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 미국산 에이태큼스 격추…우크라戰 ‘게임 체인저’ 무력화 우려
▶ 우크라 반격 노력에도 아우디우카·드니프로 등 격전 지속
이·팔 전쟁에 국제 이목 빼앗겨…대선 앞둔 美정치도 불안 요소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20개월을 넘긴 가운데 양측이 수개월간 치열한 공방전을 이어가면서 전선이 고착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전장이 진흙탕으로 변하는 겨울철을 앞두고 반격에 기치를 올리고 있으나 러시아의 방어태세에 막혀 고전을 거듭하는 데다,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사이 분쟁 발발로 국제사회의 관심마저 옅어지는 모습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25일(현지시간) 자국 방공 시스템이 우크라이나의 에이태큼스(ATACMS) 지대지 미사일을 처음으로 격추했다고 밝혔다.
에이태큼스는 우크라이나가 작년부터 미국에 지원을 요구해온 무기로, 얼마 전 집속탄 형태의 에이태큼스가 우크라이나에 제공된 사실이 지난 18일 언론 보도를 통해 최초로 확인된 바 있다.
사거리가 최장 300㎞에 이르는만큼 러시아가 점령 중인 크림반도의 러시아 '흑해함대' 기지 등까지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전쟁의 '개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에이태큼스가 우크라이나 손에 쥐어지자마자 이같은 기대가 깨진 셈이다.
이날 러시아의 무인기(드론) 잔해가 우크라이나 서부 흐멜니츠키 지역에 추락하며 16명이 다치고 원자력발전소 인근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등 우크라이나 후방 기반시설을 노린 러시아의 공격도 지속하고 있다.
러시아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직접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점령지를 방문해 지휘체계를 점검하는 모습도 공개했다.
쇼이구 장관은 이 자리에서 "제군들의 노력 덕에 우크라이나군의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치하하며 자신감을 과시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지난 6월 별러왔던 '대반격'에 나선 이후 전과를 올린 부분이 분명히 있다. 이달 들어서는 주요 작전지역 중 하나인 남부 헤르손주(州)에서 드니프로강을 건너 러시아군 점령지로 진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양측이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가운데, 러시아 역시 전선 일부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은 이날 새 보고서에서 "지난주부터 드니프로강 하류 주변에서 전투가 격렬해졌다"며 "러시아가 강 유역 사거리 내에서 상당한 포병 전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전날 보고서에서 인공위성 사진을 토대로 "러시아군이 아우디우카 인근에서 공세 작전을 수행해 진격했다"고 분석했다.
아우디우카는 도네츠크 내 러시아 통제 지역과 가까워 전쟁 초반부터 교전이 잦았던 곳으로, 러시아가 최근 공세를 집중해온 바 있다.
곧 늦가을로 접어들며 눈과 비로 땅이 진창이 되어버리는 '라스푸티차'(우크라이나어 '베즈도리자') 시기가 되면 양측 모두 진격이 어려워지는 만큼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반격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으로 중동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줄어드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수십개월간 우크라이나 전쟁을 웹사이트 헤드라인으로 타전하던 미국 CNN 방송과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경우 최근 속보 코너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내용으로 대체한 것이 상징적이다. 영국 BBC 방송, 일간 가디언은 우크라이나전 앞에 이스라엘 전쟁을 배치했다.
이런 경향은 우크라이나 무기 수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9일 미국 매체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려던 155mm 포탄 수만발을 이스라엘에 보내기로 방침을 바꿨다.
그간 우크라이나는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필두로 서방의 전폭적인 군사 지원을 누려왔지만, 이제는 이스라엘과 무기를 더 먼저 많이 받기 위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지경이다.
미국 정치권이 내년 대선이 다가올수록 출렁이는 것도 우크라이나로서는 불안 요소다.
미 공화당은 전날 연방하원 4선 의원인 톰 에머(62) 원내 수석부대표를 새 하원의장 후보로 선출했으나, 당내 투표에서 부결됐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등에 적극적이었으나 당내 극우파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미국 내 우크라이나 지지 여론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데다, 공화당 유력 대선후보로 떠오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친(親)러시아 성향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황이 자국 안보에 직결되는 유럽 국가들은 이스라엘 전쟁에 밀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이 줄어들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최근 자국 의회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동의 지지를 약화하는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러시아로서도 지난 22일 심정지를 겪었다는 관측이 제기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잠재적인 위험 요소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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