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국무장관 5년 만에 방중
▶ 친강 “미중관계 수교이후 최저”, 블링컨 “소통채널 중요성 강조”
미국 외교 수장으로는 5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왼쪽) 미 국무장관이 18일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8일 중국을 방문해 친강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했다. 미 국무장관의 방중은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양국 외교 수장은 소통과 교류를 강조하면서도, 대만 문제 등 미중 간 갈등 현안에 대해선 각자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외교부는 친 부장이 “현재 중미관계는 수교 이래 최저점에 놓여있다”며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이며, 중미 관계의 가장 중대한 문제이자 가장 두드러진 위험”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어 친 부장은 미국 측에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최대 현안인 대만 문제와 관련, 양측이 팽팽한 기싸움을 벌인 셈이다. 중국은 그간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며 미국의 개입에 반발해왔다. 반면 미국은 블링컨 장관 방중을 나흘 앞둔 14일에도 항공모함을 대만과 필리핀 사이 바시해협에 투입하며 대중 억제의 강도를 높였다.
다만 중국 외교부는 “미중 양측은 전반적인 관계와 관련한 중요한 문제에 대해 장시간 솔직하고 심층적이며, 건설적인 의사소통을 했다”며 “양측은 지난해 11월 발리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 합의한 중요한 합의를 공동으로 이행하고 이견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며 대화와 교류 및 협력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도 성명을 내고 “블링컨 장관은 오해와 오판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외교와 폭넓은 현안에 대한 소통 채널을 열어두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서 “블링컨 장관은 우려가 되는 몇 현안 뿐 아니라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며 양국이 공유하는 초국가적 현안에서 협력을 모색할 기회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블링컨 장관은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친 부장을 워싱턴으로 초청했으며 양측은 서로 적절한 시기에 답방 일정을 잡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양국 모두 ‘소통’과 ‘긴장 관리’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대를 확보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날 오전 미 공군기로 베이징에 도착한 블링컨 장관은 오후 2시 30분(현지시간) 친 부장과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마주했다. 친 부장은 블링컨 장관뿐 아니라, 미국 측 인사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손님들을 예우했다. 두 장관은 회담장인 국빈관 12호각 복도를 나란히 걸으며 짧은 환담을 한 뒤, 미소를 띤 채 양국 국기 앞에서 악수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최근 미중 관계 경색을 반영하듯 다소 사무적인 어투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은 철저한 비공개로 진행됐다. 통상적인 모두발언 취재도 허용되지 않았고, 사진촬영을 마친 뒤 취재진은 전원 퇴장했다. 두 장관 외에 미국 측에서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세라 베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대만 담당 선임국장 등 8명이, 중국 측에선 마자오쉬 외교부 부부장, 화춘잉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 등 8명이 각각 배석했다.
블링컨 장관은 앞서 16일 “치열한 경쟁이 대립이나 충돌로 비화하지 않으려면 지속적 외교가 필요하다”고 이번 방중의 목표를 설명했다. 대만 문제·공급망 갈등 등 최대 난제들의 해법 마련에 앞서, 우선 탄탄한 고위급 대화 채널을 복원해 양국 간 긴장부터 누그러뜨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블링컨 장관과 친 부장은 이날 만찬도 함께하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시절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지낸 대니얼 러셀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부회장은 영국 가디언에 “미중은 앞으로도 경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블링컨 장관의 방중은 외교를 재개하고, 양측이 공개적으로 표출해 온 분노를 수면 아래로 가라앉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보여주기식 방중’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해 온 중국으로선 반도체 수출 통제 완화 등 향후 미국의 유의미한 조치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행 비행기에 탑승해 있던 17일, 박진 외교부 장관 및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장관과도 각각 통화해 한미일 공조 협력을 재확인했다. 박 장관과의 통화에서 그는 “상호존중에 기반해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려는 한국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중관계가 해빙 국면을 맞는다 해도, 한미일 3국 간 안보 협력에는 영향이 없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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