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법인세를 35%에서 20%로 대폭 낮추는 것 등을 골자로 한 감세안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법인세를 인하하면 기업들의 투자가 활성화되고 궁극적으로 미국 가정들의 소득이 상당히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논거를 내세웠다. 트럼프 행정부 경제 자문위원회는 법인세 인하 조치가 시행되면 가구 당 최소 연 4,000달러에서 최고 9,000달러가량 소득이 늘게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법인세 인하로 기업들에게 떨어진 횡재는 서민경제로 전혀 흘러들어가지 않았다. 감세 시행 2년 후 실시된 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법인세 인하로 늘어난 기업들의 캐시 플로우 가운데 투자와 개발 연구에 들어간 돈은 20%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는 기업들의 자사주식 매입이나 주주들의 배당금 등으로 쓰였다.
한마디로 법인세 감세가 부자들의 배만 더 불리는 데 이용된 것이다. 감세안을 밀어붙이면서 공화당은 “감세안의 혜택이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며 부자들은 거의 혜택이 없다”고 주장했다. 부자들에 쏠릴 부정적 시선을 분산시키려 서민과 노동자 계층을 입에 올린 것이다.
감세안이 실시된 이후 연방정부의 법인세 세수는 40% 이상 줄어들었다. 이것은 만성적인 적자를 한층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런 일련의 사이클 속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은 정부 프로그램에 의존해야 하는 사회경제적 약자들이다. 그러니 노동계층은 감세안의 수혜계층이 아니라 피해계층인 것이다.
법인세를 줄여줄수록 성장은 더 촉진돼 서민경제가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는 기만적인 주장이 지금 한국에서 또 다시 들려오고 있다. 출범 넉 달째인 윤석열 정부가 핵심적인 경제과제로 최고 25%인 법인세를 22%로 낮추는 감세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법인세율의 인하가 획기적인 투자의 증가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말이다. 완전히 트럼프 행정부 감세 논리와 판박이다.
부자감세는 20세기 말과 21세기 초를 휩쓸었던 경제사조인 신자유주의의 트레이드마크이다. 레이건 이후 공화당은 정권을 잡을 때마다 “기업과 부자들의 세금을 낮춰주면 투자가 늘고 경기가 부양돼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이른바 ‘낙수효과’를 들먹이며 부자감세를 추진했다. 하지만 이들의 논거와 주장을 뒷받침해줄만한 실증적 근거는 없다. 오히려 부자감세는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위험하고도 비효율적인 정책이라는 사실만 다양한 연구들을 통해 확인되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보수정권들은 객관적으로 타당성이 결여된 것으로 판명난 부자감세를 전가의 보도처럼 떠받든다. 그 생명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교수(본지에도 그의 칼럼이 실리고 있다)는 반복적으로 실패했음에도 죽지 않고 끈질기게 살아나는 아이디어와 정책을 ‘좀비’에 비유한다.
좀비는 의학적으로 이미 사망했음에도 끈질기게 다시 부활해 살아있는 이들까지 감염시키는 무서운 존재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좀비에 비유될만한 실패한 경제정책들 가운데 가장 끈질긴 것으로 ‘부자감세’를 꼽는다. 그가 부자감세를 아주 나쁜 정책으로 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감세 때문에 국가 세수가 줄게 되면 보수 세력은 적자를 구실 삼아 가장 먼저 취약 계층의 사회안전망에 손을 대려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감세는 십중팔구 미국을 더 가난하게 만들었을 뿐”이라는 게 그의 확고한 소신이다.
법인세 인하로 대표되는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이 실시되면 세수감소는 연간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럴 경우 다음 단계의 액션이 무엇이 될지 가늠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명박 시절 법인세 인하 조치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만 봐도 부자감세 논리의 허구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당시의 조치로 상장기업들의 사내 보유금은 무려 158%나 증가한 반면 투자는 이후 7년 동안 오히려 0.2% 감소했다. 이런 선례가 있음에도 윤석열 정부는 지금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곳곳에서 퇴행적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비선 논란, 그리고 권력과 민심의 괴리, 총체적 여론 악화 등 과거 보수정권들의 퇴장과 함께 수년 전 이미 죽은 것으로 여겨졌던 시대가 되살아난 듯한 느낌”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부자감세는 이런 시대에 다시 살아난 좀비들 가운데 하나이다. 윤석열 정부가 ‘MB 시즌 2’가 될지, 아니면 전혀 다른 양상의 ‘윤석열 시즌 1’(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이 될지는 조금만 더 지켜보면 보다 분명히 드러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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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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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4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낙수효과 논리는 산업혁명이후 수세기 동안 무슨 대단한 미라클 해결책처럼 극우가 내미는 카드인데, 실제로는 그런 효과가 한번이라도 생긴적이 없음. 그저 가방끈 짧은 노인들 하고 사회경험 적은 20대 선동하는 최면 방법.
우리 좀 솔직해지자. 이건 논설이 아니라 민주당 지지 선거운동이다.
어느 정치인이 말했지요. 지금은 낙수효과 보다는 분수효과의 효율을 추구해야할 시대라고요. 어떤 정책도 모두의 바램을 충족시킬 수 없는 인간의 삶 가운데 보편적 다수가 용인하는 정책을 통해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는 소리가 들리는 정치를 기대합니다.
법인세 감소는 해외에 나가있는 많은 미 기업을 다시 국내로 불려오는 큰 효과가 있었고 그로인해 많은 고용창출도 했으니 편향된 시각은 금물, 동시에 미국의 기업이 타국으로의 이전도 막을 수가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