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소야대’ 지형 변화 관심…향후 尹정부 국정 동력 분수령
▶ 이재명 사법리스크·여야 공천갈등·물갈이 변수…선거제 개편도 촉각
▶ 무당층 급증 속 정계 개편 가능성 주목…잠룡들 희비 갈릴 듯
국회 본회의장 풍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회 권력 지형을 재편할 제22대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현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이 바뀔지가 최대 관심사로, 여야 모두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을 벼르고 있다.
윤석열 정부 3년 차에 열리는 이번 총선은 중간평가 성격도 띠고 있어 결과에 따라 정부의 국정 운영에 힘이 실릴지를 결정할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여야는 일찌감치 '국정 안정론'과 '정권 심판론'을 각각 기치로 걸었다.
양측 모두 일제히 민생을 앞세우면서도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론에선 대척점에 서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은 대선과 지방선거에 이어 총선까지 승리해야 진정한 정권교체가 완성된다고 본다. 대선에서 간발의 차로 승리했지만, 거대 야당이 입법부를 장악한 채 국정 철학 실현을 막는 현 상황은 정권 교체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국정과제를 입법으로 뒷받침하고자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게 지상 과제다. 이를 위해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와 정부 발목잡기를 부각하며 '야당 심판'을 호소할 계획이다.
자칫 총선에서 대패하기라도 한다면 윤 대통령의 레임덕을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는 위기감 속에 민생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며 표심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8일(이하 한국시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내년 총선은 정권교체의 완결판"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남은 3년간 일할 수 있게 하려면 총선 승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현 정부 들어 국정 난맥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총선 승리로 여권의 국정 운영 방향에 반드시 제동을 걸겠다는 입장이다.
중앙·지방 권력을 여권에 내어준 상황에서 의회 권력까지 뺏기면 정권의 독주를 견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전국 단위 선거 2연패 고리를 끊고,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절박감도 깔려 있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현 정부를 부정 평가하는 유권자 비율이 55∼60%에 이르는 것으로 본다"며 "윤석열 정권의 폭정과 오만, 무능을 심판하는 총선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선거가 반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게임의 룰'인 선거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선거구 획정 역시 법정 시한을 6개월이나 넘겼다.
직전 21대 총선에선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 등 의원 300명을 선출했다. 전국 정당 득표율에 연동해 비례 의석수를 배분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 적용된 선거다.
소수 정당의 국회 진출 확대라는 명분으로 도입된 제도지만, 거대 양당이 비례 위성정당을 창당하며 취지를 훼손한 데다, '반민주적 제도'라는 비난까지 받았다. 당시 선거법 강행 처리 과정에서 '누더기법', '날치기법'이란 오명도 뒤집어썼다.
당시 민주당은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의석을 포함해 180석,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비례정당 미래한국당을 포함해 103석을 차지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꼼수 위성정당' 등장을 막기 위한 선거제 보완에 여야가 의견을 모은 상태다.
양당은 선거구당 1명만 뽑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3개 권역별(수도권·중부·남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에 큰 틀의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비례대표 의석수와 준연동형 비례제 폐지 여부를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밖에도 총선 승패를 가를 변수는 적지 않다.
우선 대선에 이어 이번 총선 역시 사실상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로 치러지게 된 만큼 두 사람의 지지율이 양당 지지도와 연동되며 전체 선거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달 22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에서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33%로 같았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32%였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핵심 변수는 결국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각자의 지지율과 리더십"이라며 "경기 지표가 호조세면 대통령에게 힘이 실릴 수 있고, 이 대표가 통합·확장 노선을 택한다면 중도층 공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의 경우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만큼 향후 재판 진행 상황이 당내 계파 갈등과 중도층 표심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비명(비이재명)계 '공천 학살'이 현실화할 경우 이들의 탈당 또는 분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야권의 단일대오가 깨지면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국민의힘도 잡음 없는 공천 관리가 급선무다. 대통령실 참모들이 '윤심'(尹心·윤 대통령 의중)을 앞세워 대거 총선 출사표를 내면 기존 현역 의원들과 공천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만약 거대 양당에서 이탈자가 생기면 이들의 합종연횡 상황이 오면서 신당 창당과 제3지대 세력의 부상 등이 잇따를 수 있다. 양향자 의원, 금태섭 전 의원 등은 제3지대를 지향하는 정치인들로 꼽힌다.
거대 양당이 진영 논리를 더 강화하며 대치 정국을 이어가면 대결 정치에 실망한 30% 안팎의 무당층의 시선이 제3지대로 향할 가능성도 없지만은 않다.
다만 극단적 진영 논리가 오히려 양측 지지층 결집 효과를 내면서 정의당 등 군소 정당과 제3지대가 약진하기 어려운 환경이 될 것이란 전망 역시 만만치 않다.
여야의 현역 의원 물갈이 및 인재 영입, 실효성 있는 민생 정책 등도 중도·무당층의 표심을 움직일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여야 모두 주류가 기득권 유지에만 몰두해 공천에서 비주류를 배제하거나, 의정활동 능력이 떨어졌던 현역을 물갈이하지 않거나, 능력 있는 정치 신인 영입에 실패할 경우 선거에서 타격을 볼 가능성도 작지 않다. 이는 과거 여러 차례 총선에서 이미 경험했던 사실이다.
주요 경제 지표와 북한의 도발 가능성 등 선거 직전 경제·안보 여건도 주요 변수 중 하나다.
당장 여야의 시선은 '총선 전초전', '민심 풍향계'로 여겨지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에 쏠려 있다.
승리하는 쪽은 리더십에 탄력을 받으면서 원만하게 총선 체제로 전환할 수 있고 패배하는 쪽에는 수도권 위기론과 함께 지도부 책임론이 부상할 수 있다. 다만 지더라도 총선 전 당 쇄신의 계기가 된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아직 선거 지형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이번 총선은 여야 어느 쪽도 대승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직전 총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여파가 남아있는 가운데 코로나19 국면에서 치러지면서 민주당이 압승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때만큼 의석 차이가 크게 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총선 국면에서 차기 대권주자들의 행보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선거 승리에 기여할 경우 당내 지분을 확보하며 대권 행보가 수월해질 수 있다.
내각 출신 중에선 윤 대통령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총선 출마설이 꾸준히 거론돼 실제 출격 여부가 주목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경기 고양 등 수도권 지역에 출마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의 경우 현직 광역 단체장인 만큼 간접 지원으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 향후 지원군이 될 측근 그룹의 여의도 입성 여부도 주목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경우 총선 승리 시 대권 가도에 탄력을 받을 수 있지만, 패배 시 책임론과 함께 활동 반경이 급격히 좁아질 수 있다.
이낙연 전 대표나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 등 무게감 있는 민주당 중진들은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아 측면에서 조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총선은 이달 13일 시작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재외선거관리위원회(178곳) 설치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간다.
예비후보자 등록은 12월 12일부터 진행되며, 후보자 등록은 내년 3월 21∼22일 이틀간 이뤄진다.
2024년 4월 10일 본투표에 앞서 재외투표(3월 27일∼4월 1일), 선상투표(4월 2∼5일), 사전투표(4월 5∼6일)가 진행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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