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7주년 독립기념일을 보냈다. 미 최대 백화점 메이시스가 이스트 리버의 바지선 5곳에서 25분동안 4만8,000여개의 폭죽을 터뜨렸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빨강, 흰색, 파랑 세 가지의 성조기 상징 색깔로 조명을 비추었다.
이 자랑스런 독립기념일(Independence Day)인 4일, 여론조사기관 갤럽은 미국인들의 모국에 대한 자긍심이 역대 최저(39%)로 나왔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코로나19 팬데믹, 조지 플로이드 피살 후 조직적 인종차별에 대한 사회 각성, 2024년 대통령 선거에 대한 낙담 등이 그 원인이라 한다.
2003년에는 ‘조국이 극도로 자랑스럽다’는 응답이 70%였다는데, 오늘날 미국의 정신은 무엇인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건국 시절, 미국의 정신적 뿌리는 청교도 정신으로 공동체에 대한 책임의식과 민주적 절차를 말했다. 새로운 땅에서 삶을 개척하는 자생능력과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이 앞섰다.
그런데, 신앙의 자유와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미국에 온 청교도들은 2세대에 이르러 이를 망각하고 도덕적 해이 현상이 왔다. 이에 ‘영적 대각성’ 사건이 생기면서 타락한 사람들이 회개하고 교회로 되돌아왔다.
이런 대각성이 영국의 식민지에서 미국의 자유와 독립을 쟁취하고자 하는 국민의 정신과 의욕을 고취 시켜 독립전쟁(1775~1783)이 일어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봉사 정신과 열정을 지닌 지도자들과 시민들의 헌신이 미국을 이끌어온 도덕, 사상, 정신이었다. 이 미국적인 정신을 바탕으로 남북전쟁, 제1차 세계대전,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세계 최강국이 되었고 세계의 지도자가 되었다.
1950년 한국에 6.25가 발발하자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주고자 미국의 아들들 목숨까지 바쳤다. 6.25 당시의 이야기를 찾아 읽게 되면서 매번 감동하게 되는 것이 1.4후퇴 당시 미군들의 영웅적 행동이다.
1.4 후퇴 당시 러셀 블라이스델 공군 대령은 전쟁고아들을 탈출시키려고 수송기 16대를 김포공항으로 불러들였으나 공항까지 갈 차량이 없었다. 시내에서 수송 임무 중이던 해병대 트럭을 발견하고 상부 명령이라면서 아이들을 태워 극적으로 공항에 도착, 제주도까지 무사히 도착시킴으로써 구해낸 생명이 1,069명이다.
1951년 12월 흥남철수 작전에서 피난민 1만 4,000여 명을 태우기 위해 배에 있던 모든 무기를 내버리고 ‘크리스마스 기적’을 만든 메러디스 빅토리호 라루 선장도 있다. 라루 선장은 뉴저지주 뉴튼 수도원에서 40여년간 침묵과 기도의 삶을 살았다. 생전에 그는 자신의 영웅적 행위를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때만 해도 미국의 정신은 살아있었다. 자유와 평화를 위하는 미국은 참 좋은 나라였다. 그러나 요즘의 미국은 건국 정신이 살아있는지 의아스럽다.
극우 이슬람 세력이 2001년 9.11테러를 일으킨 이후 전세계는 대량 살상이라는 테러에 시달리게 되고 미국의 일상은 테러와 총기의 공포와 함께 한다. 코로나19 팬데믹때부터 불거진 아시안 차별 인종주의, 한인노인 묻지마 폭행뿐만 아니라 같은 인종들간에도 무차별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과거, 길을 물으면 가던 길을 멈추고 친절하게 알려주던 시민들이 길을 잃고 사유지에 들어갔다가는 총을 맞는 시대이다.
미국이 눈물, 땀, 피로 황무지를 개척하고 인류공동체의 지도자적 나라를 만들었는데 요즘은 이 자유민주주의가, 자원봉사의 나라가 흔들리고 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동전 페니(1센트), 니켈(5센트), 다임(10센트), 쿼터(25센트) 등이 있다. 모든 동전의 앞과 뒤에는 미국을 대표하는 3가지 주요가치가 담겨져있다.
‘Liberty(자유)’, “In God We Trust(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 ’E Pluribus Unum(여럿에서 하나로를 뜻하는 라틴어 문구)이다. 독립혁명과 건국정신, 국가 정체성을 담고 있는 이 3대 가치관이 무색해지고 있다.
모든 이의 자각과 반성,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누구나 자신의 조국이 자랑스러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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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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