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센드 파트너스’ 리처드 박 공동대표
▶ 역경 딛고 응급전문의·의료사업가로 우뚝, ‘SMG’ 전략적 투자로 한인사회에 기여…“한인 1세들의 피땀, 2세들이 도약시킬 것…IPO 목표… 이익 10% 사회환원도 실천”
미주 한인사회 최대규모의 의료 네트웍인‘서울 메디칼 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뉴욕 기반의 의료전문 사모펀드‘어센드 파트너스’의 리처드 박 공동대표가 SMG를 미국 최고 수준의 의료기관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비전을 밝히고 있다. [박상혁 기자]
“LA 지역 1세 한인 의사들이 중심이 된‘서울 메디칼 그룹(SMG)’은 미주 한인사회에서 최대 규모의 의료 네트웍으로 성장했습니다. 뉴욕을 기반으로 한인 2세들이 주축이 된 의료전문 사모펀드 ‘어센드 파트너스’는 한인 1세들의 땀과 눈물로 이룩한 성공신화를 이어받아 SMG를 미국 최고 수준의 의료기관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지난 2일 서울 메디칼 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한 의료전문 투자그룹 ‘어센드 파트너스’의 리처드 박(51·한국명 박준) 공동대표의 말이다. 박 대표는 25일 본보를 방문해 가진 인터뷰에서 서울 메디칼 그룹과 어센드 파트너스의 통합 시너지가 이뤄낼 앞으로의 꿈과 비전을 이같이 분명하게 밝혔다. 박 대표는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지만 또박또박 한국어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지나 온 삶의 과정에서 겪었던 실패와 아픔까지도 진솔하게 털어 놓았다.
■한인 교회는 고향
개정 이민법 시행으로 한국인들의 미국 이민이 본격화된 1960년대 후반, 부친 박현철(84)씨와 어머니가 뉴욕으로 이민을 와 터전을 잡았다. 리처드 박(한국명 박준) 대표는 1972년 2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당시 뉴욕에 한인타운이 따로 있을 리 없었다. 뉴욕 곳곳에 세워진 한인 교회가 한인사회의 사랑방이자 중심 역할을 담당하던 시절이었다. 어린 리처드에게 ‘뉴장’으로 더 잘 알려진 뉴욕장로교회는 신앙과 학습의 공간이자 놀이터였다. 그 때 교회에서 사귄 또래 친구들과 40년 넘게 우정을 나눴다.
교회 친구 황규진(고객)씨와 김대현(재정)씨, 스티븐 강(IT)씨, 상 리(재무)씨는 리처드 박 대표가 지난 2010년 창업했던 어전트 케어 병원 체인 ‘시티 MD’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잊을 수 없는 또 한명의 절친이 연예기획사 JYP 대표인 박진영씨다. "교회 형들이 짖궂게 굴 때도 진영이는 형들한테 지지 않고 당당히 맞설 정도로 강단있는 친구였다"고 박 대표는 회상했다.
■2년 늦게 대학진학 주경야독
그 시절 이민생활은 누구한테나 녹록지 않았다. 부친 박현철씨는 이런저런 비즈니스를 전전하며 생계를 꾸렸다. 뉴욕 한국일보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 한글 간판을 제작한 사람도 부친이었다. 공부를 꽤 잘했지만 고교 졸업 후 곧바로 대학에 들어갈 형편이 안됐다. 아버지와 당시 유행하던 원아워 포토샵을 함께 운영했다. 2년 정도 열심히 일해 가게를 팔고 그 돈으로 대학 학비를 마련할 계획이었다. 2년 후 아이비리그 명문 펜실베니아대(유펜)의 와튼 비즈니스 스쿨에 입학했는데 가게가 팔리지 않아 10년간을 펜실베니아와 뉴욕을 오가며 주경야독했다.
아버지 비즈니스를 도와 리스 계약 때마다 ‘코사인’을 하다보니 정작 자신의 크레딧 기록은 엉망이 돼 있었다. 진로를 놓고 고민하던 차에 원아워 포토샵 단골 손님 중 뉴욕의 앨버트 아인슈타인 의대 교수로 재직 중인 버트 벨이라는 내과의사를 만났다. 그의 주선으로 1995년 아인슈타인 의대에 입학해 죽기살기로 공부했다.
■응급실 전문의서 의료사업가로
의대 졸업 후 롱아일랜드 유대병원에서 응급의학 레지던트 과정을 밟았다.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촉각을 다투는 응급실은 돈이 있으나 없으나, 노인이나 아이나, 백인이나 흑인이나 똑같은 수준의 대접을 받는 곳이죠. 이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곳이 응급실이라는 생각에 전공을 응급의학을 정했습니다.”
