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까지만해도 어떤 나라 안에서 일어나는 범죄 문제는 그 나라 소관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상한 독재자가 일어나 국민들을 억압하거나 정당한 이유없이 많은 사람을 죽였어도 이른바 “국내문제”라고 해서 딴 나라 사람들이나 기관이 간여할 수 있는 길이 없다는 체념적인 발상이 지배적이었다. 또한 개인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타국으로 잠적하면 찾아내어 체포하고 기소하기가 쉽지 않았다.
현 시대에서는 교통 통신 무역과 미디어 등의 발달과 함께 세계가 점점 좁아지고 있고, 국가들의 국제 사법기관 참여가 높아졌다. 수사공조와 수사기관 간의 연대도 활발해졌다. 또한 국제 인권법 분야의 법리가 강화되고 유능한 법률가들이 이 분야에 종사하게 되었다. 이제는 범죄자들이나 피의자들이 숨어 살기 힘든 세상이 됐다.
상설 기관인 국제형사법원(International Criminal Court) 이 정식으로 발족한 것은 2002년이었다. 로마 조약에 따라 설립된 국제형사법원은 국제법원이 개인에 대한 형사 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으로는 최초이자 유일한 법원으로 124개국이 가입되어 있다. (국제형사법원은 유엔 산하기구인 국제사법재판소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와는 다른 기관이다. 국제사법재판소는 국가간의 분쟁에 대해 결정한다.)
네델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국제형사법원은 2005년에 첫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2006년에 첫 재판전 청문을 했고, 2012년에 첫 판결을 내렸다. 이 때 콩고의 반군 리더 토마스 루방가 딜로가 아동 병사들을 사용한 죄로 14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국제형사법원은 대량학살, 전쟁범죄, 반 인류범죄 등 국제 범죄에 관할권이 있다. 한국인 송상현 판사는2009년부터 2015년까지 국제형사법원의 최고위직인 법원장으로 재임했다. 국제형사법원에서 2016년 발표한 정책문서는 케이스 선정에서 환경범죄에 촛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하여, 국제형사법원은 2023년 러시아 대통령 블라드미르 푸틴과 러시아 아동 커미셔너에게 아동납치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유엔 안보이사회 상설 멤버인 러시아의 국가 원수를 체포하여 기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푸틴이 국제형사법원 조약국인 외국으로 여행하면 그 나라의 수사기관에 체포될 수 있다.
국제형사법원은 추가로 러시아 항공군 사령관과 함대사령관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올해 발부했다. (최근 국제형사법원 수석 검찰관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 이스라엘 네타나유 수상과 국방장관, 그리고 하마스 리더 2명을 전쟁범죄로 체포하기 위한 영장을 신청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국제형사법원 조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은 세계의 경찰이 서로 협조하여 법죄에 대처하는 세계 최대의 경찰기구라고 할 수 있다. 세계 196개국이 가입한 인터폴에서는 적색통보 (Red Notice) 와 청색 통보(Blue Notice)를 회원국들에 통지한다.
적색통보는 회원국 경찰로부터 요청을 받고 모든 회원국들에 어떤 사람을 체포하라고 통지하는 것으로 국제체포영장에 가까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청색통보는 개인에 대한 인포메이션을 요청하는 것이다.
인터폴은 각 나라에서 수배중인 범죄자나 범죄혐의자들을 국제 공조로 찾아내는데 기여했다. 그런데, 독재자들이 반대자들을 찾아내 체포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터폴을 이용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독재자에 반대하는 인사가 해외의 민주주의 국가에 거주하고 있어도, 독재국가의 경찰이 인터폴에 그 사람에 대한 적색 통보를 회원국들에 발부하면, 해당 민주 국가의 경찰이 그 사람을 체포하여 독재국에 넘기는 사례들이 발생했다. 독재국가 경찰이 인터폴의 데이타 베이스를 남용하기도 한다.
언론인으로 수상까지 받은 베네주엘라의 저널리스트가 페루에서 체포됐다. 이집트인으로 망명을 시도하던 인사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수감됐다. 러시아는 런던에서 활동하는 인권운동가를 체포하기 위해 여러 차례 인터폴을 이용하려고 시도했다. 이같은 일들이 자주 발생함에 따라 인터폴은 적색통보를 오용하거나 남용하지 못하도록 감독을 강화했다고 한다.
그러나 유명인사가 아닌 경우는 적색통보의 대상이 되었을 경우 감당하기 힘들다. 콜로라도에 거주하는 한 여인은 폭력적인 남편으로부터 이혼하여 아이에 대한 양육판결을 받았는데도, 멕시코에서 어린 딸과 함께 콜로라도의 집으로 돌아온 후 그에게 인터폴의 적색 통보가 발급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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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무/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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