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레이시아 페낭 팹 첫 공개
▶ 후공정 증설에 9조원 쏟아부어…내년 완공땐 3D 패키징도 가능
파운드리 키워 TSMC·삼성 추격, 기존 라인서 CPU 조립도 활발
인텔이 ‘동양의 진주’라고 불렸던 말레이시아의 섬 페낭에 첫 해외 생산 시설인 A1 공장을 지은 시기는 1972년이다. 이후 51년간 꾸준한 투자를 통해 페낭을 세계적인 반도체 패키징 기지로 만들었다. ‘작은 실리콘밸리’ 페낭에 인텔을 비롯해 브로드컴·웨스턴디지털·아날로그디바이스(ADI)·도시바·르네사스 등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들이 핵심 생산·연구 시설을 두고 있는 이유다.
반도체 거인 인텔이 다시 페낭을 전진 기지로 삼아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20일 기자가 찾은 페낭의 인텔 신규 패키징 공장 건설 현장에서는 인텔이 2021년부터 약 9조원(70억달러)을 쏟아부은 ‘펠리컨 프로젝트(패키징 공장 2개동·사무동 건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일요일이었지만 1,500여 명의 형광 조끼를 입은 인부들과 수십 대의 크레인이 건설 자재를 나르느라 분주했다.
신규 건설 현장은 약 2만평(70만 제곱피트)으로 일반적인 축구장 크기의 7배 규모다. 공장이 완공되면 인텔이 보유한 공장 가운데 최대 규모다. 내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기존 페낭 공장은 이미 회사의 핵심 후공정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21일 인텔이 취재진에 공식적으로 공개한 페낭 공장 내부에는 최첨단 칩 조립·테스트 공정 라인이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인텔이 후공정 라인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처음이다. 올해 하반기 본격적으로 출시되는 인텔의 PC용 14세대 중앙처리장치(CPU) ‘메테오레이크’와 최신 인공지능(AI) 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이 미국에서 전 공정과 핵심 패키징을 끝내고 이곳에서 조립·테스트 과정을 거친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이날 화상을 통해 취재진에 인사를 전하면서 “페낭 공장은 인텔의 ‘IDM 2.0’ 전략 발표 이후 첫 출시되는 제품(메테오레이크) 생산에 큰 공헌을 했다”며 페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IDM 2.0은 겔싱어 CEO가 2년 전 인텔 CEO로 취임할 때 반도체 시장의 ‘왕좌’를 되찾겠다며 내건 슬로건이다. 그 포부의 현실화가 머지않았다는 것이다.
페낭 공장에서 새로운 초대형 팹 가동이 시작되면 단순히 기판과 칩 사이를 조립하고 테스트하는 현재의 공정에서 그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칩을 아예 한 칩처럼 포개는 일명 ‘2.5D·3D 최첨단 패키징 공정’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텔의 핵심 거점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공장은 인텔에는 물론 반도체 파운드리 업계와 반도체 생태계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우선 펠리컨 프로젝트는 삼성전자가 육성 중인 반도체 파운드리 산업계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페낭 공장에서 만난 다수의 인텔 관계자는 “말레이시아의 신규 거점이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확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확장은 겔싱어 CEO가 2021년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불균형 현상을 지적하면서 발표한 ‘IDM 2.0’ 정책이 기저에 깔려 있다.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 기술은 물론 인텔이 주도하고 있는 패키징 기술을 총동원해 TSMC와 삼성전자의 양강 구도를 깨겠다는 포석이다.
특히 인텔 2.5·3D 패키징의 핵심인 ‘포베로스’ ‘EMIB’ 등 최고의 패키징 생산능력을 최대한 확장해서 파운드리 고객사까지 유혹하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하고 있다. 페낭 공장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한 스티브 롱 인텔 아태지역 총괄은 “외부 파운드리에서 공정을 진행한 웨이퍼까지 인텔 패키징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것이 인텔의 차별 전략”이라고 말레이시아 첨단 패키징 팹 확장에 대한 배경을 밝혔다.
인텔의 말레이시아 팹 확장은 세계 반도체 업계가 패키징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나타내는 방증이기도 하다. 현재 인텔은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미국 뉴멕시코에도 2.5·3D 패키징를 전문으로 하는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을 확장한다는 계획을 2021년 발표했다. 롱 부사장은 “인텔이 선제 투자로 탄력적인 공급망을 형성하면 업계도 따라온다”며 인텔의 기술 리더십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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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페낭=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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