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태 비용 걱정에 남편 몰래 출산…시신 5년 가까이 집안에 은닉
▶ 범행 후 이사 때 시신 함께 옮겨…경찰, 살인죄 적용해 검찰 송치
살인 방조 혐의 입건 남편은 불송치…경찰 “혐의 드러난 것 없어”
(수원=연합뉴스)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로 구속된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피의자 30대 친모 A씨가 30일 오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A씨는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각각 아기를 출산하고 수 시간이 지나 살해한 뒤 자신이 살고 있는 수원시 장안구 소재 한 아파트 세대 내 냉장고에 시신을 보관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에서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 두 자녀를 낳고 냉장고에 시신을 보관해 온 혐의로 구속된 30대 친모는 출산 후 만 하루 이상이 지난 신생아를 상대로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수백만원 상당의 낙태 비용에 부담을 느낀 이 여성이 아기들의 친부인 남편도 속이고 출산한 뒤 2년 연속으로 아기들을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 2018년 딸·2019년 아들 연달아 살해…냉장고에 은닉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로 A씨를 구속해 30일(이하 한국시간) 검찰에 송치했다.
우선 A씨는 2018년 11월 3일 오후 2시께 군포시 소재 병원에서 딸을 출산하고, 이튿날 퇴원해 수원시 장안구 소재 자기 집으로 딸을 데리고 돌아와 저녁께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딸의 시신을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집 안 냉장고에 유기한 혐의도 받는다.
이후 한 차례 더 임신한 A씨는 2019년 11월 19일 정오께 수원시 병원에서 아들을 낳고, 다음날 저녁께 퇴원해 아들을 안고 귀가하던 길에 집 근처에서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아들의 시신 역시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보관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 B씨와 사이에 12살 딸, 10살 아들, 8살 딸 등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A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또다시 출산하자 이같은 범행을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들 두 사건 범행에 앞서 2017년 낙태를 한 경험이 있는 A씨는 2018년에도 임신중절술을 알아봤으나, 수백만원의 비용이 부담되자 B씨 몰래 출산을 강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2018년 1차 사건의 경우 출산 후 범행을 결심, 딸을 살해했다고 말했다.
2019년 2차 사건 당시에는 출산에 앞서 B씨와 상의해 낙태하기로 합의했으나, 막상 큰 비용이 부담되자 임신 중 범행을 하기로 마음먹고 이때에도 B씨를 속이고 아기를 낳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자녀들의 시신을 냉장고에 넣어둔 동기에 관해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고 했다.
경찰은 A씨의 범죄 사실에 미뤄볼 때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당초 적용했던 영아살해죄에서 살인죄로 혐의를 변경했다.
◇ 남편은 정말 몰랐나…밝혀진 혐의점 없어
경찰은 또 살인 방조 혐의로 A씨의 불구속 입건했던 남편 B씨에 대해서는 불송치 결정했다.
A씨와 범행을 공모하거나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B씨에 대한 수사 결과 현재까지 혐의가 뚜렷하게 드러난 바 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앞서 경찰은 수사권 조정 이후 피조사자 인권 강화 등을 위한 규정이 제정돼 참고인을 상대로는 혐의와 관련한 질문이 제한되는 등 수사에 제약이 있어 면밀한 조사를 위해 B씨를 입건, 신분을 피의자로 전환했다.
그러나 경찰은 A씨의 범행 시기를 전후해 B씨와 사이에서 오간 카카오톡 메시지를 전체 분석한 결과 B씨가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볼 만한 정황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1차 사건이 발생한 시기 두 사람 간에 임신이나 출산과 관련한 대화는 아예 없었고, 2차 사건이 일어난 당시에는 낙태에 대한 대화가 다수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B씨의 진술을 종합하면, 2018년에는 아내의 임신 사실 자체를 몰랐고, 2019년에는 낙태했다는 말을 믿었다는 것이다.
이 사건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이보다 앞서 이뤄진 2017년 이뤄진 낙태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는 진술을 했다고 한다.
경찰은 일부 언론에서 A씨가 출산을 위해 2018년 병원 입원을 했을 당시 보호자 서명란에 B씨의 서명이 있었고, 이에 따라 공모 의혹이 있다는 보도에 관해서는 B씨의 가담 여부를 밝힐 만한 유의미한 증거는 아니라고 밝혔다.
A씨가 허위로 해당 서명을 했다고 진술하고 있는 데다가 B씨는 임신 사실을 모르고 있어서 병원에 간 정황조차 드러난 게 없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B씨 몰래 두 아기를 낳아 살해한 후 시신을 보관해 왔다. 그는 지난해 12월 이번 사건으로 체포될 당시 살고 있던 집으로 이사를 할 때도 시신을 함께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의 생활이나 집안일에 무관심했던 B씨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고, 넷째 자녀이자 첫 번째 피해자인 딸은 살해당한 뒤 4년 7개월, 다섯째 자녀이자 두 번째 피해자인 아들은 3년 7개월간 냉장고 안에 시신이 보관돼 왔다는 게 경찰의 수사 결과이다.
경찰은 A씨와 B씨가 피임 노력을 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밝혔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말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 친모 살인죄 유지·친부 방조 기소 가능할까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이날 오전 사건을 넘겨받아 즉시 수사에 돌입할 계획이다.
검찰은 지난 26일 경찰과 회의를 갖고 A씨의 혐의를 살인죄로 변경 적용하는 방안 등을 포함해 향후 수사 방향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수사기관 안팎에서는 경찰이 A씨에게 적용한 살인 혐의가 검찰 단계에서도 유지돼 공소제기까지 이뤄지는 데에 무리가 없으리라 보고 있다.
A씨가 출산 후 만 하루 이상이 지나 제3의 장소로 이동해 범행한 점, 2년 연속으로 자신이 낳은 생후 1일짜리 아기를 살해하는 동일한 범죄를 저지른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을 영아살해 사건이 아닌 일반 살인 사건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A씨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기는 했지만, 가계 상황이 풍요롭지는 않았어도 아기 양육을 포기한 채 살해할 정도로 빈곤했다고는 볼 수 없다는 수사 결과도 나왔다.
남은 문제는 B씨를 살인 방조 혐의로 기소할 수 있느냐다.
결과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검찰 수사 단계에서 새로운 범죄 사실이 발견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기존에 있는 자녀 3명의 양육과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넷째와 다섯째 자녀를 출산 후 살해했다고 진술했다"며 "사건 내용에 비춰 영아살해죄가 아니라 살인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혐의를 변경 적용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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