이다.
피라미드 길 건너에는 조각가 헨리 무어의 ‘칼날 같은 두 개의 조각 거울’ 청동상이 세워져 있다. 오른쪽 동관으로 들어 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두 개의 큰 채광창과 계단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있는 거대한 중앙홀이다.
옥상 테라스에는 여러 예술가들이 제작한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카타리나 프리치가 제작한 대형 수탉 조각상이다. 14m 높이의 파란닭 ‘한/코크’는 국립미술관에서 발간하는 미술책 표지에도 사용된다. 국립미술관의 중요한 소장품 중 하나인 것이다. 동관에는 19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의 예술작품을 연대순으로 배치해 놓았다. 그 중에는 파블로 피카소, 이브 탕기, 에드워드 호퍼, 알렉산더 칼더, 길버트 스튜어트, 빌헬름 렘브루크 등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 500점 이상이 전시돼 있다. 거의 모든 작품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던 코코란 미술관 소장품이었다.
내가 백악관 바로 옆에 위치해 있던 코코란 미술관을 처음 방문한 것은 대략 30년 전의 일이다. 이후에도 네 번 정도 더 방문했다. 독일 출신의 미국 화가 앨버트 비어슈타트의 ‘마운트 코코란’ 작품이 전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작품을 처음 감상하고 금새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하늘로 치솟은 눈덮힌 산, 산을 감싸는 뭉게구름, 잔잔한 호수와 쏟아지는 폭포, 호숫가로 천천히 나오고 있는 흑곰 풍경이 실제 내가 그 곳에 서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런데 1869년에 설립되어 워싱턴 DC에서는 가장 먼저 생긴 코코란 미술관이 2014년 문을 닫고 말았다. 잘못된 경영에 의한 재정문제로 미술관은 물론 함께 운영하던 코코란 미술대학교까지 모두 문을 닫은 것이다. 현재 코코란 미술대학은 조지 워싱턴 대학에 흡수되었고, 19,500점의 컬렉션 중 9,500여점이 국립미술관으로 오게 된 것이다. 그 외 컬렉션은 다른 공공기관과 조지 워싱턴 대학교에 분배됐다.
앨버트 비어슈타트는 마운트 코코란을 1877년 윌리엄 코코란에게 2만 5천 달러에 판매했다. 현재 시세로 계산하면 162만 달러에 해당한다. 원래 이 작품의 이름은 ‘마운틴 레이크’였다. 그런데 제목을 코코란으로 바꾼 이유는 비어슈타트가 작품을 코코란에게 판매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79세였던 코코란은 아들뻘 되는 47세의 비어슈타트의 그림을 좋아했다. 실제 코코란은 이 그림을 보고 좋아했으며 당시로서는 거금을 지불하고 작품을 구매한 것이다. 국립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비어슈타드의 작품은 마운트 코코란 외에도 루체른 호수, 버팔로 트레일: 임박한 폭풍, 버팔로의 최후 등 4점이 있다. 이 작품들은 모두 동관에서 서관으로 입장하여 2층으로 올라 가면 바로 왼쪽 코코란 컬렉션 전시관에서 감상할 수 있다.
미국 화가 프레더릭 에드윈 처치가 그린 ‘나이아가라, 1857년’도 코코란 컬렉션 중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전 국립미술관 관장이었던 바이네케는 이 그림을 가르켜 미국 풍경화 중에서는 최고의 작품이라고 찬탄한 바 있다.
국립미술관은 미국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으로 구성된 국립미술관 이사회에서 감독한다. 올해 미국 연방 정부가 국립미술관에 조달한 연방 기금은 1억 5천970만 달러. 내년에는 1억 6천만 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국립미술관이 연방 정부 기금으로만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특히 워싱턴 지역 유지들의 작품 구입 지원금이 큰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다빈치의 지네브라 데 벤치를 구입할 때는 앨리사 멜론 부르스 펀드로 사들였고, 베시 휘트니 부인은 고흐의 자화상을 포함한 주요 화가들의 그림 8점을 기증했으며, 에드거 윌리엄은 초기 미국 화가들의 컬렉션 142점을 기증했다. 그 외 열거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미국 유지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은 뚜렷하다. 우리도 그 정신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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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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