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美中 2차 무역합의 협상판 깔았지만 중국에 약점 노출
▶ 시진핑, 美에 굴복않는 지도자 이미지 구축…항미연대 구축엔 ‘한계’
미국과 중국이 서로 100% 넘는 높은 관세율을 적용하며 벌여온 '관세전쟁'에서 '휴전'을 선언하며 협상 국면으로 '유턴(U턴)' 함에 따라 양국 정상의 득실에도 관심이 쏠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자존심이 걸린 대결 양상으로 전개되던 양국의 관세 전쟁에서 미국은 145%에서 30%로, 중국은 125%에서 10%로 각각 상대국에 대한 관세율을 내림으로써 일단 양측간 '폭발 압력'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또 인하된 관세율을 90일간 적용하기로 한 것은 '시한부 휴전'의 성격도 있지만 일단 이 기간 후속 협상을 통해 큰 틀의 무역합의를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
두 정상 모두 자국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초고율 관세를 대폭 내리는 실용적 접근을 했다는 점에서 일단 '윈윈'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양측이 상대국에 100% 넘는 관세율을 적용한 것에는 상대를 굴복시키겠다는 두 정상간 의지의 대결 측면과 함께, 자국민에게 절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속내가 자리 잡고 있었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두 '스트롱맨'의 자존심 싸움은 양국 경제와 국민 생계에 대한 부담으로 돌아왔다.
미국은 올해 1분기에 관세 전쟁을 앞두고 수입 급증의 여파로 국내총생산(GDP)이 0.3%(직전분기 대비 연율·속보치 기준) 감소했고, 지난 3월 무역수지 적자는 1천405억 달러로 전월 대비 14%나 증가했다.
관세가 적용되기 전에 중국산 제품 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업자들이 미리 수입량을 늘린 데 따른 결과였지만 이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체수입원 확보 등 충분한 준비없이 관세 전쟁에 돌입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미 미국은 4월 9일 각국에 차등 적용하는 '상호관세'를 부과한 지 13시간 만에 시행을 90일간 유예하며 관세전쟁의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중국과는 여전히 '무역 단절'에 준하는 초고율 관세로 맞서면서 '관세 리스크'는 미국 경제에 그늘을 드리우는 양상이었다.
중국산 수입품이 줄어들면서 중국산 저가 수입품에 크게 의지해온 미국의 주요 마트들은 수개월 안에 진열대가 비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역점을 두어온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중국도 내수·부동산 침체 속에 어려움을 겪던 상황에서 실제로 관세가 인상되자 '경제 버팀목'인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걱정이 곳곳에서 나왔다.
중국 웨카이증권은 미국이 관세를 10% 인상할 경우 중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3%포인트, 60%로 높이면 성장률이 1.4%포인트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그런데 미국이 지난달 적용한 추가 관세율은 100%를 훌쩍 넘었고, 양국간 무역은 사실상 중단됐다.
관세 인상이 현실화하자 수출 기지인 남부 광둥성 등지에선 제조업체들이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일이 잇따랐고, 중국무역촉진협회는 지난달 28일 중국 수출기업 가운데 약 50%가 미국 사업을 축소할 상황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당국은 타격을 입은 수출 기업들에 대체 판로 확보와 자금 제공 등 지원에 나섰고, 주식시장 충격을 경감하기 위해 국부펀드와 대형 국유기업들의 돈을 증시에 투입하기도 했다. 중앙은행은 지급준비율과 금리 인하 등 경기 부양 카드를 꺼내 들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양국은 결국 10∼11일 중립 장소(스위스 제네바)에서의 고위급 대화를 통해 자국민에게 안겨 온 소모적인 부담을 줄이는 결정을 했다.
누가 먼저 대화를 제안하는지를 두고도 신경전을 벌였지만 상호 합의하에 제3국에서 만나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한쪽이 다른 한쪽에 굽히고 들어가는 모양새는 취하지 않았다.
