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뛰어넘어 온 인류에 영향을 끼친 러시아의 위대한 작가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단편 소설에서 “모든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것은 각기 자신의 일을 염려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 가운데 사랑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모든 사람 각자는 자신의 일을 걱정하고 애씀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뿐, 실은 오직 사랑에 의해 살아가는 것”이라고 썼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이 각자 흩어져 무관하게 살기를 원치 않으신다는 것”이다.
사회 변혁을 위해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인 저항을 해야 한다는 톨스토이의 기독교적 철학은 러시아 정교회로부터 파문 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나 그는 노벨 문학상 후보로 5년 연속 추천됐고, 노벨 평화상 후보로 3번 추천되었으나 실제로 상을 받지는 못했다.
톨스토이가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 만으로 노벨상에 대한 비판과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의 평화주의와 비폭력 주의 철학은 인도 간디의 비폭력운동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일제의 총칼 지배에 맞서 비폭력 평화 운동을 일으킨 3.1 운동의 정신도 톨스토이의 정신 세계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톨스토이는 각 개인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며 걱정하고 애쓰는 모습들을 보며, 서로 돕고 힘을 합치는 것이 모두가 해야 할 일이라고 본 것이다. 개인생활이나 사회생활 그리고 경제생활이나 정치생활 그리고 국가 간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인간의 걱정과 두려움이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서로 협력하면 상당히 해결되거나 완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중요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못한다.
지금 온 인류가 처한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에 대처해 나가는데 있어서나, 전쟁과 테러로 인한 참혹한 파괴와 인간 살상의 상황에서 벗어 나려면, 서로 각기 다른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함으로서만 보다 긍정적인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 온 인류를 순식간에 멸망시킬 수 있는 핵 무기 확산의 위협에서 벗어나는 일도 그렇다.
어쩌면 인간 본성 자체에 내재해 있는 이기심이 여러 문제의 근본 원인일 수 있다. 그러나 교육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훈련을 쌓기도 한다. 미국에 뿌리깊은 인종주의도 갓난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인종주의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라면서 가정과 주위에서 이 아이를 그렇게 교육시키고 보고 자라게 하면서 인종주의자가 된다고 한다.
넬슨 만델라는 사우스 아프리카의 극심한 인종 차별정책에 저항하다 수십년간 감옥에 있었는데, 감옥 안에서도 간수들과 친구가 되어 좋은 관계를 쌓아 나갔다고 한다. (그리고 창 밖의 꽃을 보며 희망을 유지해 나갔다고 한다.) “죄는 미워하지만 사람은 미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실천하여, 그 후 백인 드 클럭과 흑백 연합정부를 세움으로써,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인종차별 정책을 마침내 타파하게 된다.
1954년 기념비적인 ‘브라운 대 교육위원회 (Brown v. Board of Education)’사건에서 미국 대법원이 공립학교에서 인종을 분리시키는 것이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미국의 인종 차별 철폐를 위한 초석을 쌓았는데, 이제 미국은 어떤 면에서 거꾸로 가고 있다. 올해 선거 결과에 따라 미국 민주주의가 독재로 선회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실제적인 우려가 일어나고 있다.
과거에 비하면 전체적인 생활 수준이 나아졌다고 해도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볼 때 부족한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온갖 사회적 정치적 문제가 일어나고 있으며 빈부 격차와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인간은 경시하고 순전히 자본논리에 근거한 이익 극대화의 경제가 인간을 황폐하게 하고 있다.
인간의 자만심이 세계를 위험한 곳으로 이끌고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집권하면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정책을 없애겠다고 공언하며, 그 동안 미국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데 기본 동력이었던 이민자들이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고 하는 사람들이 득세하면 결국 미국의 자녀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힘든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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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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