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 약이 있는가? ‘예스’일 수도, ‘노’일 수도 있다. ‘예스’인 것은 치매 환자에게 처방되는 약이 있기 때문이다. 이 약들은, 그러나 치료제가 아니다. 인지 기능을 높여 주거나, 치매 증상의 일부를 완화해 줄 뿐이다. 걸리면 약이 없는 병, 치매는 아직 그 영역에 속해 있다.
치매로 무너진 유명인이 한 둘이 아니다. 치매는 가장 피하고 싶은 병의 하나일 지 모른다. 주변 사람도 황폐해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치매 환자는 600여만 명, 65세이상은 10명 중 한 명 꼴이라고 한다. 그 가족까지 생각하면 엄청난 수다.
많이 들어봤기 때문에 치매를 잘 알 것도 같으나 혼란스러운 게 많다. 우선 치매와 알츠하이머-. 치매는 증상, 알츠하이머는 병명이라는 것이 가장 간략한 구별법으로 들린다. 알츠하이머가 치매 증상(dementia) 원인의 60~80%를 차지하고 있어 두 용어는 흔히 혼용된다.
치매약 시장은 엄청난 규모인 데다 빠르게 크고 있어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누가 선점할 것인가. 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신약 승인의 최종 단계인 3상 실험에 들어간 신약만 미국서 30개가 넘는다. 세계적으로는 더 많다. 하지만 이 약들은 거의 증상 완화제이지, 원인 치료제가 아니다.
드디어 지난 2021년 6월 연방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첫 알츠하이머 치료약이 나왔다. 세계적인 관심사였다. 치매에 관심이 있다면 아마 이 뉴스를 기억할 것이다. 이 때 승인된 신약 아두헬름은 알츠하이머 유발 물질인 뇌 속의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제거하는 첫 치료제였다. 그러나 약효 논란이 뒤따랐다. FDA 승인이 성급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올해 1월 또 하나의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승인됐다. 주요 언론 등에 보도됐으나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듯하다. 최초가 아닌 데다, 선발 주자가 약효 시비에 휘말렸기 때문인지 모른다. 이 신약 레켐비 또한 아밀로이드를 없애는 근본 치료제. 이 계통에서는 2번째 신약이다. 이 약이 마지막 임상 단계에서 한인들에게 손을 뻗고 있다. 메이저 질병의 신약 개발에 한인이 그룹으로 임상에 참여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
신약 레켐비의 임상 조사를 한인사회와 연결시킨 이는 UCI의 신혜원 박사. NIH 펀딩을 받는 치매 전문연구기관 UCI MIND의 아시안 아웃리치 디렉터로 얼마 전부터 소망소사이어티 사무총장도 겸직하고 있다. 신 박사는 첫 치매 치료제인 아두헬름의 효능을 두고 전문가 의견이 갈렸던 것은 임상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했던 것이 원인의 하나였다고 전한다. 치매 초기부터 중증 치매까지 연구 범위를 너무 넓게 잡아 정확한 효능 측정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2번째 신약 레켐비는 임상 대상을 초기 치매 환자로 한정했다. 레켐비는 신약 승인의 핵심 요건인 안전성과 효능이 인정돼 지난 1월6일 FDA승인(accelerated approval)을 받았다. 30% 가까운 효능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하려는 임상 연구는 신약 레켐비가 치매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도 효능이 있는가 알기 위한 것이다. 증상이 없어도 치매 원인물질인 아밀로이드는 그 전에 뇌 속에 축적될 수 있다. 이 물질의 존재 여부를 미리 안다면 발병 예측이 가능하다. 이를 확인한 후 레켐비를 투입해 조기 치료나 예방까지 가능한 지 알아보자는 것이다. 치매 증상이 없는 55~80세가 대상이다
이 임상 연구가 ‘미리’ ‘앞서’라는 뜻의 AHEAD 로 불리는 것은 치매 이전의 ‘건강한 사람’이 대상이기 때문이다. NIH, 제약사 바이오젠, 미 알츠하이머 협회 등이 공동 추진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는 10년전만 해도 사후 부검 외에는 정확한 원인을 확인할 수 없었다. 지난 2012년 뇌영상 촬영 검사법이 개발되면서 비로소 생전에 아밀로이드 축적 여부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치료약이 없는데 원인 물질의 존재를 아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할 지 모르나, 치매를 늦추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다.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대비가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나 검사에 몇 천 달러가 들고, 보험커버가 되지 않아 일부에서만 이용되고 있다. 2년전에는 혈액검사법이 새로 나왔다. 뇌영상 진단 결과와 일치율이 85~88%라고 한다. 2,000달러 정도라는 검사비는 보험이나 메디케어에서 내 주지 않는다.
AHEAD를 통해 임상 참여를 신청하면 우선 혈액검사를 무료로 받게 된다. 여기서 아밀로이드가 검출돼야 임상에 참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연구원과 일대일 상담을 통해 혹시 있을 지 모를 신약의 부작용 등 파악된 정보를 자세히 알려 주고 본인이 동의하면 추후 임상 과정에 나아가게 된다. 어느 단계에서든 취소가 가능하고, 교통편 등 검사에 필요한 편의도 제공된다고 한다.
미국 인구에서 아시안은 7.7%를 차지한다. 하지만 지난 1992~2018년 NIH 임상 조사에서 아시안 아웃리치에 쓰였던 예산은 전체의 0.17%. 이 분야에서 아시안은 없는 존재였다.
AHEAD 참여는 남가주에서는 UCI MIND의 한인 담당자(russe@mind.uci.edu)에게 직접 신청하면 된다. 초기 설문 조사와 인터뷰 조사까지는 한국어로 할 수 있으나 그 후 과정은 한국어 서비스 준비가 안돼 있다. 미주 다른 지역에서는 미국과 캐나다에 있는 76개 센터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aheadstudy.org에 들어가면 알 수 있다. 아시안에 맞는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도 돕고, 혜택도 누릴 수 있는 기회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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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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