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플레이션에 경제성과 무색
▶임기 내내 경제 메시지 혼선
▶ ‘네거티브 공세만 급급’ 지적
▶물가안정 실현해야 재선 가능성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월 디트로이트의 한 식당에서 고객들과 셀카를 촬영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물가 안정과 금리 인하가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로이터]
트럼프 후보와 재매치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에게 강한 경제 회복세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인플레이션과 이로 인한 고금리가 대통령 선거가 있는 연말까지 계속될 경우 바이든 대통령 재선에 빨간불이 켜질 것이란 경고다. 최근 3월 물가지수가 당초 예상보다 높게 발표되면서 경제 과열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제기됐다. 예상 밖으로 강한 고용 시장과 임금 상승, 소비자 지출 증가 등은 대부분 미국인의 바람이지만 동시에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인플레이션 해소 현상이 조만간 나타나지 않으면‘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 금리 인하 시기도 늦춰지고 이에 따라 모기지 이자율은 높은 수준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결국 아메리칸드림으로 대변되는 서민의 내 집 마련이 멀어지고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 이탈 현상을 막을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인플레이션에 무색해진 경제 성과
전 재무부 수석이코노미스트 캐런 다이난 하버드대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 큰 경제 성과를 이루었지만 수십 년 만에 최악의 경제 상황에 직면해 있다”라며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최근 인플레이션 악화로 다시 낮아졌다”라고 지적했다. 개솔린 가격은 소비자들이 인플레이션의 체감하는 주요 척도다. ‘전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최근 두 달간 개솔린 가격은 꾸준히 올라 지난 12일 갤런 당 평균 3달러 63센트를 기록했다. 미시건 주립대의 설문 조사에서 물가가 다시 오를 것이란 우려에 4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당초 기대와 달리 하락했다.
강한 경제로 소비자 지출이 늘어나는 현상은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자 지출은 최근 급증세다. 특히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여행과 호텔, 외식에 대한 지출이 늘고 관련 업종의 고용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로 인한 물가 상승이 되풀이는 악순환이다.
■대국민 경제 메시지 혼선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인플레이션율이 재선에 성공한 빌 클린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임기 때와 유사한 점을 강조한다. 클린턴과 레이건 대통령 임기 때 인플레이션율은 각각 3.6%와 4.8%를 기록한 바 있다. 자레드 번스타인 바이든 경제 자문위원회 의장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물가를 낮추려는 노력은 현재 정부의 주요 과제”라며 “처방전 약품에서부터 쓰레기 수수료, 집값, 양육비에 이르기까지 고물가와의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내내 경제 관련 대국민 메시지 전달에 혼선을 빚어왔다.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이 처음 발생했을 때 바이든 행정부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곧 잠잠해질 것이란 메시지로 유권자 표심을 얻으려고 노력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는 ‘푸틴 때문’이라며 당시 개솔린 가격 급등은 러시아 탓으로 돌렸다. 그러다가 인플레이션이 가라앉은 뒤에는 보수 매체에 의해 조롱거리로 치부됐던 ‘바이든노믹스’란 용어로 경제 성과에 홍보에 나섰다. 경제학자들이 팬데믹 이후 혼란스러운 경제를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듯 바이든 행정부도 혼란을 보이는 모습이다.
■네거티브 공세에 급급
바이든 행정부는 경기 침체 위기를 피했고 ‘반도체 법’(CHIPS Act)과 대규모 인프라스트럭처 법안 등을 통과시키는 데 성공했다. 법안 통과로 도로 및 교량 보수 공사 진행, 반도체 산업 확대 등이 기대되지만 고집스러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유권들의 반응은 냉랭하기 그지없다. 높은 밥상 물가와 살인적인 주거비를 불평하는 미국인 늘면서 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성과를 내세우려는 백악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급기야 론 클라인 전 백악관 비서실장까지 정치매체 폴리티코를 통해 백악관이 내놓는 경제 메시지의 문제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클라인 전 실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인프라스트럭처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상승하는 물가에 대한 언급이 부족한 점을 꼬집었다. 이에 대해 백악관 측은 바이든 대통령이 물가 하락에 대한 중요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트럼프 후보를 공격하는 네거티브 메시지도 내놨다.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 경제 정책의 핵심은 중산층 강화, 물가 하락, 인플레이션 해소로 트럼프 후보의 ‘마가노믹스’(MAGAnomics)와 정반대되는 정책”이라며 “마가노믹스는 중산층의 삶과 인플레이션을 악화시켜 부유층 부를 늘리는데 초점을 맞춘 정책”이라는 메모를 최근 공개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재점화로 백악관은 늘어나는 경제 우려를 가라앉혀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재선 위해 금리 인하 절실
기대했던 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우려에 주식 시장은 상승 탄력을 잃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연준의 금리 인하가 올해 12월까지 실시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는데 이는 당초 기대했던 시기보다 6개월이나 지연된 시기다. BOA는 금리 인하 폭도 당초 기대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 중이다.
연준과 거리 두기에 나섰던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터져 나오자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한다면서도 올해 말 이전에 금리 인하가 실시될 것이란 기대에 변화가 없다며 금리 인하에 압박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금리 인하가 절실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대통령 선거로 인해 올해 금리 인하가 시행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투자자들은 특정 후보를 선호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에 대선 전 금융 정책에 변동이 발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컬럼비아 대학 글렌 허버드 경영학과 교수는 “연준이 11월 이전에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라며 “이는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경제 상황을 고려한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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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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