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는 레퀴엠을 작곡하다 죽은 작곡가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널리 알려지게 됐지만 사실 모차르트는 어두운 작품에 익숙한 작곡가는 아니었다. 단조로된 모차르트의 작품이래야 피아노 협주곡 20번 (D단조), 교향곡 40번 (G단조) 정도라고나 할까, 모두 장조된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모차르트는 ‘레퀴엠’을 작곡할 당시 검은 망또의 의뢰인이 찾아오자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다고 한다. 모차르트가 레퀴엠을 작곡하다 사망했기 때문에 추측된 사실인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단순한 레퀴엠으로 보기에는 너무도 진지했고 비장한 슬픔이 서려 있어서 평론가들은 낭만주의의 진정한 시작은 바로 모차르트의 ‘레퀴엠’부터였다고 평할 정도였다. 밝고 경쾌하며, 탄산음료같이 시원한 선율미는 모차르트만이 줄 수 있는 오리지날 특성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모차르트에게도 어두운 면은 있었다. 그가 평생 조울증 등에 시달렸으며, 미스테리한 죽음이 말해주고 있고, 최고의 작품으로 남게된 ‘레퀴엠’의 아이러니 등이 그것이었다.
지난주는 모차르트의 음악들을 들으면서 지냈다. 핼로윈이 다가왔다고 하면 공연장은 모두 으스스한(creepy) 음악들로 프로그램을 채우고 있지만 핼로윈이라고해서 꼭 오싹한 음악들만 들으며 지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기가 시기인만큼 클래식의 creepy한 면이라고나 할까, 으스스한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음악에도 으스스한 메타포로 포장된 요소는 수없이 많다. 가령 모차르트가 레퀴엠을 작곡하다가 죽었다는 이야기… 슈베르트나 부르크너 등이 9번 교향곡을 작곡하고 죽자 말러는 자신의 9번에 ‘대지의 노래’라는 제목을 붙였지만 결국 다음 작품 9번을 남기고 죽었다는 이야기. 파가니니와 그의 특이한 생김새… 악마와 결탁했다는 소문으로 죽은 뒤에도 카톨릭 묘지에 묻히지 못했다는 이야기… 영화 ‘악령 파가니니’(1988) 등에서 다시 되살아나 사람들을 죽이고 다닌다는 내용들... 꿈에서 악마가 가르쳐준 선율 때문에 타르티니의 ‘악마의 트릴’이 탄생했다는 이야기 등 많지만 가장 섬뜩한 이야기는 아마도 하반신 마비의 지휘자 오토 클렘펠러가 모차르트의 ‘돈 지오반니’를 지휘하다 벌떡 일어난 얘기를 꼽지않을 수 없을 것이다. 풍문에 의하면 당시 클렘펠러와 함께 ‘돈 지오반니’를 연주하던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마치 시체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난 듯, 모골이 송연했다고 한다. 모차르트는 그 작품이 가지고 있는 밝은 요소로 인해 흔히 천상의 음악가로도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의 삶도 그렇고 그의 음악이 주는 분위기도 양면성이 있는 작곡가였다. 천재의 광기… 그것은 그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없는 초자연적인 그 무엇이기도 했지만, 결국 자신의 죽음을 위한 곡(레퀴엠)을 쓰다가 죽은 모차르트야말로 어쩌면 가장 실존적이고 섬뜩한 삶을 산 작곡가였다. 영화 ‘아마데우스’ 등에서는 모차르트가 매우 천박한 존재이며, 죽은 뒤 무덤조차 갖지 못하는 저주받은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모차르트가 왜 죽었는지는 지금까지도 의문에 붙여지고 있지만 살리에리 등에 의한 계획 살인이라는 추리극이 나올 만큼 모차르트는 그 유명세만큼이나 여러 으스스한 요소를 남긴 작곡가이기도 했다. 오페라 ‘살로메’, 교향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등을 남긴 리하르트 스트라우스는 죽으면서 모차르트! 모차르트! 모차르트! 모차르트를 3번 외치며 죽었다고 한다. 그의 재능은 지구상 최고의 작곡가들에게조차 신의 경지로 받아들여질만큼 넘사벽이었지만 정작 모차르트 자신은 늘 불안에 떨던 조울증환자였다고 한다. 모차르트가 남긴 최고의 작품으로 흔히 ‘돈지오반니’를 꼽곤 하지만 하이든은 ‘레퀴엠’ 하나 만으로도 모차르트의 이름은 영원할 것이라고 했다. 쇼팽은 죽기 전 자신의 장례식에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연주해달라고 유언하기도 했다. 여기서 다소 creepy한 점은 레퀴엠을 둘러싼 모차르트의 의문사였다. 모차르트는 왜 장례식조차 제대로 치루지 못할 만큼 허겁지겁 죽음에 쫒겼으며 레퀴엠을 만들다 의문사했을까? 그리고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검은 망또의 의뢰인… 그리고 레퀴엠은 누구를 위한 레퀴엠이었을까?
지구상 최고의 예술가, 최고의 천재에게는 꼭 축복만 따랐던 것일까? 모차르트에게는 모차르트보다 뛰어난 천재 작곡가이며 악기 연주에도 뛰어났던 누이 마리아 안나 모차르트가 있었다. 그러나 모차르트의 아버지는 어린 모차르트를 위해 누이 안나의 재능을 희생시켰으며 모차르트는 평생 안나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만약 모차르트가 없었다면 (그리고 안나가 조금 늦게 태어났다면) 안나는 음악사에 어떤 존재로 남게 됐을까? 살리에리 등 타인의 질투, 조울증 등에 시달렸던 모차르트는 과연 그가 남긴 가장 아름다운 레퀴엠… 사라진 시체와 존재없는 무덤으로 세상에 대한 사죄를 끝낼 수 있었을까? 아니 모차르트라는 존재 자체는 과연 축복이었을까, 저주였을까?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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