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들 직원 복귀 위해 갖가지 복지 혜택 도입
▶ 재택 고수 직원에 골머리…당근과 채찍 정책 병행
뉴욕시 소호 지역에 위치해 있는 시리얼 생산판매업체인 매직 스푼은 지난해 회사 내 회의실을 전면 리모델링했다. 과거 규격화되고 딱딱한 분위기의 회의실 대신 회의실 용도별로 ‘블루베리 머핀’ 회의실, ‘과일 맛’ 회의실, ‘메이플 와플’ 회의실 등으로 이름을 붙여 그에 걸맞은 색감과 가구를 배치했다. 집처럼 편안함과 휴가지 호텔의 고급스러움이 어우러져 선망의 사무실 분위기를 내는 속칭 ‘엔비 오피스’(envy office)다.
매직 스푼이 사무실을 개조한 것은 팬데믹 후 50여명의 전 직원에게 1주 2일의 사무실 복귀 조치를 실행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집처럼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에서 직원들이 근무할 수 있도록 해 사무실 복귀에 대한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사무실 디자인을 담당한 레티시아 고라는 “사무실 복귀 조치에 직원들의 반발을 없애기 위해 사무실 리모델링 작업을 시작했다”며 “사무실 개조는 직원들의 퇴사를 막고 유지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사무실 복귀에 나서는 스타트업과 테크 기업 사이에서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사무실로 개조된 엔비 사무실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며 “젊은 직장인들을 사무실로 끌어들이는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내 기업들이 팬데믹 이후 직원들을 다시 사무실로 불러들이기 위해 사무실 개조는 물론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사무실 복귀에 소극적인 직원들을 사무실에 더 붙들어 놓을 수 있는 각종 당근책을 제시해 복귀에 따른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의도에서다. 사무실 복귀에 속도를 낼 뿐 아니라 이직하려는 직원들을 붙들어 두고 신세대 직원 유치하는 효과까지 보고 있어 일석삼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매직 스푼처럼 사무실을 개조한 또 다른 기업으로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가 있다. 메리어트는 지난해 사옥을 이전하면서 건물 내에 헬스장, 명상실, 안마 의자, 보육 센터를 설치했다. 회의 공간에는 공용 소파와 라운지 의자를 놓아 대화실과 같은 분위기를 조성했고, 사옥 내부에는 산책로까지 만들었다. 부동산 개발업체 하인즈 등이 입주한 텍사스 타워의 공용층에도 소파, 안락 의자, 커피 테이블을 놓아 집 거실과 같은 분위기를 조성했다. 직원들이 집처럼 편안한 사무실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기업들이 사무실 재고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독려하기 위해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복지 제도를 제공하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페이스북을 소유한 메타는 매주 목요일 해피 아워를 정해 무료 음료와 스낵을 제공하는 제도를 다시 실시하고 있다. 이외에도 메타는 역시 한때 폐지했던 직원용 티셔츠 제공이나 세탁 및 이발 서비스 제도를 다시 부활시켰다.
프랑스 화장품 기업 로레알은 지난해 캘리포니아주에 새 사무실을 열면서 주3일 출근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반려견 돌봄이나 세탁소에서 옷을 찾아오는 등 심부름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직원들이 시간당 5달러를 부담하면 나머지 비용은 기업이 부담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앤드영의 미국 법인은 사무실 복귀를 장려하기 위해 통근비와 가족 및 반려동물 돌봄 비용 등을 합쳐 연간 800달러 내에서 보조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미국 내 기업들이 사무실을 개조하고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고 나선 데는 사무실 복귀가 기업의 현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시카고대학 여론조사센터(NORC)의 조사에서 미국 기업의 인사담당자의 75%가 사무실 복귀를 꺼리는 직원의 이직을 막는 게 문제라고 응답했다. 이중 19%는 ‘심각한 현안’이라고 답할 정도다.
사무실 복귀 속도가 지연되면서 공실률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기업들로서는 부담이다. 상업용 부동산 매체 코스타 데이터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공실률이 약 30%에 달했고 LA 카운티도 지난 2분기 공실률이 25.3%로 전년 동기에 비해 4.2%포인트나 상승했다.
사무실 복귀에 따른 출퇴근 비용 증가도 기업들에겐 사무실 복귀를 위해 풀어야 할 숙제다. 화상 회의 기업 아울랩스의 조사에 따르면 주5일 근무하는 풀타임 직원이 지난해 41%에서 올해 66%로 늘어난 가운데 사무실 근무로 1일 평균 51달러를 더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사무실 출근에 따른 복지 혜택을 추가하면 직원들의 이탈과 저항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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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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