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증시, 블랙먼데이 없었지만 나스닥만 상승…가상화폐는 급등
▶ 안전자산 쏠림에 美국채금리 역대급 하락…유가 급락·유럽증시 후퇴
실리콘밸리은행(SVB)[로이터=사진제공]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사태가 몰고 온 파장에 13일 전 세계 금융시장이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연방정부의 긴급 구제책에도 불구하고 전날 추가로 시그니처은행까지 무너진 여파로 시스템의 위기로 확산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가라앉지 않았다.
주요국 증시가 대체로 하락하고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빚어진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반면 글로벌 경제를 짓누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잇단 지역은행 파산을 계기로 잠시 쉬어갈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 가상화폐와 기술주는 반등세를 탔다.
◇ 블랙먼데이 없었던 뉴욕증시…다우 5일연속↓·나스닥 0.5%↑
뉴욕증시는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예금주를 보호하고 다른 은행들의 인출 사태를 막기 위한 전날 밤 연방 당국의 발표와, 추가 위기에 대한 공포 사이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결국 혼조세로 마감한 뉴욕증시는 일각에서 우려했던 '블랙 먼데이'를 피했다는 점에서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90.50포인트(0.28%) 내린 31,819.14에 거래를 마쳐 5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5.83포인트(0.15%) 내린 3,855.76으로 다소 물러섰다.
월가의 '공포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거의 2포인트 오른 26.69로 작년 말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공포의 진원지인 은행주들은 이날도 일제히 급락하며 전체 지수를 아래로 끌어내렸다.
위기설에 휘말린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지난주 30% 이상 급락한 데 이어 이날 추가로 61.8% 폭락했고 웨스턴얼라이언스뱅코프(-49.3%), 팩웨스트뱅코프(-45.3%), 자이언뱅코퍼레이션(-25.7%) 등 지역 중소은행들도 폭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11.6% 급락한 투자은행 찰스슈왑과 5.8% 떨어진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대형 금융사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49.96포인트(0.45%) 오른 11,188.84에 장을 마감해 홀로 웃었다.
당초 3월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금리인상)을 고려하던 연준이 잇단 지역은행 파산 사태에 내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만 올리거나 아예 금리인상을 쉬어갈 것이란 관측이 주가를 지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기준금리 선물 시장에서 3월 연준의 0.25%포인트 인상 확률은 62%로 집계됐다. 지난주 초반까지 '대세'였던 빅스텝 전망은 완전히 사라지고 대신 동결 전망이 38%로 올라왔다. 심지어 연내 상당폭 금리인하를 예상하는 투자자도 늘어났다.
골드만삭스도 연준이 3월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해 시장의 기대를 부풀렸다.
낙관적인 금리 기대에 투자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2.1%↑)와 애플(1.3%) 등 대형 기술주를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 '안전자산이 최고'…2년물 美국채 금리, 1987년 이후 최대폭↓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쏠림 현상과 금리 완화 기대는 미 국채 금리를 역대급으로 낮췄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이날 2년물 미 국채 금리는 거의 0.6%포인트 급락한 4.01%대로 1987년 블랙 먼데이 다음날인 10월20일 이후 하루 최대폭 하락세를 나타냈다.
2년물 금리는 최근 3거래일간 1%포인트 넘게 떨어져 역시 1987년 10월 이후 사흘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시장 금리의 벤치마크인 10년물 미 국채 금리도 0.16%포인트 이상 떨어져 3.5%대에 안착했다.
미 국채와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도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2.6%(49.30달러) 급등한 1천916.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가상화폐 시장은 시그니처은행의 전격 폐쇄 조치에도 불구하고 예상 밖의 급반등 랠리를 펼치고 있다.
비트코인은 24시간 전과 비교해 15% 가까이 급등해 2만4천달러 고지까지 탈환했고, 2위 가상화폐 이더리움은 9%에 육박하는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지난 1년간 가상화폐를 짓눌렀던 연준의 금리인상 완화 가능성에 상당수 투자자가 매수로 전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잇단 금융권 위기로 경기침체가 초래될 수 있다는 전망이 짙어지면서 수요 둔화 우려에 휩싸인 국제 유가는 큰 폭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2.5%(1.88달러) 떨어진 74.80달러에,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2.4%(2.01달러) 떨어진 80.77달러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 유럽증시, 은행주 급락에 큰폭 후퇴…아시아는 혼조
유럽 주요국 증시는 SVB 사태 여파로 자국 대형 은행주가 급락한 여파로 일제히 크게 뒷걸음질쳤다.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 MIB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4.05% 하락한 26.178,00으로 장을 마쳤다.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IBEX 35 지수는 3.51% 내려간 8.958,90을,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3.04% 떨어진 14.959,47을 각각 기록했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는 2.90% 내린 7.011,50, 영국 런던 중시의 FTSE 지수는 2.58% 하락한 7,548.63으로 각각 거래를 마감했다.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50도 3.14% 하락한 4,096.54를 기록했다.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 주가는 9.6% 하락해 사상 최저를 찍었고 독일 코메르츠방크, 스페인 사바델,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 주가는 각각 12.7%, 11.4%, 6.2% 내려갔다.
먼저 장을 마감한 아시아 증시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긴급 구제책 발표에 대한 안도감과 여전한 위기 심리가 병존하며 혼조세를 보였다.
한국 코스피는 0.67% 올랐고 홍콩 항셍지수는 1.95% 상승했으나,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225)는 1.11% 떨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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