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 피로감 속 추가 악재…야심찬 사우디-이스라엘 협상 좌초위기
▶ ‘하마스 지원’ 이란과 합의도 공격 대상…트럼프 “우리나라 배신” 맹폭
▶ CIA 정보망도 ‘큰 구멍’ 노출…대선 국면서 외교치적 준비 계획 차질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기습공격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상당을 타격을 받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피로감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다.
CNN 방송은 이번 이스라엘 전쟁이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과 씨름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임 기간 가장 불안한 지정학적 상황 중 하나가 됐다고 7일 진단했다.
하마스의 이번 공격은 무엇보다도 바이든 행정부가 중동 정책의 축으로 삼고 있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정상화 협상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중동 내 앙숙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역사적인 수교 합의를 추진해왔다.
이를 통해 미국은 사우디의 안보를 보장하고 사우디로부터 이스라엘에 대한 인정을 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대화가 최근 급진전을 보이면서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근했다는 낙관적인 관측이 퍼졌다.
실제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달 2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리가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역사적 평화라는 훨씬 더 극적인 돌파구의 정점에 서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도 최근 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매일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지금까지 좋은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의 요구로 이스라엘이 합의를 위해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정착촌 확장 동결,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인정 등 팔레스타인 관련 양보를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스라엘 민간인까지 대상으로 한 하마스의 이번 폭력 도발로 네타냐후 정권이 이런 양보를 할 가능성은 당분간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따라서 사우디·이스라엘 협상이 좌초 위기에 봉착하면서 대선을 앞두고 양국 합의라는 외교적 치적을 만들려던 바이든 대통령의 계획도 크게 흔들리게 됐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최근 미국이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과 동결 자금 해제·수감자 맞교환 등에 합의했다는 사실이다.
이를 갖고 공화당 측은 동결 해제된 이란 자금이 하마스에 지원되는 등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을 배신했다며 일제히 때리기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아이오와에서 선거운동을 하면서 "조 바이든은 이스라엘과 우리나라를 배신했다"며 "대통령으로서 나는 다시 이스라엘 편에 설 것이며, 임기 첫날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에게 가는 자금을 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에 "동결 해제된 자금은 아직 이란에 가지 않았고 오직 인도주의적 목적으로만 쓸 수 있으며, 아직 1센트도 사용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그간 급격히 냉각된 바이든 행정부와 네타냐후 정권과의 관계도 이번 사태의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극우화한 네타냐후 정권이 올해 이스라엘 국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사법부 권한 대폭 축소를 강행하자 바이든 행정부는 여러 차례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해 왔다.
이스라엘에서 하마스에 대한 전면적인 군사 공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인 가운데 네타냐후 정권이 극우 연정을 유지하려면 미국의 외교적 개입 여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CNN은 전망했다.
게다가 팔레스타인 내부의 정치적 분열로 신뢰할 만한 팔레스타인 측 협상 파트너를 찾기 어렵다는 점도 미국의 처지를 한층 어렵게 하고 있다.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다스리는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에서는 통치권이 없는 상태다.
그는 또한 2005년 대선 이후 제대로 된 선거 없이 18년째 장기 집권 상태여서 정통성도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마스의 이번 대규모 기습 공격을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 당국이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점도 바이든 행정부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보 안테나를 피해 공격을 감행한 데다가 이스라엘 군인·민간인을 납치해 끌고 가는 지경에 이르면서 미국의 정보망에 큰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에 힘이 실리게 됐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과 미국 당국자들은 앞으로 며칠 안에 빠뜨리거나 잘못 해석한 정보가 있는지, 양국이 알지 못했던 사각지대가 있었는지를 담은 보고서를 작성할 계획이라고 CNN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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