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밤, 백악관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공화-캘리포니아)은 부채한도 상향 협상안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히고, 양측이 타결한 협상안의 윤곽을 발표했다. 연방정부의 부채한도를 2025년까지 2년간 올려주는 대신 정부 부채를 줄인다는 바이든과 매카시 사이의 잠정적 합의에 따라 최소한 차기 대통령 선거 이후까지 디폴트 위협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이번에 잠정 합의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방비와 재향군인 관련 지출을 확대하고, 소셜 시큐리티,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및 세율은 손질을 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며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내 지출은 현 주준으로 묶어놓되, 국세청(IRS) 예산은 삭감하고, 에너지 프로젝트 관련 인허가 과정을 개선하는 한편 푸드 스탬프 수혜 대상자들에 대한 근로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물론 세부안이 나오기까지는 잠시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이제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양측이 떠벌리는 “합의” 사항은 양분된 정부의 지출 심의 과정에서 도출되는 여느 예산안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번 협상을 통해 바이든이 거둔 성과는 사회안전망 프로그램 축소와 거의 전면적인 정부 규제조치 폐기, 메디케이드 수혜대상자에 대한 근로요건 강화 등 공화당이 끈질기게 요구했던 호된 “몸값”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잠정 합의안이 훌륭하지는 않더라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염려했던 끔찍한 대안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 낫다. 이 지점에 도달하기 전까지 미국 정부는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의 장단에 맞춰 광대 짓을 해가며 수개월을 허비했다.
미국의 명백한 “국가재정 기능장애”로 중국과 러시아는 적지 않은 이득을 보았다. 이들은 미국을 “불안정한 민주국가이자 믿을 수 없는 경제 파트너”로 규정했다. 주요 7개국(G7) 모임은 미국의 디폴트가 지구촌 전체에 가져올 후폭풍 우려에 하릴없이 허둥댔다. 바이든은 공화당이 성질을 부려 우방국과의 훼손된 관계를 정비하려는 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을 막기 위해 아시아 방문 일정을 단축한 채 조기 귀국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미 지난 수 주 동안 시장이 우려했던 대로 채권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어 차입 경비를 올려놓았을 수도 있다. 회계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2011년의 부채한도 상향조정 지연으로 연방재무부의 당해 연도 차입경비는 13억 달러가 증가했다. 지금 우리가 2년 후 채무한도 협상의 “볼모잡기”가 되풀이될 여지를 남긴다면 미국은 장기적인 신용등급 하락과 함께 재정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2011년의 정부폐쇄 사태가 “해결”된 이후 바로 이와 똑같은 일이 발생했다.)
어차피 발생할 부채한도 조정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가 무언가?
바이든과 매카시 사이에 이루어진 합의가 의회를 통과해 미국 정부가 더 이상의 광대 짓을 하지 않게 되면 재앙 적이라고까지 말할 순 없더라도 미국의 신뢰도에 흠집을 낼 디폴트 위협이 수그러질 것으로 가정할 수 있다.
이건 합리적인 가정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원에서 매카시의 입지는 대단히 취약하고, 공화당내 극우 세력은 벌써부터 합의를 뒤집을 방법을 찾고 있다. 최소한 9명의 공화당 하원의원은 매카시 의장에게 막말까지 해가며 합의사항을 담은 법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선언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출신인 랄프 노먼 의원은 “미친 짓”이라는 표현을 썼고, 노스캐롤라이나에 지역구를 둔 댄 비숍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토악질을 하는 이모지를 올렸다.) 아마도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예상되는 공화당의 반대표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의총에서 진보세력이 푸드 스탬프 프로그램 수혜자격 요건 강화에 우려를 표시한 점을 감안하면 법안의 하원 본회의 통과를 장담하기 힘들다.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 통과 역시 불투명하다. 최소한 5-6명의 공화당 의원이 가세해야 표결을 가로막는 절차상의 장애물을 뛰어넘을 수 있지만 마이크 리 상원의원(공화-유타)은 이미 표결을 막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한편 (MAGA 운동의 두뇌역할을 담당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관리국장 러스 보트는 공화당 의원들을 상대로 채무불이행의 결과가 그리 대단한 게 아니라고 설명한다. 물론 턱없는 주장이다.
국가부도의 날인 “X-데이트”까지 남은 시간은 1주일에 불과하다. X-데이트가 닥치면 미국 정부는 정해진 시간에 부채를 전액 변제할 수 없게 된다. 바이든과 매카시 사이의 잠정적 합의는 법안으로 다듬어져 가능한 한 신속하게 표결에 부쳐져야 한다. 우리에겐 지체할 여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부채한도 협상을 둘러싼 최근의 “질풍과 노도”(sturm und drang)는 최소한 미국의 장기적인 재정위기를 방치하고 국가의 위신에 먹칠을 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지금으로선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다.
캐서린 램펠은 주로 공공정책, 이민과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는 워싱턴포스트지의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이다. 자료에 기반한 저널리즘을 강조하는 램펠은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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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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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1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터키 속담에 광대가 왕궁에 들어가면 왕이 되는 것이 아니라 써커스가 된다고. 정치적인 양극화는 어쩔수가 없으니 채무를 줄이는 방향으로 갈야하는데 표가 급한 정치인들이 신경이나 쓰나? 이럼에도 민주당은 무조건 불법체류자들을 마구 받아들이자고 하니 정신이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