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산업은 누가 선점하는가. 미중 갈등의 양상은 불공정 무역의 다툼에서 미래 산업의 주도권 싸움으로 확대되고 있다. 공급망 안보에 대한 문제 제기에서 출발한 미국의 대중 압박은 미래 산업 분야에서의 중국 봉쇄 작전으로 변화했다. 격동의 시기에서 승자는 한국이어야 한다.
미중 갈등을 단순한 패권 전쟁으로 볼 수는 없다. 미중 갈등의 근본 원인은 중국의 공급망 장악으로 미국의 경제안보가 위협받은 데 있다. 2005년 미국에서 세라 본조르니 기자가 가족과 함께 중국산 제품 없이 살아보기를 시도했다가 실패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이는 단순히 미국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한국의 공급망과 경제안보도 위협받고 있다.
과거 중국의 개혁개방은 모든 나라에 기회를 제공했다. 중국은 우리나라가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발전의 계기를 마련하는 데 도움을 줬다. 신발 산업이 인건비 등 고비용 구조를 견디지 못하고 사양화할 때 중국은 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는 터전이 됐다. 위환 위기 이전에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한 기업은 외환위기에도 불구하고 성공했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모든 것을 잃었다.
이후 전자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최종 제품은 중국에서 생산되고 우리나라는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하는 관계가 형성됐다. 2012년 대중 수출의 중간재 비중은 72.4%, 자본재 비중은 23.7%, 소비재 비중은 3.2%였다. 중국의 성공은 우리의 성공이라는 공식이 계속될 것 같았지만 2010년대 초반부터 대중 무역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기 시작했다. 2014년 9월 정부는 대중 무역 확대 방안을 마련해 발표하기도 했다. 2012~2022년 대중 수출액 연평균 증가율은 1.4%였고 대중 수입액 연평균 증가율은 5.4%였다. 지난 10년간 대중 수출은 정체되고 대중 수입은 급증했다. 반도체 등 일부 중간재를 제외한 다른 제품의 대중 경쟁력은 사라졌다.
단순히 대중 수출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조업 수출출하지수 연평균 증가율이 2001~2010년 9.6%에서 2011~2020년 1.6%로 6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의료용 물질 및 의약품 제조업 외의 거의 모든 산업에서 성장률은 하락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추세적으로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수출입국의 위상은 사라지고 있다. 2012~2020년 중간재 수출 연평균 증가율은 0.73%에 불과하다. 여기에 메모리반도체 한 품목만 제외해도 -0.35%로 떨어진다. 오히려 코로나19 사태로 2021~2022년 수출이 급증했을 뿐이고 올해는 코로나19 이전 모습으로 돌아간 데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시작한 후 1970년 중화학 공업으로의 전환에 성공했다. 중국도 같은 전략으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자국 내 생태계를 구축했다. 중국 내 자급률은 빠르게 올라갔지만 이에 반해 우리나라 산업의 수출 경쟁력은 쇠퇴했다.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 산업은 고사한다.
미중 갈등은 우리나라가 산업 경쟁력을 회복하고 미래 산업으로 전환할 기회를 주고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의 생태계도 이미 반쯤은 중국으로 넘어간 상태다. 미래 산업도 지난 20년의 경로를 밟고 있다. 지금은 미래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단순히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에 참여하느냐가 아니라 한국이 미래 산업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전자 산업 생태계가 중국 중심으로 구축된 상황에서 단순히 반도체만 분리해 전략을 숙의해서는 안 된다.
가치동맹국과의 공급망 구축 전략에는 인공지능(AI), 로봇, 청정 모빌리티, 슈퍼컴퓨터, 미래 에너지 등 미래 선도 산업군의 생태계뿐 아니라 기존 산업의 첨단화를 위한 생태계 조성까지 포함돼야 한다. 설탕에 머물러있었다면 현재의 삼성은 없었다. 정치권의 시각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대립적 관점에 고착돼서는 안 된다. 정부도 기업의 변신을 위해 창업과 성장, 그리고 진화에 이르는 단계별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산업 대전환을 위한 획기적인 제도 개혁과 생태계 구축 방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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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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