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에게 전화가 왔다. 통상적인 안부인사를 나눈 후 그는 한 독자가 만나고 싶다는데 만날 의향이 있느냐고 묻는다. “독자가 원하면 언제든 환영이지.” 하고 대답했다. 그런 후 그는 나에게 물었다. “ 너 혹시 내과의사 했던 유고명 박사를 알고 있느냐 ? ” 기억에 당장 떠오르지 않아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유박사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후 며칠 후 그 친구한테 다시 전화가왔다. 만날 장소와 시간을 얘기해준 뒤 만나고 싶어하는 분이 레코드 10장을 가지고 왔으면 한다는 요청이다. 전화를 끊고 필자는 생각에 잠겼다. 이전에도 독자들과 미팅을 가졌지만 이번처럼 소지하고 있는 레코드를 가지고 오라는 적은 한번도 없었기에 살짝 고민이 생기고 한편 묘한 흥미가 생겼다. 그 많은 레코드 중 어떤 장르의 레코드를 가지고 가야 하나 하고 고민하다가 당사자에게 물어보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판단하고 친구한테 그 분의 전화번호를 알아낸 후 전화를 했다. “ 레코드 10 장을 가지고 오라고 했는데 어떤 음악을 좋아 하신지 ? ” 그러자 그는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팝송을 좋아했다고 하면서 현재 약 5,000장의 레코드를 소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자도 1960년대의 한국에서 많이 알려진 레코드 10장을 가지고 약속 장소로 갔다. 그가 지참하고 온 10장의 레코드를 살펴본 후 내심 놀랐다. 그의 음악에 대한 실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고 또한 열정과 깊이를 가늠할 수 있었다. 오랜 역사와 세월의 흔적이 듬뿍 담긴 레코드 에서 중후한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만나 얘기를 나눠보니 필자가 예상한 이상으로 그는 팝송에 조예가 깊었다. 우린 팝송얘기에 시간가는 줄 몰랐고 특히 웬만한 실력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노래들 Curtis Lee 의 Pretty Little Angel Eyes , Dickey Lee 의 I Saw Linda Yesterday, Jamie Coe 의 I’ll Go On Loving You등을 기억하고 있었다. 놀라웠다. 1967년 이후 그 누구도 이 노래들을 알고있는 사람들을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를 좀더 알고싶은 마음이 생기기 시작하여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리고 그의 자택을 방문하여 소장하고 있는 음반들을 구경하면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 언제부터 음악에 관심을 가졌는지?
▶부친이 해방 전 치과의사로 만주 하얼빈 적십자 병원에서 10 년간 근무할 때 러시아 클래식 음악에 심취하여 귀국 후 에도 그때의 그 음악을 잊지 못하고 계속 집에서 듣는 부친과 성악을 전공한 고교 음악선생이었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자연히 우리집은 음악을 가까이 하게 되었고 자연히 고전음악과 한국가곡을 주로 듣게 되었다. 일요일 아침에는 6남매가 부모님 앞에서 합창하고 시를 외우면 용돈을 받기 때문에 음악과는 가까워 질 수 밖에 없었다.
- 팝송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
▶ 초등학교 시절 엘비스 플레스리가 부른 Love Me Tender 를 처음 들었을 때 너무 멋있어 그때부터 관심을 갖게 되었고 중학교 입학 후에는 AFKN (주한 미군을 위한 방송) 을 듣게 되었고 그 방송을 통해 Paul Anka 의 Diana, Neil Sedaka 의 Oh Carol 등을 좋아하게 되었다. 교내 소풍가면 늘 친구들은 나를 가만 두지않았다. 항상 그렇듯이 난 떠밀려 나가 전학생 앞에서 Diana 를 부르자 학생들은 나의 노래에 박수와 환호를 보냈으며 소풍날 내내 인기 스타가 되었다. 다른 학생들은 건전 가요 또는 가곡이나 민요 같은 것을 부르는 것이 상례였는데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팝송을 노래하니 자연히 다른 학생들로부터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나에게 접근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따라서 난 그들에게 팝송을 하나씩 하나씩 알려주기 시작했고 졸업을 할 당시에는 많은 학생들이 팝송을 나로부터 배워 팝송 전도사로서 마음이 뿌듯했다. 가끔 지금도 친구들을 만나면 내가 그때 부른 그 Diana 노래가 어떤 가수들보다도 멋있고 잘 불러 그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고 말할 땐 마음이 찡해진다. 한편으로는 그 당시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 방송 디제이 최동욱씨기 1964년 부터 시작한 최신 팝송을 소개한 프로 탑튠쑈 를 초창기부터 청취 했다고 했는데.
▶ 사실 탑튠쑈를 더욱 좋아하고된 계기는 당시 서울고등학교에 재학하고 있었는데 당시 동아방송이 학교와 가까이 있어 점심시간에 그곳에 가서 매주 한번 발표하는 주간 팝송 순위 차트 용지를 친구와 같이 가서 받아 오곤 했다. 그 용지에는 최신 팝송 순위 외에도 노래 가사 1개가 소개되어 있어 그 가사를 외어 매주 팝송 한 개를 배울 수가 있어 좋았다. 그 일이 나로하여금 한발 더 팝송으로 가까이 가게끔 만든 계기가 되었다.<계속>
<
정태문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