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부터 ‘핵-재래전력 통합’ 연합연습 본격화…SCM 공동성명에 반영
▶ 괌에서 2~4시간, 폭격기 더 자주 온다… ‘북핵경고’ 전략자산 횟수 늘려
내년부터 한반도에 출동하는 미국 핵전력과 한국군 재래식 전력을 통합한 연합작전 체계가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미 전략자산 출동 횟수도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연합연습은 한미연합사령부의 기존 재래식 연합작전계획과 한미가 새로 마련하는 북한 핵 공격 대응계획을 결합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미 공동의 새로운 핵대응연습이라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와 군 관계자들은 한국에 대해 확장억제 실행 의지를 분명히 하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이자, 북한을 겨냥해서는 무모한 핵 도발시 정권 종말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지속해서 발신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한미 정부의 군사·외교적 노력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오는 13일(이하 한국시간) 서울에서 공동 주관하는 제55차 한미안보협의회(SCM)는 지난 7월 제1차 핵협의그룹(NCG)에서 논의한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내년에 어떻게 실행할지를 주요 의제로 다룰 예정이다.
양국의 확장억제 협의 결과는 회의 직후 발표되는 SCM 공동성명에 명문화된다고 정부 관계자가 12일 전했다.
이 관계자는 "1차 NCG 회의에서 논의한 내용들이 양국 장관에게 보고될 것"이라며 "이번 SCM에서 양국 장관은 NCG 논의 내용을 평가하고, 내년에 실행할 확장억제 계획들을 협의 점검하고 승인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차 NCG 회의에서는 미국이 핵 작전을 수행할 때 한국군의 재래식 전력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한 양국 공동기획 및 실행, 미국 전략자산 전개 확대 방안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특히 미국이 한반도 및 인근에서 핵전력을 운용할 때 이를 한국군의 어떤 재래식 전력이,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지에 대한 협의에 초점이 맞춰졌고, 양국 국방 당국이 앞으로 이를 식별해 TTX(도상훈련·Table Top EXercise)가 포함된 연합연습에 적용해 발전시키자는 데 의견을 모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미는 지난 5월 미국 전략사령부에서 양국 합참과 인도태평양사령부 관계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TTX를 실시해 미국의 핵 작전에 한국의 재래식 전력을 지원하는 방안을 처음 논의한 바 있다.
이런 TTX 결과 등을 토대로 구체적인 공동의 핵대응계획 또는 연습 시나리오를 짜서 내년부터 한국 또는 한반도 인근에서 미 핵전력과 한국 재래식 전력이 맞춤형으로 참가한 연합훈련을 본격화할 것으로 정부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 핵전력-재래식 전력 통합작전 어떻게…공중·해상전력이 핵심
핵전력과 재래식 전력 통합에는 미국 핵 추진 잠수함이 동해 수중에서 작전할 때 한국 해군이 운용할 P-8A(포세이돈) 해상초계기, MH-60R(시호크) 해상작전헬기 등과 작전배치된 3천t급 잠수함 등을 출동시켜 주변 해역의 잠수함 활동을 감시하는 방법이 있다.
비행 속도가 마하 0.95(아음속)로 적의 대공방어망에 취약한 B-52H(스트래토포트리스)가 한반도에 출동하면 최대 속력 마하 1.8로, 합동직격탄(JDAM)과 소구경 정밀유도폭탄(SDB) 등으로 무장한 한국 공군의 F-35A 스텔스 전투기와 최대속도 마하 2.3으로, 전투행동반경이 1천529km에 달하는 F-15K 전투기 등의 엄호 출격은 이미 시행되고 있다.
에어버스의 민간여객기 A330-200을 기반으로 제작된 A330 MRTT의 한국형 공중급유기 KC-330(시그너스)이 미국 F-35 전투기 등에 급유를 지원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미국 핵전력 운용과 연계해서 지원할 수 있는 우리 재래식 전력들을 식별해 어떻게 핵전력과 통합해서 조화롭게 작전을 펼칠지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일부 논의 내용은 SCM 공동성명에 담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전력과 재래식 전력 통합은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워싱턴 선언'이 출발점이다. 이 선언에는 미국 핵 작전에 한국 재래식 지원의 공동 실행 및 기획이 가능하도록 협력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양국 대통령은 이 선언을 채택하면서 양자 간 상설 확장억제 협의체인 NCG도 창설하기로 했고, 지난 7월 출범한 회의에서 통합 방안을 협의했다.
이어 지난달 7일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취임사에서 "미국의 핵전력과 우리의 첨단 재래식 전력을 통합해 대북 억제력의 완전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같은 달 13일 한미동맹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는 "이번 SCM에서는 한미동맹 국방비전을 제시할 것"이라며 "미 핵전력과 우리의 첨단 재래식 전력을 통합해 대북 억제력의 완전성 제고를 명문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괌에서 2~4시간' 폭격기, 4~5척 상시 작전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 전개 확대
내년부터 핵전력과 재래식 전력 통합 연습이 본격화되면 미국 전략자산 출동 횟수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전략자산의 한반도 출동 빈도와 주기, 방법 등을 계속 늘려가는 추세이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본다"면서 "북한 핵 위협에 대한 경고와 함께 NCG에서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가시성 제고 방안 등을 논의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전략자산 전개 횟수가 늘어나더라도 이와 관련한 우리 측의 별도 비용 부담은 없고 주한미군 주둔에 따른 방위비 분담금에 다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전략폭격기와 핵 추진 항공모함, 핵잠수함 등 미국 전략자산이 다양하게 전개됐다.
B-52H는 지난달 '서울 ADEX 2023' 개막식 축하 비행에 참여하고 청주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B-52H가 한국에 착륙한 것은 처음이다. 한반도 인근에서 우리 공군과 다섯차례 연합훈련도 했다. B-52H는 B-2A와 마찬가지로 미국 본토에서 출동하면 한반도 상공까지 17~20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태평양 괌에서 출격하면 두 폭격기 모두 4시간이면 도착한다. 폭격기에는 핵폭탄을 상시 실어놓지 않기 때문에 유사시에는 핵폭탄 탑재 시간까지 고려하면 괌에서 오는 시간은 좀 더 걸릴 수 있다.
B-1B(랜서)는 올해 한반도에 다섯 차례 출동했다. 핵폭탄을 탑재하지 않지만, 속도가 마하 1.25로 빨라 괌에서 한반도 상공까지 2시간이면 도착한다. 무장량(57t)도 B-52H(31t)와 B-2A(22t)보다 많다.
미국은 이들 폭격기가 세계 어느 곳이든 불시에 출격하는 '폭격기기동임무'(BTF)를 수행할 수 있다면서 미 본토뿐 아니라 괌, 일본, 유럽 등에서도 상시 대기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다른 전략자산 핵 추진 항공모함 2척과 순항미사일잠수함(SSGN), 전략핵잠수함(SSBN), LA급 핵잠수함(SSN) 각각 1척도 올해 한국을 찾았다.
지난 6월 부산에 기항한 SSGN 미시건함(1만8천t)은 사거리 2천500km에 달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150여 발 탑재할 수 있다. 7월 방한한 SSBN 켄터키함은 W76-2(8kt), W76-1(90kt), W88(455kt) 등 3종의 핵탄두가 들어간 사거리 1만2천㎞의 '트라이던트-2' 20기를 탑재한다.
SSBN 4~5척은 태평양 일대에서 상시 작전을 수행하며, 하와이 근해 수중에서도 유사시 평양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미국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등장할 때마다 북한이 거칠게 비난하고 나서는 것은 그만큼 예민하게 받아들인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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