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일본 의회가 ‘통합형리조트(IR)실시법’을 통과시켰다. 법안의 핵심은 내국인도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를 갖춘 복합 리조트 건설을 허용하는 것이었다. 70년 만에 카지노를 허가한 것은 물론이고 내국인 출입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카지노를 전면 금지했다. 이 법에 대해 야당이 거세게 반대했지만 일본 정부는 ‘관광산업 부흥을 위해 필요하다’면서 밀어붙였다.
일본은 한동안 외국인 관광객 숫자에서 우리나라에도 뒤진 관광 열등국이었다. 하지만 2008년 국토교통성에서 관광청을 외청으로 독립시킨 뒤 민관이 혼연일체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나서면서 매년 10~20%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2015년부터 한국을 추월하더니 2016년 2,403만 명, 2017년 2,869만 명 등 관광 우등국으로 탈바꿈했다. 2018년에는 ‘3,000만 명 시대’를 열며 사상 최대인 2조 4,890억 엔의 여행 수지 흑자를 올렸다.
관광산업은 ‘굴뚝 없는 공장’ ‘보이지 않는 무역’으로 불릴 정도로 큰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싱가포르는 리콴유 전 총리 시절인 2006년 카지노를 갖춘 대규모 복합 리조트 등을 유치한 뒤 관광객이 몰리면서 1년 만에 국내총생산(GDP)이 1.5% 증가하는 성과를 올렸다. 싱가포르 전체 일자리 중 관광 비중이 30%에 이를 만큼 고용 효과도 크다. 우리 관광산업도 2019년 수출액 207억 달러를 기록해 반도체·자동차·석유제품·차 부품에 이은 5대 수출 분야로 자리잡았다.
각국이 코로나19로 굳게 닫았던 방역 빗장을 잇달아 풀면서 다시 ‘관광 전쟁’의 막이 오르고 있다. 홍콩이 지난 2년 반 넘게 유지해오던 입국자에 대한 호텔 격리 규정을 지난달 26일부터 폐지했다. 그 사흘 뒤 대만은 한국·일본 등 총 65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무비자 입국 조치를 재개했다. 일본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지난달 직접 기자회견까지 열고 ‘입국 장벽’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10월11일부터 하루 5만 명으로 제한했던 입국자 상한을 철폐하고 외국인의 무비자 개인 여행을 허용한다.
동남아 ‘관광 강국’ 태국 역시 이달부터 입국자들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검사 증명서 제출 의무를 폐지하는 등 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태국은 2019년 4,000만 명의 외국인 여행객을 끌어들여 GDP의 11%에 달하는 1조 9,100억 밧(약 71조 9,500억 원)의 수입을 거뒀다. 베트남은 일찌감치 5월부터 입국자에 대해 코로나19 검사 의무를 해제했다. 우리나라도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팔을 걷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달 ‘서울관광 활성화 계획(2022~2026)’ 마스터플랜을 발표했고 제주도도 일본 여행객을 잡기 위해 전세기를 활용한 대규모 팸투어 진행 등 ‘관광 제주’ 알리기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우리가 포스트 코로나 ‘관광 대전’의 승자가 되려면 한류 관광 의존 등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코로나19 이후 관광산업 트렌드가 급변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다중 이용 시설과 인파가 몰리는 도심 관광에 대한 선호도가 예전만 못하다. ‘바이러스 프리’ 관광과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높아졌다. 실내 중심의 폐쇄된 관광지보다 자연 중심형의 개방된 관광지를 선호하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또 단체보다는 개별·가족 단위 등 적은 규모의 관광이 대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변화하는 관광객 취향과 디지털 서비스 환경 등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하는 이유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관광지 운영 시스템부터 상품 개발·마케팅까지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한류를 넘어 다양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관광객들의 안전·위생과 관련된 이슈들을 다루는 데 이전보다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하며 홍보 활동도 강화해야 한다. 지자체, 여행 업계의 노력만으로 ‘관광 입국’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 정부의 의지와 노력이 보태져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관광 산업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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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훈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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