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중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리카 49개국 정상과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장을 워싱턴DC에 초청해 미국·아프리카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미국과 아프리카의 정상회담은 2014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개최한 후 처음 열렸다. 서유럽 국가 고위 인사들도 2022년 아프리카 방문이 잦았다. 지난해 5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세네갈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니제르를 방문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7월 카메룬과 베냉, 기니비사우, 알제리를 방문한 데 이어 9월에는 르완다, 콩고민주공화국 지도자들과 회담을 했다. 중국은 매년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을 개최하고 있고 2023년 1월 중국 외교부장의 첫 해외 방문을 아프리카로 정하며 33년 연속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아직도 ‘아프리카는 가까이하기에 너무 먼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어떤 계기로든 아프리카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은 향후 아프리카를 좀 더 알아가게 되고 협력할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아프리카대륙은 2019년 자유무역지대(AfCFTA)를 공식 발효해 2023년 1월 현재 54개의 회원국이 있다. 13억 명의 거대 단일 시장으로 관세 철폐를 통해 역내 교역이 52.3%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며 농산품과 식료품, 석유화학 제품 등에서 효과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은 회원국 간 견해차로 사실상 관세가 면제되는 사례는 없었는데 2022년 9월 케냐산 배터리가 가나로 수출되면서 첫 사례가 나왔다. 이는 아프리카 단일경제권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이제 우리는 그야말로 ‘마지막 남은 기회의 땅’을 들여다봐야 할 때다.
우리 기업이 AfCFTA 이점을 누리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현지에 생산 기지를 구축해 아프리카대륙을 ‘우리의 제조기지’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아프리카를 내수시장화하고 가까운 유럽·인도, 더 나아가 미 대륙에까지 수출시장을 확대하는 것이다.
아프리카 내 제조업 진출의 최대 강점을 꼽자면 무엇보다 많은 인구와 함께 빠르게 성장하는 내수시장, 풍부한 젊은 노동력, 풍부한 자원일 것이다. 카이로·라고스·요하네스버그·나이로비 등은 글로벌 밸류체인과 엮이는 곳이며 에티오피아·르완다·모로코는 산업단지와 특별경제구역 등을 건설하고 있다. 특히 에티오피아는 지역별 산업단지를 개발해 수출용 섬유 의류, 가죽, 의료 기기 및 농산물 프로세싱 분야 육성에 힘쓰고 있다.
투자지 결정에는 많은 고려 요소들이 있겠지만 얼마나 사업하기 괜찮은 환경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사업하기 좋은 국가’에서 모리셔스는 190개국 중 13위를 차지하면서 아프리카 내 가장 좋은 사업 환경을 갖춘 곳으로 나타났으며 르완다·케냐·모로코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에 제조업 진출을 할 때 일반적으로 유의해야 할 사항은 부족한 인프라(에너지·물 등), 낮은 품질의 노동력, 낮은 도로 포장률, 낮은 금융 접근성, 법과 행정 프로세스의 불확실성, 관료주의 등을 들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위험 요소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전략이라면 기존에 진출해 있는 외국 기업들과의 협업을 꼽고 싶다. 아프리카에서는 아직도 유럽 국가들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이 크다. 우리가 현지 경험이 부족하다면 위험을 안고 단독으로 아프리카 시장에 뛰어드는 것보다는 현지 진출한 외국 기업과의 협업도 고려해볼 만하다. 또한 현지 리스크를 줄일 방법으로 개발 협력을 통한 진출도 고려할 수 있다. 아프리카는 공적 원조의 가장 큰 수혜지로 한국의 대아프리카 원조 비중은 아시아에 이어 두 번째다. 첫 진출에 우리 정부의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경제혁신파트너십프로그램(EIPP), 또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등을 활용한다면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현지 진출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시기에 아프리카의 잠재력과 우리 기업의 협력이 새로운 시장을 열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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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KOTRA 아프리카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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