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방가르드(Avant-garde, 전위예술)라면 뭔가 쇼킹한 퍼포먼스와 더불어 파격적인 이미지가 있다. 1960년대 서양미술사를 사로잡았던 아방가르드 반문화 운동이, 한국에서는 6.25 후유증과 혼란, 가난, 독재정권, 근대화 시대에 전위예술이 제대로 자라기나 했을까 싶을 것이다. 그러나 존재했다.
경찰에게 잡혀가고 핍박받으면서도 한국의 초창기 실험미술 개척자들은 훌륭한 족적을 남겼다. 우리는 이를 맨하탄 구겐하임미술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Only the Young: Experimental Art in Korea,1960s~1970s(젊은 그들:한국실험미술 1960~70년대)‘ 전시회가 구겐하임 타워갤러리 2, 4, 5층에서 지난 1일 오픈하여 내년 1월7일까지 열린다.
청년의 선언과 시대 전환을 비롯 6개의 소주제로 29명 작가의 작품 100여 점과 아카이브 자료 3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출품작가는 김구림, 이강소, 정강자, 하종현, 이건용, 성능경 등이다.
김구림(88)은 한국최초 전위실험영화 ‘1/24초의 의미’(1969)에서 흑백, 칼러 풍경, 삼일고가도로, 세운상가, 하품하는 남자 영상을 10분간 보여준다. 그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작품들이 케케묵었다면서 큰 광목천으로 미술관 전체를 꽁꽁 묶는 퍼포먼스를 했었다.
하종현(87)은 6.25 빈곤상 속에 캔버스 살 돈이 없어 마포를 사용했고 마포 뒤에서 물감을 밀어 넣은 작품을 발표했다. 이건용(75)은 캔버스 옆에서, 뒤에서, 등지고 그리는 등 몸의 움직임대로 그렸다. 이번에 뿌리 그대로 흙덩이가 달린 거대한 나무 한 그루를 전시장 한가운데 옮겨놓았다.
성능경(80)은 ‘사과’ 연작사진을 보여준다. 그는 지난 2~4월 서울에서의 회고전 개막식에 작업모를 쓰고 팬티 차림으로 훌라호프를 돌리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특히 정강자(1942~2017)는 한국최초 누드 퍼포먼스 작가다.
1968년 6월 ‘투명풍선과 누드’ 행위예술에서 20대 여성 정강자가 상반신은 풍선으로, 하반신은 짧은 하의를 입고 출연했다. 당시 한 신문기사에서 ‘우리 풍토에 그대로 들여와도 좋을까’하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번에 핑크 대형 입술 설치작 ‘키스 미’(1967)가 전시되었다.
50년 전 ‘미친 놈’, ‘광녀(狂女)’ 소리를 들으며 미술계와 주위의 조롱을 받았던 초창기 실험미술 개척자들은 타계한 이도 있지만 생존자들은 화려한 황혼을 맞고 있다. 2023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프리즈 서울에서 하종현의 2022년 작품이 약 3억원, 이건용(80)의 대형 신작이 약 6억원에 판매될 정도다.
그런데 왜 구겐하임 미술관은 지금 와서 한국의 초창기 아방가르드 미술에 주목했을까? 오랫동안 아시아 문화예술은 인정받지 못했었다. 2006년 구겐하임 미술관은 아시아 미술전담 큐레이터 직책을 신설하고 20여 명의 아시아 미술위원회를 구성했다.
요즘 K팝, K영화, K드라마, K푸드, K클래식 등 마치 한국이 전세계를 휩쓰는 것처럼 보인다. 7월중순에는 링컨센터 ‘서머 포 더 시티’ 프로그램의 K팝, ‘코리안아츠위크’ 등이 맨하탄 곳곳에서 열렸다. 이 중 한달 이상 라커펠러 야외 채널가든에 전시된 이배 작가의 높이 6.5미터, 폭 4.5미터, 무게 3.6톤의 검은 숯더미 ‘불로부터’는 뉴요커 및 관광객들의 탄성을 자아냈었다.
이는 세계적 문화도시 뉴욕에 한국 문화가 통한다는 것을, 국제사회가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싶어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도 여기에 동참해보자.
구겐하임에 가면 1960~70년대 한국의 아날로그 시대, 가난하나 열정이 넘쳐서 짠하던, 기성예술에의 반란이 담긴 격동기 한국 미술을 볼 수 있다. 고단했기에, 결핍의 시대였기에 가끔 몹시도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무릇 전시회를 가려면 작품 정보를 알고 가면 이해가 쉽다. 깊은 이치와 조화, 작품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 바로 보고 거꾸로 보고, 가까이서, 멀리서, 옆에서 보자. 내가 느끼는, 그것이 맞는 것이다. 예술작품을 보고 느끼는 권리는 관람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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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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