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 새해 벽두부터 세계 각국의 우주개발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 미국의 우주기업 아스트로보틱은 8일 달 착륙선 ‘페레그린’을 유나이티드론치(ULA)의 벌컨 센토 로켓에 실어 우주로 쏘아 올렸다. 페레그린이 다음 달 중순 달에 무사히 착륙하면 세계 최초의 민간 달 탐사선이 되지만 발사 이후 기술적 문제가 발생한 상태다. 또 다른 민간 우주기업인 인튜이티브머신은 다음 달 중순 무인 달 착륙선 ‘노바-C’를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어 발사할 예정이다. 노바-C는 발사 이후 7일 만에 달 표면에 착륙할 예정이어서 성공할 경우 페레그린을 제치고 민간 첫 무인 달 착륙선이라는 타이틀을 가져갈 수도 있다.
미국과 기술 패권 전쟁을 벌이는 중국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앞서 5일 상업용 기상 데이터 서비스를 위한 ‘톈무 1호’ 4기를 발사해 궤도에 안착시켰다. 중국은 올해 총 108개의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2일 무려 21개의 지구 저궤도 위성을 한꺼번에 쏘아 올린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상업용 위성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두고 보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중국은 1만 2,000개의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쏘아 올리는 ‘G60’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미중 패권 전쟁이 지구 밖 우주에서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7일에는 인도가 지난해 9월 발사한 태양 관측용 인공위성 ‘아디티아 L1’이 4개월여에 걸친 비행 끝에 목표 지점에 성공적으로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태양 주변 궤도에 인공위성을 안착시킨 것은 아시아 국가로는 인도가 처음이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달 남극에 무인 착륙선 ‘찬드라얀 3호’를 착륙시킨 데 이은 성과다. 최근 우주개발 경쟁에서 인도의 약진이 놀랍다.
우리나라는 ‘G7’ 국가다. 서방 선진 7개국이 아니라 ‘우주(Galaxy) 7대 강국’이다. 자력으로 위성을 우주로 보낼 능력을 갖춘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7개국에 불과하다. 2000년대 들어 뒤늦게 우주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취다. 국민들이 자긍심을 가져도 되지만 아직 만족할 단계는 아니다. 여전히 우주 선진국과의 격차는 크고 갈 길이 멀다. 지구에서 200만 ㎞ 이상 떨어진 심우주 탐사는커녕 아직 달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2032년 한국형 달 착륙선을 보내려면 보다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주개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우주항공청이 설치·운영되는 것은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우주항공청 설립은 우리나라 우주개발 역사에서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우주 정책·사업을 모으고 보다 체계적인 연구개발(R&D)이 이뤄진다면 우주개발 사업의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 무엇보다 우주항공청은 민간 우주항공 산업 육성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는 우주개발은 국가 주도로 이뤄질 수밖에 없지만 정부 예산은 생태계 조성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고 민간 자본이 마르지 않는 ‘수원지(水源池)’가 돼야 한다.
정부는 민간 우주항공 기업들이 ‘뉴 스페이스’를 열 수 있도록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을 해주고 클러스터를 조성해 시너지를 내도록 할 필요가 있다. 우주항공청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경남 사천시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천문연구원이 위치한 대전시,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전남 고흥군을 ‘우주항공 산업 트라이앵글’로 연결해 R&D 강화와 생태계 조성에 힘을 쏟는다면 ‘세계 5대 우주 강국’도 꿈만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한화와 HD현대, 한국항공우주산업, KT 등 대기업들의 우주항공 분야 투자가 확대되고 이노스페이스와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쎄트렉아이 등 발사체·위성 개발에 특화한 벤처·스타트업들이 더 많이 생겨서 큰 성공을 거뒀으면 한다.
“우주는 무한한 가능성의 창입니다. 우리가 그 창을 열면 새로운 세계가 우리 앞에 펼쳐집니다.” 아폴로 계획을 이끌었던 존 F 케네디가 한 말이다. 평범하지만 ‘한국판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인 우주항공청 설립을 앞둔 시점에서 묵직하게 다가온다. 민간 우주기업들의 담대한 도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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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행경 서울경제 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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