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팔 전쟁’ 사상자 급증, 가자지구 인도적 위기…구호품 턱없이 부족
▶ 국제사회 노력에도 충돌 장기화 가능성…미-이란 대리전 조짐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22일(현지시간) 16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중동 정세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전이 '뇌관'으로 남아 있는 데다,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가 자리 잡은 북부 지역에서도 전운이 고조되는 가운데 제5차 중동전쟁으로 일컬어지는 신(新)중동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 양측 사망자 6천명 육박…요르단강 서안에서도 인명피해 늘어
이스라엘이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이번 전쟁이 발발한 이후 '하마스 섬멸'을 공언하며 가자지구에 대한 대규모 보복 공습을 지속하고 있는데다, 하마스 역시 로켓포 등 공격을 멈추지 않으며 사상자가 계속 증가세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전날까지 이스라엘의 반격으로 어린이 수백명을 포함한 팔레스타인인 4천385명 이상이 숨지고 최소 1만3천561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스라엘에서도 1천400명 넘게 사망했으며, 210명이 하마스에 인질로 끌려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에서도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이스라엘군(IDF)은 이날 오전 테러리스트 기지로 사용되는 서안 제닌의 알안사르 이슬람 사원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로 인해 이 지역의 팔레스타인 주민 사망자가 5명 늘어 총 90명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IDF는 지난 19일에는 요르단강 서안 툴카름에 있는 한 난민 캠프에도 공습을 가한 바 있다.
전쟁 발발 이후 양측 사상자가 계속 늘고 있는 가운데 대다수가 민간인 희생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는 지난 20일 가자지구에 억류 중인 인질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인 모녀 2명을 풀어줬지만, 인질 다수는 부상자나 각종 질환자, 노약자 등인 것으로 전해져 이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 '생명길' 통한 트럭 20대 구호품, 열악 환경 해소하기엔 역부족
가자지구를 향한 이스라엘의 공습과 전면 봉쇄가 장기간 이어진 탓에 물과 식량, 연료와 전기 부족으로 주거 환경이 극도로 열악해지면서 이곳 주민들이 처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로켓포 공격과 함께 이스라엘 영토 내로 침투해 민간인들을 살해하고 인질로 끌고 가자 수만 명의 병력을 가자지구 접경에 집결시킨 채 보복 공습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통로 가운데 이스라엘이 통제하지 않는 유일한 지점인 이집트 라파 국경 검문소가 일시적으로 열리면서 전쟁 시작 이후 2주 만에 처음으로 가자지구에 구호품이 반입되기는 했다.
하지만 이번에 반입된 구호품은 연료를 제외한 물과 식량, 의약품 등 트럭 20대분으로, 검문소 밖에 대기 중이던 150여대 중 일부에 그쳤다.
가자지구 주민들의 필요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추가적인 구호품 반입과 검문소 개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유엔은 이 '생명길'을 통해 반입되는 구호품 물량이 매일 트럭 100대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맹방'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조차 전날 "구호품의 지속적인 이동을 위해 라파 국경을 계속 개방할 것을 모든 당사자에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 국제사회 만류에도 이스라엘 '가자지구 진입' 지상작전 거듭 시사
여기에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고 있어 민간인 인명피해가 대거 확대될 가능성이 여전하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전날 밤 라파 검문소 '생명길'이 다시 닫힌 직후 골란 보병연대 지휘관들에게 "우리는 가자지구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하마스의 작전 시설과 기반 시설을 파괴하기 위한 작전과 전문적인 임무를 수행하겠다"며 "2주 전 안식일에 죽은 사람들과 상황들을 가슴속에 새길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도 IDF를 향해 가자지구를 곧 "안쪽에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지상전 개시가 임박했음을 거듭 시사하고 있는 모양새다.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전 개시 연기 문제를 이스라엘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그간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응 공격을 지지하되, 전시(戰時) 국제법 준수 필요성을 강조하며 다수의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과도한 보복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발신해왔다.
중동과 유럽 주요 국가의 정상, 외무장관들도 지난 21일 이집트 카이로에 모여 '평화를 위한 정상회의'를 열고 이번 전쟁의 평화적 해법을 논의했다.
◇ 이스라엘, 북부서 헤즈볼라와 무력 충돌 고조…이란은 확전 부채질
이같은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레바논 접경 지역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산발적 교전이 격화하면서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것이라는 위기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날 IDF는 북부 접경지에서 두 차례의 로켓과 대전차 공격을 받았으며, 이에 응사했다고 밝혔다.
특히 헤즈볼라의 거점인 레바논 남부에서 하니타 키부츠(집단농장) 지역으로 여러발의 대전차 미사일이 날아왔다고 전했다.
이번 교전 과정에서 헤즈볼라 전투원 1명이 숨지며 지난 7일 이후 전사자가 14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외신들은 이번 무력 충돌이 2006년 이후 최악의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헤즈볼라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한편 중동 국가들을 통해 헤즈볼라를 향해서도 자제를 촉구하려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은 이스라엘에 '새로운 전선'이 형성될 수 있다며 경고하는 등 이번 전쟁이 이스라엘의 동맹인 미국과 이란간 충돌로 비화할 여지마저 감지된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21일 이스라엘을 겨냥, "이 왕따 정권의 흉포성과 공격적 행동, 성스러운 종교에 대한 모독, 인류의 역사·문화적 유산에 대한 맹습은 미개한 테러단체들과 다에시(아랍권이 IS를 칭하는 말)와 전적으로 유사하다"고 맹비난하며 중동 국가들의 반(反)이스라엘 정서를 부추겼다.
하마스와 연대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이슬라믹 지하드 역시 요르단강 서안으로 전선을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이스라엘군도 최근 "테러 분자 제거" 등을 이유로 잇따라 요르단강 서안에 공습을 가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과 헤즈볼라 등의 전쟁 개입에 대비해 중동 지역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시작하고, 병력 증파 준비에 나섰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현지 미군 보호를 위해 중동 전역에 걸친 장소들에 사드 포대 배치 및 패트리엇 대대 추가 배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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