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처음 Walkman 헤드폰으로 이 음악을 들은 그날의 감동을 영원히 잊지 못한다. 중동 요르단에서 근무하고 있을 당시 휴가차 한국을 방문하고 있을 때, 예전에 방송국에서 한 때 같이 근무하던 선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일본에서 좋은 오디오 시스템을 구입했으니 품평해주라고 요청받았다. 곧바로 그의 집을 방문하여 그 선배가 내민 카세트테이프 오디오를 보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Sony 회사의 제품 Walkman TPS - L2 모델이었다. 파란색과 회색의 디자인이 한눈에 들어왔다. 헤드폰을 귀에 걸고 사운드를 듣는 순간 황홀한 감정이 나의 온몸을 감싸 한동안 정신이 혼미했다. 마치 오케스트라 밴드가 나를 위해 연주한 것 같이 느껴져 만약 천국이 있다면 이런 기분으로 음악을 듣지 않았을까 하고 연상했다. 이 계기로 필자는 한동안 Walkman 신드롬에 빠져 언제나 눈만 뜨면 허리에 차고 틈만 나면 음악을 즐기곤 했다.
Sony Walkman은 1979년 7월 1일 야심 차게 내놓아진 이후 약 2억 개의 제품이 전 세계적으로 판매된 히트 상품이다. 처음엔 출장을 가는 비지니스맨을 위해 만든 제품인데 대중적으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Sony 회사 중역진은 대중화하기 위해 새로운 모험을 시도했다. 운동할 때나 걸으면서 들을 수 있도록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체가 움직일 때 발생하는 사운드 쇼크를 없애야 하는데 그것이 최대의 장벽이었다. 이 장벽을 허물고 다음 목표는 품질 향상이었다. 당시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 노력한 결과 Walkman이 드디어 탄생했다. 판매는 일본 국내에서만 이루어졌는데 판매가는 33,000엔으로 당시의 환율을 계산하면 150달러 정도였다. 미국에는 1980년 6월에 처음 소개되었다. 완전히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게 된 것은 제2세대 제품인 Walkman WM-2가 등장한 1981년부터이다. 이때부터 Walkman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Aiwa, Panasonic, Toshiba 등의 다른 일본업체들도 참여하기 시작했고 따라서 Walkman은 새로운 문화의 아이콘이 되었다.
Biltis 영화는 1977년 상영되었다. 원래 고대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쓴 서사시를 프랑스 시인 Pierre Louie가 1894년 각색하여 출판한 시집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다. 두 여성 간의 동성애를 그린 내용으로 David Hamilton이 메가폰을 잡고 사진작가 출신답게 매우 차분하고 아름답게 영상을 꾸몄다. 레즈비언이라는 문제는 그 시대에는 상당한 부담을 가진 사회적인 이슈인데 감독은 그런 압박 속에서도 완벽한 터치로 스토리를 잘 이끌어갔고 깔끔하게 마무리 처리를 하여 관객들의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 Bitlis 역인 Patti D’Arbanville이 호기심 가득한 소녀 역할을 잘 소화했고, Melissa 역인 Mona Kristensen이 노련하게 분위기를 이끌어 비평가들의 좋은 호평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를 돋보이게 한 것은 Francis Lai의 음악이다. 오리지널 사운드 중에 대표적인 것은 제1 테마 송인 Biltis와 제2 테마 송인 Melissa이다. 영화 상영 도중 이 두 개의 음악이 교차하며 흐르는데 음악이 너무도 아름다워 영화 스토리 집중을 방해할 정도로 두 주제곡은 압권이었다. Bilitis 음악은 차분하게 진행되면서 아름다움을 최대한 극대화했고 Melissa 음악은 경쾌한 비트를 바탕으로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힐링 되도록 해준다. 유럽에선 많은 가게에서 이 음악을 틀어 고객들이 기분 좋게 쇼핑하도록 했다.
필자는 Francis Lai의 음악은 좋아했지만 그렇게 광팬은 아니었다. 그저 Snow Frolic과 Love Story 정도를 좋아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Bilitis 음악을 들은 후부터는 상황이 바뀌었다. 열렬한 팬이 되었다. 이 Bilitis는 보통 오디오로만 들으면 그 맛(?)을 알지 못한다. 꼭 성능 좋은 헤드폰으로 듣기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헤드폰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멜로디. 그 속에서 눈을 감고 몰입하면 그 멜로디는 마치 이렇게 얘기하는 것 같다. ‘사랑이란 말이 필요 없는 것이죠. 오직 마음이 움직이는 데로 따라가면 자연히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될 것이며, 그리고 시간이 가면 그때 느낀 사랑은 저 멀리 서서히 사라져간다. 가버린 사랑은 다시 잡을 수 없네요. 그저 가슴 속으로 혼자 느낄 뿐이네.' 사랑의 순수한 면을 여과 없이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주는 사랑의 전도사 같은 선율이다.
누군가 필자에게 아름다운 감정을 다시 만끽하고 싶은데 좋은 음악 한 곡 추천을 요청한다면 서슴없이 Bilitis를 헤드폰으로 들어 보라고 말랑 것이다. 먼지가 가득한 헤드폰을 꺼내 오랜만에 Bilitis 음악을 들으면서 상상의 에덴동산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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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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