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고등래퍼2'에 출연했던 래퍼 윤병호(23·활동명 불리 다 바스타드) 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 4년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는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등을 투약한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펜타닐의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던 그는 또다시 마약의 늪에 빠져 징역형을 살게 됐습니다.
미국을 뒤흔든 '좀비 마약' 펜타닐, 한국도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펜타닐은 미국·멕시코 등 외국에서 신종 마약 용도로 급격히 확산한 마약성 진통제입니다.
모르핀의 80배 이상 중독성과 환각 효과가 있고, 아주 적은 양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죽음의 마약'으로 불리는데요.
미국에서는 불법 펜타닐이 18∼49세 인구의 사망 원인 1위로 지목되는 등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펜타닐에 중독되면 금단 현상과 함께 구토, 두통, 호흡 억제 등 부작용이 나타나는데요.
산소 공급이 줄면서 뇌 일부가 손상돼 마치 좀비처럼 거리를 다니는 중독자가 많아 '좀비 마약'이라는 별칭도 생겼죠.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처럼 불법 제조된 펜타닐이 아닌, 의사가 처방한 펜타닐을 빼돌려 오·남용하는 식의 불법 유통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펜타닐(주사제 외 패치·정제) 처방 건수는 2018년 89만1천434건에서 2021년 148만8천325건으로 67% 늘었습니다.
처방 건수 증가가 곧바로 오·남용 증가를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펜타닐을 처방받기 쉬운 병원을 찾아다니는 중독자가 있어 쉽게 넘길 수 없는 수치죠.
펜타닐은 적은 양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만큼 비교적 소량인 패치로 처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말기 암 환자도 사흘에 한 번 쓰면서 같은 자리에 연속으로 붙이는 것을 금할 정도로 그 위험도가 크지만, 중독자의 경우 여러 병원에서 '의료 쇼핑'을 하며 모은 패치를 한꺼번에 혹은 연달아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실제로 2년 전 경남에서 펜타닐 패치를 판매·투약한 10대 피의자 42명 중 다수는 버젓이 병원에서 펜타닐을 처방받았는데요.
이들은 통증이 심하다며 여러 병원을 전전해 처방받았고, 어느 병원이 처방을 잘해준다는 이른바 '성지'가 있다는 소문도 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잉 처방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식약처는 의료진의 처방 개선 여부를 관리하는 '사전알리미' 제도에 펜타닐을 추가했습니다.
또 의사가 환자의 마약류 투약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마약류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과 현장 감시 등으로 마약류 진통제 관리를 강화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제도로도 펜타닐 중독자가 처방이 쉬운 병원을 찾아다니는 현상을 모두 막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기본적으로 펜타닐은 진통제로, 중증 환자에게 꼭 필요한 의약품이기 때문에 오·남용 여부를 모두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죠.
또 '사전알리미' 제도가 의료기관에만 적용되는 점을 악용해 동물병원의 펜타닐 처방이 오·남용될 우려도 있는데요.
만성·중증 질환 치료로 동물에 처방되는 펜타닐 패치를 불법으로 투약·거래하는 거죠.
식약처에 따르면 동물병원 펜타닐 패치 처방 건수는 2019년 5천602건에서 2021년 1만862건으로 2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었는데요.
동물병원은 의료기관으로 분류되지 않아 일반 의료기관과 비교해 마약류 관리가 허술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마약류가 온라인으로 유통되는 사례가 흔하다는 점에서 온라인 강국인 우리나라에 해외의 불법 펜타닐이 흘러들어오지 않도록 관리도 필요한데요.
관세청은 지난 2일 '마약과 전쟁'을 선언하고 불법 마약류의 국내 반입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고강도 종합 대책을 발표했죠.
아울러 중독자를 처벌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치료와 재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최진묵 마약중독 치료센터 인천다르크 센터장은 "(중독자의) 중독력를 상담해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 사람은 진짜 기소유예를 줘야 하는지 아니면 치료를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마약 중독을 치료하는 전문 인력과 시설을 확충할 필요가 있는데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전문 치료 의료기관은 21곳.
이 중 19곳은 전문 의료진 부족 등으로 '개점 휴업' 상태이고, 나머지 2곳은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어 개선이 필요합니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장은 "환자가 너무 많다 보니까 지금 입원도, 치료도 못 받는 상황들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며 "매년 이렇게 부르짖고 있지만, 중독재활센터나 다르크(민간 마약중독 치료센터) 하나 생기기가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습니다.
한국까지 손 뻗친 '좀비 마약',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이라는 지위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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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으면 뭘 못하겠나? 힘들이지 말고 놔두자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