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 “인류운명 양국 공존에”…블링컨 “경쟁이 갈등 안되게 책임 관리”
▶ 블링컨, ‘인권·대만’ 강공·對北 압박 촉구…中 “대만문제 타협 불가”
블링컨 장관(좌)과 회동하는 시진핑 주석(가운데)[로이터=사진제공]
미국과 중국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양국 관계 안정화 필요성에 뜻을 같이하고 이를 위한 고위급 대화를 계속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월 '정찰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이라고 주장) 갈등 이후 상호 실질적 소통의 부재 속에 악화 일로를 걷던 양국 관계가 '대화 있는 갈등과 경쟁' 국면으로 접어들 토대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외교 수장으로는 5년 만에 중국 땅을 밟은 블링컨 장관은 18일 친강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19일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시진핑 국가주석을 차례로 만나 협의를 진행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결과 자료를 통해 "양측은 양자관계의 주요 우선순위와 다양한 글로벌 및 역내 이슈에 대한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블링컨 장관은 오판 위험을 줄이고자 모든 범위에 걸친 열린 소통 채널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미국은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지만 관계가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게 책임감 있게 관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은 우려의 영역은 물론 이익이 일치하는 잠재적인 협력 영역을 제기하기 위해 외교를 계속 사용할 것임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블링컨 장관은 주중미대사관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비록 양측간 방대한 이견에 대해 "분명히 인식"했지만, 자신과 중국 지도부가 관계 안정화 필요성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회의에서 나는 고위급에서의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관여(대화)가 차이를 책임 있게 관리하고, 경쟁이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보장하는 최선의 길임을 강조했다"며 "중국 측 대화 상대로부터 같은 말을 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런 노력의 하나로 양측은 친강 부장이 양측 모두 편리한 시기에 미국을 방문해 고위급 협의를 이어간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밀러 대변인은 또 "양측은 발리에서 양 정상이 논의한 것처럼 양자 관계를 이끌어갈 원칙 발전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양측은 학생, 학자, 기업 간 인적 교류 강화를 환영했다. 여기엔 양국 간 직항편 수를 늘리겠다는 노력에 대한 약속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틀간의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왼쪽)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악수하고 있다.[로이터=사진제공]
앞서 중국 외교부도 전날 친강-블링컨 회담 결과 자료에서 "양측은 고위급 교류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하고, 미중 관계의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국 공동 워킹그룹 협의를 계속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블링컨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넓은 지구는 중국과 미국이 각자 발전하고 함께 번영하기에 충분하다"며 "중미 양국이 올바르게 공존할 수 있느냐에 인류의 미래와 운명이 걸려 있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그는 또 "중국은 항상 중미 관계가 건전하고 안정되기를 바라며 두 강대국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서로를 존중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며 협력하고 윈윈하는 올바른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시 주석은 "강대국들의 경쟁은 시대 흐름에 맞지 않으며, (중국과의 경쟁으로) 미국 자신의 문제와 세계가 직면한 도전을 해결할 수 없다"며 "중국은 미국의 이익을 존중하며, 미국에 도전하거나 미국을 대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양측은 대만 문제 등 세부 현안을 놓고 여전한 입장 차이를 재확인했다.
블링컨 장관은 회견에서 "우리는 중국과 같은 주요 경제대국을 포함한 세계 모든 곳이 성장하고 성공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전제했지만 "동시에 우리에 대항하는 데 쓰일 수 있는 기술을 중국에 제공하는 것은 우리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중국의 핵전력 강화,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등을 거론했다.
밀러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은 중국에서 부당하게 구금되거나 출국금지된 미국 시민 사건을 해결하는 게 미국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며 "중국의 불공정하고 비시장적 경제 관행과 미 기업에 대한 최근 조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고 말했다.
또 "블링컨 장관은 미국의 디리스킹(de-risking·경제 및 무역의 대중국 의존 심화에 따른 위험을 제거) 정책과 미 정부의 역사적인 국내 투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며 "펜타닐 위기를 부채질하는 약물 및 물질의 미국 유입 글로벌 흐름을 막기 위한 협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의 신장, 티베트, 홍콩에서의 인권 침해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며 "블링컨 장관은 미국이 항상 우리의 가치를 옹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했다.
시 주석도 블링컨 장관에게 "미국도 중국을 존중해야 하며 중국의 정당한 권익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며 "어느 쪽도 자기 뜻대로 상대를 만들어가려 해서는 안 되며, 더욱이 상대방의 정당한 발전 권리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과 만난 왕이 위원은 대만 문제와 통일에 대해 "타협하거나 양보할 여지가 없다"며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진정으로 준수하고 중국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존중하며, 대만 독립에 명확하게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블링컨 장관은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대만관계법·미중 간 6대 보장·3개 코뮈니케에 따른 '하나의 중국 원칙'에 변화가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고 밀러 대변인은 전했다.
양측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 쿠바에서의 중국 정찰 활동에 대한 미국의 우려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국무부는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북한이 책임 있게 행동하고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를 시작하도록 장려하는 게 모든 국제사회 구성원의 이해에 부합한다면서 중국이 북한을 압박할 특별한 위치에 있다며 대북 영향력 행사를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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