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5일부터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이 할렘(Harlem) 르네상스에 대한 역사적인 전시회를 열고 있다. ‘할렘 르네상스와 대서양 횡단 모더니즘’ 전(흑인 데니스 머렐 기획)은 7월28일까지 열리며 20세기초 뉴욕 할렘 지역이 흑인문화의 메카로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다.
흑인이 주인공이 된 전시는 1987년 할렘스튜디오 뮤지엄 이후 거의 40여년 만에 메트 뮤지엄에서 열려 관심이 깊다. ” 할렘 르네상스?’, ” “흑인이 주인공? ” 궁금증을 달래고자 얼마 전에 메트 뮤지엄에 갔더니 주 관객이 흑인들이었다.
할렘 르네상스는 흑인이 주도한 최초의 국제현대미술 운동으로 1920년대부터 1940년까지 대도시에 정착한 새로운 흑인의 일상을 묘사한 흑인 예술가들 작품 16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참여작가로 찰스 알스턴, 아론 더글라스, 메타 워릭 풀러, 윌리엄 H. 존슨, 아치볼드 모틀리. 위놀드 라이스, 오거스타 새비지, 제임스 반 더 지, 로라 휠러 워링 등이다. 물론 흑인을 모델로 작업했던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에드바드르 뭉크의 작품도 있다.
1918년경~1940년까지 할렘 르네상스, 가장 번성기는 1920년대, 남부에서 약 30만 명의 흑인이 북부로 이주했고 할렘은 화가, 작가, 음악가 등 흑인 예술가들의 집결지가 되었고 흑인 중산층이 늘어났다. 1922년 클로드 매케이의 시집 ‘할렘 그림자’와 1923년 장 투머의 시 ‘지팡이’가 가장 먼저 돌파구를 마련했고 곧이어 전반적인 문화현상으로 이어졌다.
메트의 전시작은 흑인 의사와 흑인 시인의 초상화부터 시작하여 중산층 흑인들의 문화-재즈를 듣는 나잇 라이프, 최신식 차량에 모피 코트 차림의 흑인커플, 신사숙녀의 맨하탄 데이트, 뷰티살롱에서 티 타임을 즐기는 흑인여성, 음식과 와인이 넘치는 피크닉, 그외 역사적 사건들을 기록한 아카이브 사진들이다.
그렇다면 1920년대 미국은 어땠을까? 전후 경제적 풍요와 더불어 개인적 소외감, 청교도주의에 대한 환멸 등을 일으킨 ’잃어버린 세대’는 새로운 대안으로 흑인의 원초적인 아름다움에 관심을 갖게 된다. 흑인들은 백인과의 결합을 통한 경제적 안정과 흑인 사회 내부의 자의식 성숙으로 흑인 지식인 공동체의 출현이 할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1925년 흑인작가 알랭 로크가 편집한 ’The New Negro’ 이름을 따서 ‘신흑인 운동( New Negro Movement)으로 알려진다. 우리가 아는 상식으로는 흑인을 비하하는 인종차별적인 명칭이 ’니그로‘인데 이 전시회에서는 공공연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들은 전쟁 전 남부에 거주하는 흑인들과 구분된다. ‘새로운 흑인(New negro)은 지적인 면과 정신에 있어서 옛날 흑인(Old negro)과 다르다고 묘사한다.
이후 할렘 르네상스는 대공황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1970년대만 해도 한인 이민자들이 겁이 나서 못갈 정도로 곳곳의 빌딩이 불타고 치안이 불안한 범죄지역이자 빈민가였다. 1990년대 초부터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이 벌인 범죄 퇴치 정책, 빌 클린턴 정부의 할렘지역 개발 등으로 지금은 할렘이 완전히 탈바꿈되었다.
2020년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촉발된 #BLM (’흑인 목숨도 중요하다‘)는 미 전역을 휩쓴 인종차별 항의 시위 사태를 유발했다. 남부군 상징물을 없애고 인종차별주의자 이름의 공공건물 명칭이 변경되고 있다. 다시 흑인문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흑인 작가들이 대두되고 있는 현재이다.
어쨌든 이 ’할렘 르네상스‘ 전에서 흑인들이 짙은 피부색을 수치심 없이 자연스레, 오히려 흑인의 삶과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을 당당히 드러낸 점이 보기 좋았다. 1차 세계대전으로 유럽 이민자수가 급감하자 북부에서는 정착금을 주며 이들을 불러들였고, 또 누군가의 재산인 노예일 때는 건드리지 못하더니 노예에서 벗어나자 대놓고 린치를 가하는 남부백인을 피해 오로지 살기위해서 할렘으로 왔다.
하여간 할렘 르네상스 전시회, 한 번 볼만하다. 한편, 1963년 내무부는 지도상 모든 연방 지명에서 흑인 비하 단어를 의미하는 ’N-word ‘단어를 삭제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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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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