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정관계에 한동훈 “수평적”·원희룡 “원팀”·나경원 “동행”·윤상현 “신뢰”
▶ 당심잡기 경쟁도 시동…원외위원장 모임 찾아 ‘지구당 부활’ 등 공약
국민의힘 당권 레이스가 4파전 구도로 짜여졌다. 왼쪽부터 이날 국회에서 출마선언을 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과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지난 21일(한국시간) 출마를 선언한 윤상현 의원, 그리고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23일(한국시간) 링에 오르자마자 채상병특검법 등 여권에 민감한 정국 현안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이날 국회에서 차례로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나경원 의원은 각종 이슈와 관련해 선명한 입장차를 드러냈고, 앞서 당권 도전 출사표를 던진 윤상현 의원도 이 싸움에 뛰어들었다.
◇ 韓 채상병특검 수용…나경원 "위험한 균열"·윤상현 "내부교란 자충수"·원희룡 "절대다수 반대"
한 전 위원장은 이날 출마 회견에서 대표가 되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종결 여부와 무관하게 제삼자가 공정하게 특검을 고르는 내용으로 채상병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은 "민심을 거스를 수 없다"며 "(특검법 발의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진정으로 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나머지 주자들은 '선(先) 수사, 후(後) 특검'이라는 여당의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원 전 장관은 "우선 공수처에서 수사를 철저히 하고 그 결과에 미진함이 있다면 그때 가서 특검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게 여당 입장"이라며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이 각 1표의 의결권 있다. 절대다수가 (특검을)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의원은 페이스북 입장문에서 "민주당의 특검은 진실 규명용이 아니다. 정권 붕괴용"이라며 한 전 위원장을 향해 "특검 수용론, 순진한 발상이고 위험한 균열"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도 "공수처 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짓밟고 내부 전선을 흐트러트리는 교란이자 자충수"라고 날을 세웠다.
◇ 당정관계 해법 두고도 '4인 4색' 견제구 날리며 입장차
당권 주자들은 당정관계 접근법에서도 확연히 다른 정체성을 드러냈다.
한 전 위원장은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고 실용적인 방향으로 쇄신하겠다"며 "기준은 오로지 '민심'과 '국민 눈높이'여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에 관해서도 "친소 관계가 공적 결정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돼선 안 된다"며 "그게 훨씬 더 건강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가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당정 원팀'을 강조한 원 전 장관은 한 전 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불화설을 겨냥한 듯 "신뢰가 있어야 당정관계를 바로 세울 수 있다. 저는 대통령과 신뢰가 있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당정이) 조건 없이 힘과 마음을 합쳐 어려움을 극복하고, 부족함과 실수가 있다면 과감히 고쳐나갈 것"이라며 "밀어주고 끌어주는 당정동행"을 좌표로 제시했다.
윤 대통령, 친윤(친윤석열)계와의 관계에서 대척점을 형성한 한 전 위원장과 원 전 장관을 동시에 겨냥하며 일종의 중간 지대를 파고드는 포석으로 보인다.
윤 의원은 "윤 대통령과 저는 누구보다 신뢰 면에서 두텁다. 제 진정성을 알기 때문"이라며 "두터운 신뢰 속에서 할 말은 하겠다"고 강조했다.
◇ 나경원 '대선 불출마' 배수진에 한동훈·원희룡 '답변 보류'
나 의원은 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차기 대권에는 도전하지 않겠다는 배수진을 쳤다.
나 의원은 "이번에 당 대표를 맡아서 우리 정당을 바꾸고 2027년 대선에서 반드시 이길 수 있는 정당의 기초를 만들겠다"며 "대표는 묵묵히, 대권주자를 빛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잠룡으로 거론되는 한 전 위원장과 원 전 장관이 당권까지 쥐어선 안 된다는 메시지였다.
그러자 한 전 위원장은 나 의원을 향해 "꿈을 크게 가지셔야 할 것 같다"면서 자신의 대선 거취 문제에 대해 즉답하지 않았다.
원 전 장관 역시 "그때 국민이 어떻게 불러주시냐에 따라 생각할 문제"라고 에둘러 답했다.
◇ 원외 대표 한계론 두고 나경원·윤상현 vs 한동훈·원희룡 설전
윤 의원은 최근 출마 선언에서 한 전 위원장, 원 전 장관을 겨냥해 "두 분은 민주당과 싸워서 졌다"고 말했다.
총선 당시 비대위원장이었던 한 전 위원장, 지역구에서 낙선한 원 전 장관 모두 거대 야당인 민주당과의 싸움을 이끌 선봉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나 의원도 이날 "지금은 국회가 주 전장"이라며 원외 정치인인 한 전 위원장과 원 전 장관의 한계론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한 전 위원장은 "어차피 108석 소수정당이다. 원내 기준만 말하는 것은 좀 안일한 생각"이라며 "나 의원이야말로 원외로 두 번이나 당 대표에 출마하지 않았나"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나 의원을 포함해서 원내로 들어간 108명, 내가 열심히 다 뛰어준 분들 아닌가"라며 "충분히 팀워크를 맞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 전 장관도 나 의원의 지적에 "20년 이상 우리 당 계열에서 당선된 적 없는 제주나 인천에 출마해보고 얘기해줬으면 좋겠다"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3선 의원, 재선 도지사, 국토부 장관 등 이력을 들어 "오히려 원내에만 치우칠 수 있는 당 운영을 원내외, 정부, 대통령실이 다시 원팀이 되도록 넓게 아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온종일 난타전을 벌인 4명의 당권 주자는 당심 잡기 경쟁에도 시동을 걸었다.
이들은 경기 남양주에서 열린 원외 당협위원장 모임 '성찰과 각오'의 워크숍 현장을 찾아 당 운영에 대한 비전과 공약을 제시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한 전 위원장과 나 의원은 원외 당협위원장들에게 지구당 부활, 원내외 공동당직제 도입 필요성 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 전 장관은 워크숍에서 한 전 위원장과 만난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당원과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전당대회를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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