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훑어보는 신문 제목과 케이블 뉴스에 의존해 머릿속으로 경제의 그림을 그린다고 가정해보라. 이들은 바이든 대통령 아래서 미국의 실질 총생산이 6.7% 늘어났다거나 2022년 한 해 동안 450만개의 일자리가 생겼고, 지난여름 허공으로 치솟았던 인플레이션이 연율 2% 아래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기나 할까?
이건 가상의 질문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데이터에 의해 작성되는 기나긴 경제전망 에세이를 읽지 않는다. 그들의 경제 인식은 신문이나 케이블 TV를 통해 접한 단편적 정보에 의해 형성된다. 일반적으로 대중의 인식과 경제적 현실 사이에는 커다란 간격이 존재한다.
최근의 경제 데이터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다. 하지만 다수의 유권자들은 미국의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고 믿는다. AP-NORC 서베이에 따르면 미국인의 2/3은 “경기가 나쁘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25%만이 “양호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데이터 따위에 신경 쓰지 말라. 개인적 경험을 통해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터이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도 괴리가 존재한다. 대중의 75%가 경제상황이 나쁘다고 말하지만, 미국인의 과반수는 개인의 재정형편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자신이 처한 형편은 양호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사정은 그렇지 않다는 말처럼 들린다.
“나는 괜찮지만 너는 아니다”는 집단적 사고는 2021년 연방준비제도가 실시한 서베이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2022년도 서베이 결과는 올해 말에 공개되겠지만 지난해와 유사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도 서베이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78%는 재정상태가 “최소한 나쁘지 않다”고 답했다. 반면 나라 경제가 “양호하다”거나 “대단히 좋다”는 답변은 24%에 불과했다. 가정 경제와 국가 경제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갈린 셈이다. 개인의 직접 경험한 지역경제에 관한 평가는 이 둘 사이의 중간지점 부근에 놓여 있었다.
경제적 인식과 현실 사이의 괴리와 관련해 필자가 글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과거의 경우 필자는 갑자기 치솟은 물가로 대중이 깊은 충격에 빠졌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고도 인플레이션은 더 이상 그들의 반발 논리가 될 수 없다. 지난여름 이후 계란을 비롯한 일부 품목의 가격이 급등한 것은 사실이지만 가솔린 등 다른 많은 상품의 가격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앞서 지적했듯, 2022년 하반기의 전체적인 물가상승률은 2% 정도로 지난 수십년 간 유지됐던 정상치로 돌아갔고, 12월의 실업률은 3.5%로 50년래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공급망 문제와 우크라이나 쇼크로 하락했던 인플레이션 조정임금 역시 반등하고 있다.
그렇다면 객관적으로 양호한 경제를 전혀 다르게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물론 정치적 편견이 부분적 이유이다. AP-NORC 서베이에서 드러난 두드러진 특징은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들 모두 개인 재정형편 평가에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지 정당에 관계없이 이들 대다수는 그들의 재정사정을 양호하게 평가했다. 그러나 공화당 지지자들의 90%는 국가 경제가 나쁘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시간대학이 실시한 소비자 서베이에서도 공화당 지지자들은 지금의 경제가 7%을 웃도는 실업률과 14%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으로 얼룩졌던 1980년 6월에 비해 더 나쁘다고 평가했다.
경제와 관련해 언론은 어떤 보도를 내놓고 있나? 필자의 동료들 가운데 일부는 경제기사에 부정적인 편견이 끼어들었고, 이로 인해 대중의 인식이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이 나올 때마다 질색을 한다. 그러나 이런 편견이 작동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존재한다. 미시간 서베이는 2022년 한 해 동안 구체적인 기업 상황과 관련해 조사 대상자들이 어떤 뉴스를 들었는지 물었다. 2022년은 450만 개의 일자리가 추가된 해였지만 고용에 관해 부정적인 뉴스를 들었다고 답한 응답자들이 훨씬 많았다.
이런 현상은 대단히 중요한 정치적 질문을 제기한다. 미국인들은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 걸까?
공정하게 말해 우리는 긍정적인 경제 뉴스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지 못한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임박한 경기침체 전망에서 한 발 물러섰지만 다음 분기, 혹은 향후 2개 분기에 경제성장이 주춤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가파른 실업률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낮은 수준으로 잡아두기 위한 필수조건인지 여부에 관한 격론도 이어지고 있다.
단기적인 경기침체를 지나 낮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2024년으로 진입한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얼마나 많은 미국인들이 이처럼 긍정적인 뉴스를 듣게 될까?
민주당이 백악관을 장악한 현 시점에서 폭스 뉴스와 공화당은 현실과 무관하게 경제를 재해지역으로 묘사할 것이다. 다만 주류 언론이 경제상황을 어떻게 전할지, 유권자들이 이를 어떻게 인식할지는 분명치 않다.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측은 “경제를 앞세워” 2024 선거를 치를 계획이다. 인생과 경제에서 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바이든은 거의 분명히 소득과 일자리의 견고한 성장, 과거사가 되어버린 2021-22의 물가급등을 선거에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한 점은 공화당 지지자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바이든의 경제정책을 무턱대고 재난으로 매도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솔직히 필자는 유권자들이 다음 선거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전혀 알지 못한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은 현재 뉴욕 시립대 교수로 재직중이며 미국내 최고의 거시경제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예일대학을 졸업하고 MIT에서 3년 만에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뉴욕타임스 경제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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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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