레지턴트를 마치고 1999년부터 같은 병원에서 응급실 전문의로 밤낮 없이 일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인과 함께 살아갔지만 뭔가 채울 수 없는 허전함이 있었어요. 나는 어디에도 속할 곳이 없는 ‘이방인’ 같다는 느낌이 늘 저를 따라 다녔죠.”
이후 2005년 롱아일랜드 병원을 나와 스탯MD라는 어전트 케어 클리닉을 오픈했다. 경험을 쌓은 그는 2010년 친척과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좀 더 규모 있는 어전트 케어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 2008~2009년 금융 위기 때문에 뉴욕 시내 건물 렌트비가 많이 떨어진 점도 고려했다.
이렇게 문을 연 ‘시티 MD’는 클리닉 수를 뉴욕과 뉴저지 일원에 150개까지 늘리며 승승장구했다. 의사 수만 500명에 달했다. 중간에 투자그룹의 투자를 받아 100년 역사의 서밋 메디칼 그룹을 인수해 몸집을 키웠다.
■의료분야 전문 사모펀드 창업
그러던 차에 유펜 재학시절 함께 공부하고 교회도 같이 다녔던 1.5세 한인 황인선씨가 그에게 동업을 제안했다 그보다 네 살 어린 친구지만 황인선씨의 경력은 대단했다. 글로벌 사모펀드인 ‘워버그 핀커스’에서 30대 중반부터 중역으로 일하며 의료 전문 투자가로 명성을 떨쳤다.
두 사람은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우수한 한인 의료진으로 구성된 최고 수준의 의료기관을 만들어 보자고 의기투합했다. 또한 주류사회에서 성공한 2세들이 한인사회 밖을 맴도는 현실이 안타까워 1세와 2세 사이에 ‘브릿지’ 역할을 맡자고 다짐했다.
투자는 황인선 대표가, 의사들 네트웍 구성은 리처드 박 대표가 맡는 조건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인 미주 한인사회 최초의 의료전문 사모펀드인 ‘어센드 파트너스’(Ascend Partners)다.
그동안 어센드는 8개 의료기관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어센드는 지난 1월 35개 클리닉, 의사 150명, 환자수 18만 명에 달하는 뉴욕 최대 소아과 전문의그룹 APG를 지분투자 방식으로 인수하는 등 공격적으로 인수합병에 나서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SMG와 전략적 파트너십
이제는 한인 의사들이 주축이 된 의료기관 투자가 다음 목표가 됐다. 뉴욕의 한인 의사그룹인 KAPIPA의 소개를 받아 2021년부터 서울 메디칼 그룹(SMG)과 접촉했다. 결국 8억1,000만달러를 투자해 서울메디칼그룹 지분의 3분의 2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어센드와 SMG는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지난 1993년 설립된 서울 메디칼 그룹은 현재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 전국 6개주에서 주치의와 전문의를 합쳐 4,800명의 의료진과 7만여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미주 한인사회에서 가장 큰 규모의 메디칼 그룹이다. 어센드는 SMG와의 파트너십을 시작으로 실력있는 2세 한인 의료진을 영입해 명실공히 전국 최고의 메디칼 그룹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다.
궁극적으로 SMG 증시 상장(IPO)이 목표라는 리처드 박 대표는 “어센드는 설립 이후 수익금의 10%를 커뮤니티에 환원하고 있다. SMG 역시 이익의 10%를 한인사회에 환원해 고립된 이민생활 탓에 정신적 문제를 겪고 있거나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을 돕는데 앞장 서겠다”고 다짐했다.
■ 리처드 박 대표는 누구
의료전문 사모펀드인‘어센드 파트너스’의 매니징 파트너이자 공동 창립자다. 펜실베니아 대학(UPenn) 와튼 스쿨에서 경제학 학사학위를, 앨버트 아인슈타인 의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뉴욕과 뉴저지의 180개 이상의 클리닉에서 매년 440만 명 이상의 환자를 치료하는 어전트 케어 회사인‘시티 MD(CityMD)’를 창립해 CEO를 맡았다. 그의 리더십으로 시티 MD는 2019년 5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대형 의료기관으로 성장했다.
그는 풍부한 경험을 갖춘 응급의학 전문의이며 성공적인 창업가이자 투자자다. 2010년 시티 MD를 설립하기 전 롱아일랜드 유대인 의료센터의 응급실 담당 의사였다. 대형 출판사 맥그로 힐의 응급 의학 분야 공동 편집자이기도 하다. 그는 또한 에센 헬스케어(Essen Health Care), 렌더(Render), 케어어바웃(CareAbout)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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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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