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시 불붙은 화약고… 분쟁 역사와 전망
1948년 이스라엘 건국 후 숱한 분쟁 겪어
‘끝장보복’천명 네타냐후 지상군 투입 저울질
다른 아랍권 개입시 중동 전체 격랑 빠질 우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 7일 새벽 이스라엘에 수천발의 로켓을 발사하며 대대적인 공격에 나서면서 촉발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국제사회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번 무력충돌은 성지 알아크사 사원을 둘러싼 갈등 속에 벌어졌던 2021년 5월 이스라엘과 하마스간‘11일 전쟁’ 이후 최대 규모다. 양측의 사상자는 이미 수천명을 넘어섰고, 불안한 중동 정세에 국제유가마저 꿈틀거리며 세계 경제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국제 사회의 중재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양측의 충돌이 주변국들로 확산하며 장기화될 경우 자칫‘제5차 중동전쟁’으로까지 번질 우려도 나오고 있다.‘세계의 화약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역사와 전망을 정리한다.
■이-팔 분쟁의 역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은 종교적, 역사적 요인이 뒤섞여 있는 영토분쟁이다. 그 기원은 나라 없이 떠돌던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을 건국한 194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스라엘이 건국되자 이집트,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로 구성된 아랍연합군의 이스라엘을 공격해 1차 중동전쟁이 발발했다. 양측 휴전 성사 후 가자지구는 이집트, 요르단강 서안 지역은 요르단 관할이 됐다.
이후 이스라엘에 땅을 빼앗긴 팔레스타인인들은 1964년 아라파트 의장이 이끄는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PLO를 만들어 무장 투쟁에 들어갔고, 1967년에 이스라엘이 3차 중동전쟁(6일 전쟁)을 통해 가자지구를 점령했다.
이후 1973년 다시 이집트, 시리아의 선제공격으로 4차 중동전쟁(욤키푸르 전쟁)이 벌어졌고, 오랜 분쟁 끝에 1993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등에서 팔레스타인의 부분적 자치를 허용하는 오슬로 평화협정이 맺어졌다. 그러나 1995년 오슬로 평화협상 주역이었던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가 극우파 유대인에게 암살되면서 이 지역은 다시 분쟁의 격랑으로 빠져들어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살공격 등이 격화됐다.
이후 2005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완전 철수했지만 2006년 팔레스타인 강경 무장세력인 하마스가 총선에서 승리, 온건 정파를 축출하고 가자지구를 장악한 뒤 현재의 갈등 구도가 이어지다가 이번에 하마스의 전격적인 이스라엘 공격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또 다시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할까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예상치 못한 기습을 받고 역사에 기록될만한 큰 내상을 입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해 예고한 대로 ‘끝장 보복’에 나설지 주목된다.
하마스의 기습에 허를 찔린 이스라엘은 ‘사상 최악의 정보 실패’, ‘군 준비 태세 미비’ 등 오명을 안은 채 현역 군인들과 함께 10만명에 달하는 국내외 예비군을 동원해 설욕을 준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군이 자국에 침투한 팔레스타인 무장대원들을 제거한 뒤 가자지구로 진입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한다. 만약 이스라엘이 네타냐후 총리의 말대로 하마스에 끝장 보복을 결행한다면 이는 지난 2014년 이후 9년 만에 지상군 투입이 된다.
지상군 투입을 위한 명분이 충분하고 준비도 진행되고는 있지만 실행하기엔 이스라엘이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너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하마스 무장대원들에게 인질로 잡혀 끌려간 150여 명의 이스라엘인 및 외국인 인질들이 걸림돌이다. 지상군이 투입된다면 하마스의 지하 터널 등에 갇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질들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고, 이 경우 자국민 희생을 대가로 보복극을 벌였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또 지상군 작전에 따른 막대한 인명피해도 이스라엘의 부담이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조밀한 지역 가운데 하나인 이곳에선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감이 매우 강한 일반 시민과 전투원, 민간 주거지와 전투 시설을 구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대규모 민간인 희생의 가능성이 상존하고 여기에서 펼쳐지는 이스라엘군의 작전에도 많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전망은
자칫 지상군 투입을 빌미로 이란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예멘 등의 무장세력이나 다른 아랍권 국가들까지 분쟁에 가담하게 되면 이는 5차 중동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
이스라엘군의 작전으로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면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전제 조건으로 내건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스라엘 수교 논의도 무산시킬 수 있다. 이 경우 지상군 투입은 2020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와 맺은 ‘아브라함 협약’을 사우디와 수교를 통해 확장하겠다는 이스라엘의 외교 전략을 스스로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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