이번 중국과의 관세전쟁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2017∼2021년) 때의 1차 미중 무역합의에 이은 2차 합의를 만들 수 있는 계기를 집권 초기에 확보했다는 점은 적지 않은 소득으로 평가된다.
2018년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무더기로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전쟁에 시동을 걸었고, 결국 양국이 서로 관세와 보복관세를 주고받다 2020년 초 1단계 무역 합의라는 미봉책에 합의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합의 이행이 흐지부지되긴 했지만 미국은 중국에 대해 폭넓은 관세 예외를 적용하고, 중국은 미국산 제품 2천억 달러 상당을 구입하는 '거래'에 양측이 합의했다.
팬데믹이라는 악재와 자신의 2020년 대선 패배로 미완에 그친 미중 무역의 '리셋'(reset·재설정)을 다시 도모하기 위한 협상의 판을 이번 관세전쟁을 통해 조기에 깔 수 있었다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향후 협상을 거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미국산 제품 대량 수입과 중국 시장 개방을 담은 새로운 무역 합의를 도출한다면 트럼프 2기의 중요 성과 중 하나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관세 전쟁을 통해 중국에 '약점'을 노출했다는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미국이 아직 중국산 희토류의 대체 수입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중국이 관세 전쟁 와중에 대미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빼들자 미국도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또 자국 경제에 미칠 '부메랑' 효과에 충분히 대비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과 무역 단절에 준하는 관세 전쟁을 벌였을 때 국민들의 장바구니 경제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는 점이 이번 관세전쟁 과정에서 확인됐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말의 권위'가 손상된 측면도 간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엄청난 무역적자를 바로 잡겠다면서 대중국 관세를 100% 이상으로 올린 뒤 중국의 저항에 봉착하면서 1개월만에 관세율을 크게 낮췄다. 이 대목에서 무역적자 완화를 위한 중국의 양보를 즉각 받아내지 못한 채 관세율을 낮춘 것은 자신의 말이 갖는 권위를 스스로 손상한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전 세계에서 중국만 가능한 일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어쨌든 트럼프 대통령에게 끝까지 물러서지 않고 저항해 결과를 얻어내는 '전례'가 만들어진 것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부담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시 주석은 미국에 굽히지 않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자국 내부와 국제사회에서 공고히 하는 성과를 거뒀다.
시 주석은 미국의 관세 공세에 대체로 굽혔던 '트럼프 1기' 때와 달리 미국과 전면전을 불사하며 버텨내는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줬고, 맞불 관세와 희토류 등 전략 물자 수출 통제, 기업 제재 등 다양한 대미 보복 카드로 미국과 맞설 '체급'임을 과시했다.
또한 이번 관세 전쟁 기간 세계무역기구(WTO)와 유엔 등을 무대로 미국의 일방주의를 비판하는 명분 싸움에 힘을 쏟으면서 '다자주의·자유무역 수호자'를 자청하는 계기로 삼기도 했다.
관영매체들은 미국과의 '투쟁'을 통해 '승리'했다는 서사를 적극 유포하면서 체제 자신감 높이기와 대내 결속 다지기 효과도 노리고 있다
그와 동시에 시 주석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벽'이 여전히 두텁다는 것을 절감해야 했다.
시 주석은 트럼프발 관세 드라이브에 국제사회 전체가 충격과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자신이 저항의 깃발을 치켜들면 각국이 중국과 연대를 도모할 것으로 기대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번 관세전쟁으로 동병상련을 앓고 있는 유럽 등이 중국과 연대해 미국에 맞서는 길을 택하면 국제질서를 '다극화'로 재편하려는 시 주석의 목표는 한층 더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시 주석의 책사들은 생각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중국이 강대강으로 미국에 맞서는 동안 동반저항을 택한 나라는 거의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국제사회의 인심을 잃고 있지만 여전히 각국은 미국의 반대편에 서는 것을 어려워 한다는 사실을 시 주석은 다시 확인할 수 밖에 없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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