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누구도 자신의 변호를 해 보지 못한 채 처벌받거나 투옥되지 않기를 꿈꿉니다.” ‘정의의 수호자’(Justice Defenders: JD)를 스물두 살 때 설립한 알렉산더 맥클린은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메이카 출신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내가 좋아하는 코미디언 트레버 노아를 닮았다. ‘창의적으로 생각하지 못한다’는 사유로 옥스퍼드 대학에 낙방한 후, 일 년간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에 가 호스피스 병동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그곳 감옥에 수감된 이들의 열악한 환경과 수감자의 대부분이 법정에서 변호를 한 번도 받지 못한 채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그는 그 꿈을 키웠다.
2007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JD를 세웠다. JD는 이후 무고하게 옥살이하는 수감자를 위한 변호뿐 아니라, 그가 법학위를 받은 런던 대학과 연계해 수감자와 교도관들에게 법률을 가르치고 변호사가 되는 과정을 지원해 그들 중 변호사가 된 이들이 하나둘씩 늘어났다. 그들은 창업자 맥클린처럼 모두 눈동자를 빛내며 “법은 입법자나 고귀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입니다. 법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열심히 일합니다”고 말한다. 그중 얼굴이 갸름하고 호리호리한 우간다 변호사는 내가 세계은행에서 일하며 만난 이들 중 내 기억에 가장 깊게 남아있는 도미니카 공화국의 한 직원, 아마리우스를 연상시켰다.
내가 2011년 처음 도미니카 공화국의 중앙은행에 출장갔을 때, 아마리우스는 회계부서의 한 직원으로 영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나는 당시 중앙은행의 외화자금부서에서 금융자산 거래의 회계처리를 자동화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첫 파일럿 국가로 도미니카 공화국이 자원해 그곳에 가게 되었고 그 후 서너 차례 더 가게 되었다. 마지막 방문이 2016년 12월이었는데, 아마리우스는 회계부서의 팀장이 되어 있었고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게 되어 나와 단둘이 금요일 저녁 늦게까지 일하게 되었다. 회계업무의 특성상 거래가 먼저 이루어지고 운용부서에서 모든 절차를 마친 후 자료가 넘어온 후에야 회계업무가 시작되니 출장을 가면 항상 맨 나중, 늦게까지 업무를 하게 된다. 금요일 저녁에 식사도 못 하고 나와 일하게 된 그에게 내가 미안하다고 하자 그는 내게 말했다.
“그런 말씀 마세요. 이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당신이 회계 자동화 프로그램을 저희에게 갖다주기 전에는 모든 회계업무를 수동으로 해야 해서 종종 밤샘 작업을 하곤 했어요. 몇 년 전에 그 프로그램을 도입한 후로는 질적으론 훨씬 나은 회계 보고를 제시간에 완료할 수 있게 되어서 교육이나 워크숍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업무 외에도 자신을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어요. 저 처음 만났을 때 제가 영어를 한마디도 못 했던 거 기억하세요? 당신이 다시 오면 꼭 함께 일하고 싶어서 영어 공부도 열심히 했어요. 자동 시스템을 개발해 줘서 정말 고맙다고 꼭 말하고 싶었거든요. 게다가, 제 경우엔 은행에서 지원해 줘서 퇴근 후 저녁에 로스쿨에 다니고 있습니다. 전 은행에서 25년을 넘게 일했는데 몇 년 뒤에 은퇴하면 변호사로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
그렇게 말하던 아마리우스도 TV 속 우간다 변호사처럼 짧은 머리에, 검고 갸름한 얼굴, 반짝이는 눈동자로 미소를 머금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었다. 이제 그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은퇴해 변호사가 되었을까? 아프리카 내륙에 갇힌 나라, 우간다 청년의 꿈과 카리브해 섬나라 도미니카 공화국의 은퇴를 앞둔 아마리우스가 같은 꿈을 꾼다니...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 그 탁월한 정신력을 뜻하나니/…머리를 높이 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그대는 여든 살이어도 늘 청춘이네.”라고 한 사무엘 울만이 78세에 쓴 시 ‘청춘’이 떠오른다.
청춘의 꿈은 세상을 변화시킨다. 그 변화는 천지개벽과 같이 한순간에 요란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한 사람의 꿈이 또 한 사람의 꿈이 되고, 두 사람의 꿈은 또 다른 두 사람의 꿈이 되고, 그렇게 한 청춘의 꿈은 마치 산골짝 작은 물줄기가 다른 물줄기를 만나 개울이 되고 강을 이루는 것처럼 세상을 바꾼다. 전 세계에 천만 명 이상이 감옥에 수감되어 있다. 이백이십만 명 이상의 제일 많은 수감자를 가진 국가는 내가 사는 이곳, 미국이다. 우간다에서 시작해 아프리카의 여러 지역과 유럽으로까지 확장한 JD는 미국에도 활동을 시작한다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 다른 재능으로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공헌합니다.” 맥클린이 남청색 양복에 하얀 셔츠를 입고 맑은 눈을 빛내며 말한다. 모두가 각자 청춘의 꿈을 품고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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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정 금융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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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난말입니다 모두다 함께 믿고 의지하며 도웁고 사는 차별없는 트 같이 자기만이 지들만이 백인만이 잘난이들은 돈도 권력도 맘대로 휘두르는것 당연하고 내가 제일잘낫고 잘하고 나만이 지구촌을 미국을 잘살게 만들수잇고 하면서 거짓말을 지금쯤은 4만번이상은했을것이고 70년넘게 한 거짓말음 백만번이상 했을 트 가 없는 지구촌을 법죄소굴로 서로 증오하고 차별하고 거짓말이 법죄가 너도 나도 살수없는 지구촌을만드는 트 가 없는 지구촌을 꿈 꿉니다. 물론 그를지지 두둔하는이들은 대부분 순진한 분들이겠지만 정신들 차렷으면 하는 맘도 간절하구요.