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인구조사국(U.S. Census Bureau)의 자료에 따르면, 1960년대 이전에 합법적인 이민 수속을 거쳐 미국으로 이민 온 한국인들의 숫자는 5,363명이었다. 1960년부터 1969년까지의 1960년대는 2만7,990명, 1970년대는 24만2,063명, 1980년대는 33만8,901명, 1990년대는 18만7,794명, 2000년대는 23만7,976명을 기록했다. 1980년대에는 매년 평균 3만3,890명이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1987년 한 해에만 3만5,849명으로 절정을 이루었다.
그렇게 해서 들어온 한국인 이민자들은 대략 50%가 LA를 비롯한 인근 서부지역 대도시들에 정착하고, 25% 정도가 뉴욕과 뉴저지에 정착했으며 나머지 25%는 시카고, 볼티모어, 필라델피아, 워싱턴 DC, 애틀랜타, 달라스, 휴스턴, 피닉스 등을 비롯한 미국 각 지역의 대도시들에 정착했다. 필자도 이러한 한국인들의 이민 물결에 휩쓸려 1985년에 이민 와서 뉴욕에 정착했다. 벌써 38년 전의 일이다. 그 당시를 잠시 회상해보고자 한다.
‘이민 가방’ 2개를 들고 JFK공항에 내리니 밖에는 3월의 봄비답지 않게 제법 굵은 비가 내리고 있는 한밤중이었다. 밴 윅 익스프레스웨이를 지나 플러싱 41애비뉴에 들어서니 네모 상자 모양의 붉은 벽돌 아파트들이 길 양편으로 줄지어 서있었다. 그 아파트 중의 하나로 안내 되어 들어갔다. 4층 아파트에 올라가 거실 창문을 여니 여전히 비는 촉촉이 내리고 있었다.
다음 날 일어나니 밝은 햇살이 눈부신 따스한 봄날이 되었다. 아침 일찍 멀지 않은 꽃공원(퀸즈 보태니칼 가든)으로 산책을 나갔다. 칼리지 포인트 블러바드에 있는 인텐먼 빵공장까지 걸어갔다. 지금은 홈디포로 바뀐 인텐먼 빵공장에서 일을 한 많은 한인들이 초창기 플러싱 코리아타운을 만드는데 일조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다.
아파트로 돌아와 아침식사를 마친 후, 미국 오기 전에는 전혀 몰랐던 플러싱 코리아타운을 둘러보며 하루 종일 거닐었다. 그 때는 한국인들의 미국 이민 통계수치도 전혀 몰랐기에 미국에 한국인들이 이렇게 많이 살고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플러싱의 많은 한글 간판들을 보면서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미국 뉴욕의 플러싱에서 한국에서 일상적으로 본 것과 같은 가게 이름들을 보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1980년대 플러싱의 한인들은 동서로는 플러싱 메인 스트릿에서 147 스트릿까지의 네 블럭과, 남북으로는 노던 블러바드에서 샌포드 애비뉴까지의 여섯 블럭 안에 대부분 모여 살았다. 1980년대 중반에 노던 블러바드에 가까운 유니온 스트릿 선상에 ‘유니온 상가’ 건물이 지어져서 플러싱 코리아타운 상가의 구심점이 되었다. 이로 인해 플러싱 코리아타운이 더욱 활기를 띠자 플러싱을 ‘후라동’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199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플러싱 한인 상가는 147 스트릿 동쪽 지역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머레이힐 롱아일랜드 기차정거장을 중심으로 한 ‘먹자골목’이 생겼고, 노던 블러바드를 따라 플러싱 한인 상권이 동쪽으로 계속 뻗어나가, 162 스트릿, 벨 블러바드 등지에 새로운 한인 상권을 형성하면서 약 7Km에 이르는 베이사이드 지역까지 확장되었다.
1992년에 문을 연 플러싱 ‘금강산‘은 노던 블러바드를 따라 맨하탄에서 플러싱으로 들어서면 바로 만나게 되는 대형 한인식당이다. 금강산이 플러싱 코리아타운이 시작되는 곳에 있는 식당이라면 북창동 순두부 식당은 베이사이드까지 확장된 플러싱 코리아타운이 끝나는 곳에 있는 대표적인 한인 식당이다.
금년에 이 두 식당이 모두 문을 닫았다. 금강산은 빌딩을 짓기 위한 터파기 공사가 한창이고 북창동 순두부 식당은 중국식당으로 바뀌었다. 야트막하고 고즈넉하여 정감 어렸던 플러싱이 10여 년 전부터 대형 고층빌딩으로 개발되면서 오히려 삭막하고 을씨년스럽게 변해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금강산과 북창동이 폐업을 하고 나니, 금강산에서 북창동까지의 플러싱 코리아타운이 머리와 꼬리를 잃은 느낌이 나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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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완/코리안리서치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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